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출 물량의 90% 이상을 소화하는 7대 주요 수입국 가운데 한국과 캐나다만 연령과 부위 제한 없는 ‘완전개방’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7대 수입국 말고도 96개 국가에서 연령과 부위 제한없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들의 실제 수입 물량은 미미하다.
28일 미국 육류수출협회(USMEF) 수출 통계를 보면,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실적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인 멕시코가 11억8507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이어 △캐나다(6억203만달러) △일본(2억4425만달러) △한국(1억1879만달러) △대만(1억721만달러) △이집트(7647만달러) △홍콩(3561만달러) 등의 차례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척추뼈 발견 등으로 지난해 실제 수입기간이 6개월 정도에 불과했지만, 4위를 기록할 정도로 시장 수요가 컸다. 수입실적 상위 7개국의 총 수입액은 23억6942만달러로 지난해 미국이 전 세계로 수출한 26억1755만달러어치의 쇠고기 가운데 90.5%를 차지했다.
이들 7대 수입국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 1위인 멕시코는 아직도 ‘30개월 미만’이라는 연령제한을 두고 있고, 일본은 ‘20개월 이하’라는 더 강한 조건을 유지하고 있다. 대만·이집트·홍콩은 ‘30개월 미만’이라는 연령제한과 함께 ‘뼈없는 살코기’라는 부위 제한도 두고 있다. 반면 캐나다는 완전 개방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캐나다의 경우 지난 2003년 미국과 마찬가지로 광우병이 발생한 국가여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연령과 부위의 제한을 두면 당장 자국의 쇠고기 수입 확대를 다른 나라에 요구할 명분이 없어지는 특수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연령과 부위 제한 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해, 캐나다와 함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완전 개방국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7대 주요 수입국 가운데 지난해 5월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를 얻은 이후 가장 먼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제를 완전히 풀어줬다. 따라서 앞으로 멕시코, 일본, 대만 등 나머지 주요 수입국들에 대해 미국이 쇠고기 수입 개방폭 확대를 요구할 명분을 우리나라가 앞장서 만들어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우리나라 외에 전 세계 96개국도 미국산 쇠고기를 연령과 부위 제한 없이 수입하고 있다”며 쇠고기 수입 협상 결과를 정당화하는 정부와 여당의 논리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입실적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완전 개방’ 국가 숫자를 근거로 삼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미국 육류수출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를 100만달러(약 10억원)어치 이상 수입한 나라는 23곳에 불과하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