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주)스튜디오우당탕탕이 기획한 디아이티 현장. 세종시 조치원역 앞 오래된 여관이었던 폐가를 고고학 서점 및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조치원 주민과 관 심 있는 외지인 20명이 모였다. 이들은 2박 3일간 단열공사 및 맞춤 가구 제작 등의 공사를 진행했다. (주)스튜디오우당탕탕 제공
2023년 4월, (주)스튜디오우당탕탕이 기획한 디아이티 현장. 세종시 조치원역 앞 오래된 여관이었던 폐가를 고고학 서점 및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조치원 주민과 관 심 있는 외지인 20명이 모였다. 이들은 2박 3일간 단열공사 및 맞춤 가구 제작 등의 공사를 진행했다. (주)스튜디오우당탕탕 제공

경남지역에서 활동하는 지역관리회사 ㈜공유를위한창조는 2019년 부산에서 거제시로 자리를 옮겼다. 회사가 둥지를 튼 장승포는 원도심이면서 걸어서 바다에 갈 수 있는 도심형 어촌마을이다. 박은진 ㈜공유를위한창조 대표는 동네에 오래된 가옥을 회사의 첫 보금자리로 삼고, 참여형 시공인 ‘디아이티(DIT, Do It Together)’ 방식으로 개•보수하기로 했다.

디아이티는 ‘손수 제작’(DIY, Do It Yourself)을 ‘여럿이 함께’ 하는 방식이다. 보통 설계 및 시공 역량이 있는 기획자가 참여자들을 모집해 함께 공간을 재구성한다. 참여 자격은 따로 없다. 공간을 변신시킬 관심과 체력이 있으면 된다. 전문업체가 작업하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고 마감도 말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참여자들은 시공 기술을 배우며 때로는 직접 공간에 의견을 내어 공동의 성과물을 만든다. 박 대표는 함께 공사를 진행할 사람들을 공개 모집했다. 모인 사람들은 매입한 빈집 옥상에 인조 잔디를 깔고 바닥 데크를 설치하는 등 공동작업을 진행했다. 아웃도어를 테마로 하는 가게로 재탄생한 이 공간은 지역주민과 청년의 쉼터, 사람들간 연결고리가 됐다.

조용하던 동네에 청년들이 드나들자 주변의 건물주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100년 된 적산가옥을 월 10만원에 임대하겠다거나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매각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이후 회사는 ‘메이커스 캠프’를 열어 거제에만 4곳의 유휴공간을 디아이티 방식으로 개•보수하여 운영하고 있다. 참여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거제 주민이 반, 타 지역에서 관심을 가지고 온 사람들 반이라고 한다. 대부분 전문 직업인으로 시공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디아이티를 통해 시공 기술을 배우거나 경험하고자 모인 사람들이다. 프로젝트에 따라 참가비를 받는 경우도 있고, 참가비 대신 식사나 간식 정도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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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공간을 직접 구성하는 작업에 참여하면 성취감과 애착이 생겨난다. 그 지역에 정주하지 않더라도 ‘내가 만든 곳’을 이따금 찾고 계속 관심을 두는 관계 인구가 되는 것이다. 디아이티는 여러 사람의 땀과 이야기가 입혀져 ’공간’에서 ’장소’로 만드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디아이티를 진행하면서 장승포의 명실상부한 ‘홍반장’이 된 건 덤이다. 이웃 가게의 부서진 데크를 수리하고, 주민센터의 망가진 운동기구도 보수해 줄 만큼 원주민들과의 관계도 돈독해졌다.

디아이티가 진행되었던 건물 외관. 텅빈 폐가였던 곳에 디아이티 참여자들과 세종시 기반의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드나들자 마을에 활력이 돌았다. (주)스튜디오우당탕탕 제공
디아이티가 진행되었던 건물 외관. 텅빈 폐가였던 곳에 디아이티 참여자들과 세종시 기반의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드나들자 마을에 활력이 돌았다. (주)스튜디오우당탕탕 제공

