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기도 오산의 롯데연수원에서 열린 롯데그룹 신입사원 연수에서 신입사원들이 힘찬 결의를 다지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27일 경기도 오산의 롯데연수원에서 열린 롯데그룹 신입사원 연수에서 신입사원들이 힘찬 결의를 다지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한겨레>는 온라인 리크루팅업체 잡코리아(www.jobkorea.co.kr)와 함께 대학생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예비 취업생들이 궁금해하는 한국 대표 기업들의 기업 문화와 이미지를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고 있습니다.

“입사하기 전에 학교 선배들에게서 들은 얘기 때문에 롯데가 남성적 분위기에 군대 문화가 강한 회사라는 선입견이 있었어요. 그런데 근무해보니 알려진 것과 달리 아주 실용적이고 유연한 조직이었습니다.”

입사 3년차인 롯데쇼핑 남성엠디(MD·상품기획)팀 신예지(26)씨는 직급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업무에 대한 의견을 내고 끝까지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롯데의 강점이라고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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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매니저 진호(33) 과장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학사장교 출신이 많아 상명하복의 위계문화가 철저할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랫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개진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관리할 수 있는 조직이 바로 롯데라는 것이다.

롯데쇼핑은 이런 조직문화 때문에 어느 기업보다 개인 역량이 잘 발휘될 수 있다고 직원들은 입을 모은다. 신예지씨는 지난달 대표이사 앞에서 가진 ‘엠디 사례발표’에서 남성복을 선진국처럼 감성 기준의 상품군으로 구분해 ‘어번 캐주얼 존’을 신설하자고 제안한 것이 채택돼 신바람이 났다. “3년차 사원이 사장 앞에서 브리핑을 하고 그 의견이 회사 정책으로 채택된다는 게 다른 기업에선 흔하지 않은 일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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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처음부터 롯데쇼핑에 유연한 조직문화가 형성됐던 건 아니다. 92년에 입사한 본점 여성팀장 송정호(41) 부장은 “입사 초기만 해도 층층시하에 수직적 위계질서가 강했다”며,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조직이 슬림화하고 팀제가 자리잡으면서 의사 결정이 빨라졌다”고 말했다. 송 부장은 최근 10년간 백화점과 할인점 신규 점포가 많이 생겨 젊은 사원들이 대거 입사한 점도 상하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키는 데 한몫했다고 진단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의견도 솔직하게 얘기하고 소신껏 행동하잖아요.”

돈독한 인간관계와 뛰어난 팀웍 또한 롯데쇼핑이 내세우는 자랑거리다. 남성매입팀에 근무하다 얼마 전 홍보팀으로 자리를 옮긴 구세희(25)씨는 “영업쪽 일은 책상에 앉아 있을 틈이 없이, 백화점이 문을 열기 전부터 문을 닫은 뒤까지 매장을 누비고 다니며 협력업체 사람들이나 판매사원 등과 끊임없이 접촉하기 때문에 훨씬 끈끈하고 인간적인 조직문화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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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은 무엇보다 ‘유통업계 1위’라는 위상이 임직원들에게 강한 자부심을 갖게 한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이 79년 12월 문을 열어 1930년 10월 개점한 신세계백화점보다는 늦게 유통사업을 시작했지만 백화점 23개, 대형마트 52개의 점포를 거느린 1위 유통업체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9조2942억원의 매출액과 7494억원의 영업이익, 739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입사 이후 유통업이 본격 확장기를 맞아 백화점 신규 출점에다 할인점 사업까지 시작해 회사가 줄곧 성장했습니다. 소속 직장이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던 친구들보다 성취감이 높았고 활기가 넘쳤지요.” 송정호 부장은 “10여년간 조직이 빠르게 변화해가는데 정신없이 따라갔다”고 회상했다.

기획팀 송철호(32) 계장도 1위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경험하는 것을 큰 매력으로 꼽았다. “모스크바·베이징 등 국외 백화점 출점이나 카테고리 킬러 사업인 완구전문점 ‘토이저러스’ 매장 개점 등 롯데쇼핑이 첫발을 디딤으로써 유통산업을 선도해나가는 과정에서 직원들도 회사와 함께 발전할 수 있잖아요.”

그러나 1위 기업이라는 강점을 이용해 협력업체한테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사례가 더러 있었던 점은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롯데쇼핑의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백화점의 요구가 부당해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었는데, 올 초 취임한 이철우 대표가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을 부쩍 강조해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통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세가 둔화됨에 따라 롯데쇼핑은 새로운 돌파구로 국외시장 및 신규 사업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영지원부문장 이동우 이사는 “그 어느 때보다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롯데는 지난해부터 신입사원 선발 때 개별면접 외에 지원자들의 집단토론을 통해 리더십과 논리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전형을 추가로 도입했다. 올해부터는 신입사원 교육에 글로벌 마인드를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이동우 이사는 “신입사원들에게 오는 10월15일부터 5박6일간 중국 연수를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유통업체 견학과 중국 문화 체험 기회를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롯데쇼핑’ 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푸릇푸릇…세련된 여성 판매사원젊은 여성 판매사원. 대학생들이 롯데쇼핑이라는 이름을 듣고 떠올리는 이미지다. 166~170㎝의 키에 마른체형과 계란형 얼굴을 가진 20대 후반의 여성이 롯데쇼핑 직원의 가장 전형적인 모습으로 꼽혔다. 이는 <한겨레>가 최근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와 함께 대학생 2193명을 대상으로 벌인 ‘10대 기업 이미지 조사’의 결과다. 설문 항목별로 살펴보면, 롯데쇼핑은 에스케이와 더불어 10대 기업 중 연령대가 가장 젊은 기업이었다. 이미지상의 나이는 25~29살이라는 응답이 26.4%, 30~34살이라는 응답이 21.7%였다. 성별은 여성이라는 응답이 89.1%에 이르러, 남성이라는 응답(10.9%)을 압도했다. 그 밖의 항목들에 대해 응답 빈도수 1위와 2위를 매겨 보면, 얼굴형은 계란형(32.6%)과 둥근형(29.5%), 체형은 마른형(26.4%)과 보통체형(26.2%), 키는 166~170㎝(30.2%)와 161~165㎝(27.9%), 옷차림은 유행에 민감한 캐주얼 차림(52.2%)과 유행에 민감한 정장 차림(32.6%), 직업은 판매서비스직(71.3%)과 주부(8.5%)였다. 롯데쇼핑은 10대 기업 가운데 씨제이와 가장 닮은꼴의 이미지를 가진 회사였다. 유통업종의 특성을 반영하듯 젊고 세련된 인상의 여성 이미지를 떠올리는 응답자들이 많았다. 다만 직업이미지로 주부를 꼽은 응답비율이 적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이례적이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