정부가 시장원리를 통한 통신요금 인하를 강조하는 사이, 국민들의 이동통신 요금 부담은 상대적으로 더 커졌다. 한국소비자원이 29일 발표한 이동통신 요금 국제비교 결과에서 잘 나타난다.

이동통신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장치산업이다. 따라서 요금은 초기에 높게 책정됐다가 감가상각과 이용자 증가에 따라 낮아진다. 하지만 소비자원의 분석을 보면, 외국의 이동통신 요금은 산업의 특성에 따라 해마다 낮아지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요금이 5년째 현상유지되거나 도리어 올라가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다른 국가 꾸준히 내리는데한국은 5년새 되레 오름세이통업체 “오류 많은 자료”

소비자원은 29개 나라를 대상으로 이동통신 요금을 비교했다. 비교 대상 나라들을 가입자별 월평균 통화량에 따라 180분 이상인 나라군과 미만인 나라군으로 나누고, 각 나라군의 평균치를 뽑아 우리나라와 비교했다.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가입자별 분당 매출액은 2004년 0.1406달러에서 지난해에는 0.1443달러로 높아졌다. 180분 이상 나라군의 평균이 0.1606달러에서 0.1024달러로, 180분 미만 나라군의 평균치는 0.3029달러에서 0.1788달러로 낮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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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별 월평균 음성통화 매출액 추이 역시 우리나라와 외국은 대조적이다. 한국은 2004년 43.32달러에서 지난해에는 45.6달러로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에 180분 이상 나라군의 평균치는 32.88달러에서 28.84달러로, 180분 미만 나라군의 평균은 32.13달러에서 23.92달러로 크게 떨어졌다. 가입자별 매출액 역시 한국은 52.27달러로 높아진데 비해, 180분 이상 나라군은 38.16달러에서 35.72달러로, 180분 미만 나라군은 36.41달러에서 29.66달러로 각각 낮아졌다.

가입자별 분당 매출은 통화요금 수준을 보여주고, 가입자별 월평균 음성통화 매출과 가입자별 매출에서는 실제로 이용자들이 얼마만큼 통신비를 내는지 알 수 있다. 외국은 요금 수준과 이용자들의 통신비 부담 모두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둘 다 현상유지 내지 올라가고 있다. 김성천 소비자원 정책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월 기본료를 대폭 인하하면서 기본료만으로 통화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요금 구조와 제도를 소비자 눈높이로 개선해 외국처럼 통신비 부담이 갈수록 낮아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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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통 업체들은 이번 소비자원의 조사 결과에 대해 “오류가 많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성호 에스케이텔레콤(SKT) 상무는 “가입자당 매출을 월 통화시간으로 나눈 분당 매출을 비교했는데, 가입자당 매출과 가입자의 실제 요금지불액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방식(GSM) 이동통신 가입자들은 대부분 ‘심카드’를 여러 장 갖고 있고 휴대전화를 이용하는데, 이런 요금 부담은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케이티(KT) 쪽도 “조사 자료가 각 통신업체의 공시자료를 임의로 사용해 기준이 통일돼 있지 않다”며 “통신요금을 획일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