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39) 삼성전자 신임전무가 드디어 경영 전면에 모습을 드러낸다.

삼성전자는 19일 이 전무가 신설조직인 최고고객경영자(CCO·Chief Customer Officer) 자리를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앞으로 일반 소비자들 뿐만 아니라 제품 생산 등을 위해 제휴하고 있는 소니, 인텔 등 세계적 기업들을 ‘고객’으로서 상대하게 된다. 특히 그는 고객 정보가 집중되는 만큼 삼성전자가 나아갈 길과 같은 ‘큰 그림’을 그리게 된다는 게 삼성전자 쪽의 설명이다. 이 회사 홍보실 관계자는 “이 전무는 고등학생 때부터 공장을 찾는 등 현장수업을 받아온 만큼 이제는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무가 이끌 조직은 삼성전자의 일반적인 관리업무를 관할하는 경영지원총괄(최도석 사장) 아래가 아닌 별도 조직으로 편재돼, 삼성전자 안에선 유일한 ‘상관’인 윤종용 부회장에게만 보고하게 된다. 이처럼 이 전무의 지위와 역할이 크게 격상됨에 따라,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고고객경영자는 그룹 내 최고급 정보가 집중되면서 전체를 장악하기 쉬울 뿐 아니라, 매출액이나 수익 등 객관적 수치로 성패가 판가름 나는 일선 사업부 업무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 후계자로선 적격인 위치이다. 여기에 이 전무가 이번 보직을 계기로 그동안 삼성전자 안에서만 국한됐던 역할을 그룹 전체로 확장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꾸준히 진행되던 후계작업이 이제야 5부 능선을 넘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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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전무는 1990년대 말 ‘e-삼성’ 실패의 상처와 삼성애버랜드 지분의 편습증여 의혹에 대한 재판 등 넘어야 할 산도 없지 않다. 한때 승마 국가대표 선수로도 활약했던 이 전무는 2001년 33살의 나이에 삼성전자 상무보로서 경영수업을 시작했으며, 지난 17일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