최근 공간 재생 영역에서 ‘디아이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시설계 및 커뮤니티 디자인 기업인 ㈜스튜디오우당탕탕 채아람 대표는 디아이티를 “지역 및 관계 주민, 외지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팀을 이루어 공간을 함께 만드는 작업으로, 교육을 기반으로 한 지역 재생 방법”으로 설명한다. ㈜스튜디오우당탕탕은 세종과 대전, 충청도 소재의 쇠락한 원도심을 중심으로 다수의 디아이티 워크숍을 진행해오고 있다. 공간에 대한 기획부터 직접 시공에 참여한 이들은 해당 공간과 지역에 대한 애착이 생기고 함께 작업한 사람들과 연결된다. 디아이티의 또다른 장점은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공간 수리가 가능하고 운영자의 취향과 필요사항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채 대표는 디아이티가 “타 지역의 사람들이 지역살이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이자 자신의 공간을 기획하고 수리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계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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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이티 개념을 처음 제안한 윤주선 충남대 교수(건축학)는 이를 통해 마을과 지역 재생을 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022년 기준 전국의 빈집은 140만호가 넘는다. 방치된 집과 노후화된 건물을 공적 자금으로 재생시키기에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다. 윤 교수는 디아이티를 통해 빈집 혹은 낡은 건물을 보수하면서 사람들을 오가게 하고 공간에 애정과 이야기를 덧입혀 지역에 숨을 불어넣자고 말한다. 디아이티가 그저 여럿이 하는 집수리가 아닌 문화와 환경, 관계성과 부동산적 가치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유행하는 디자인이 아닌 공간과 지역의 맥락을 이해하면서 관심있는 사람들이 공간을 함께 고치고 시공하면 ‘하나이면서 유일한’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 시공과정에서 지역의 특색이 담긴 재료나 이야기가 담긴 재활용품, 폐자재 등을 수리해 활용하니 지역 내 자원순환에도 도움이 된다. 디아이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공간 혹은 지역에 대한 관심이 있거나 시공과정을 즐기기에 참가비도 마다않고 참여한다. 지역 주민이라면 공간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되고, 시공을 배우고 싶어 다른 지역에서 온 참여자도 관계 인구로서 해당 지역에 애정을 갖게 된다. 경제적으로도 고려해 볼 만하다. 방치된 낡은 건물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고치고, 디아이티에서 나온 이야기를 브랜딩에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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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대전 유성구에서 열린 ‘핸드메이드 어바니즘 국제포럼’ 에서 소개된 일본 스페이스아르(R)디자인의 프로젝트는 디아이티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빈집과 노후 건물, 방치된 공간이 문제였다. 요시하라 카츠미 스페이스아르(R)디자인 대표는 20여년전 후쿠오카시 하카타구에 소재한 가족 부동산을 물려받았지만 곧 경영난에 시달렸다. 당시 30년이 훌쩍 넘은 낡은 건물이었기에 손볼 곳도 많았고, 인기도 없었다. 당연히 임대가 원활할 리 없었다. 그렇다고 건물을 허물고 신축하거나 리모델링 전문업체를 쓰기에는 자금 여력이 없었다. 그는 건물을 직접 개보수하기로 결심하고, 오래된 자재와 소품 등을 활용한 손수 제작(디아이와이) 방식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오래된 것에 현대적인 것을 더해 ‘시대를 이식’하는 개념이었다.

2박 3일 간 디아이티 워크숍을 마친 참여자들. 밝은 모습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주)스튜디오우당탕탕 제공
2박 3일 간 디아이티 워크숍을 마친 참여자들. 밝은 모습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주)스튜디오우당탕탕 제공

건물을 함께 고칠 동료를 찾기 위해 요시하라 대표는 ‘시장’을 열었다. 학습 모임을 조직하고, 작업 과정을 담은 사진전을 열고, 고쳐지고 있는 건물을 볼 수 있도록 문을 개방했다. 점차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고 작업 중인 건물에 드나들며 학습과 작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참여자들과 주민이 파티를 열고, 건물 개보수 과정에 대해 함께 얘기하며 느슨하면서도 우호적인 관계들이 만들어졌다. 여러 사람의 땀과 손이 묻은 작업을 통해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건물이 되었다. 다른 건물에 비해 차별성이 확연했고, 이전에 비해 자산가치도 높아졌다. 마을과 건물의 이야기가 덧대어진 공간에서의 관계성은 더욱 숙성되어져 갔다. 문화적으로도 부동산 가치로 보더라도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요시하라 대표는 이러한 방식이 지역에 필요한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며 “새로운 건물을 만드는 것은 문화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건물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문화를 응원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시하라 대표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럿이 참여해 건물을 수리하고 임대하는 법인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한편, 그 과정을 소개하는 비영리법인도 설립했다. 현재는 일본 23개 지역에서 활동가들과 함께 ‘디아이와이(DIY) 리노베이션 위크’를 만들어 연대하며 활동하고 있다.

참여형 시공(디아이티)의 확산을 위해 윤 교수는 관련된 공공의 장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국 포틀랜드와 일본 나가노현의 리빌딩센터처럼 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 목재나 천 등을 다루고, 버려지는 가구나 소품을 수리, 전시하는 공유 공간이 생겨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간들이야말로 지역의 특색을 담은 자원순환의 출발점이자, 지역 활성화를 위한 지역 커뮤니티의 장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이제 부동산 개발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역은 더이상 신축 혹은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할 수 없다. 전국에 방치되어 있는 공간들을 주민 스스로 재생해야 한다”며 마을과 지역재생 방법의 하나로 디아이티의 중요성과 생태계 조성을 강조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변동팀장 ey.y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