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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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혼인 건수가 10년 전과 비교해 40% 급감한 19만여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이상 출생아 수도 9만여명을 기록해, 처음 1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2023년 12월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3673건으로, 10년 전(2013년·32만2807건)보다 40.0% 줄었다. 혼인 건수는 2011년(32만9087건)까지 오르내림을 반복하다가 2012년부터 감소 추세다. 2022년(19만1690건)까지 11년째 줄고 있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미뤄온 결혼이 뒤늦게 이뤄지면서 전년보다 1983건(1.0%) 늘었지만, 월간으로는 지난해 11월(1만6695건)과 12월(1만7582건)에 각각 전년 동월 대비 4.4%와 11.6% 감소하면서 내리막길을 예고했다. 한국은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출생한 아이의 비율이 97.1%(2021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약 60%)에 견줘 매우 높다. 혼인 건수 증감이 출생아 수와 직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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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거 마련 등 경제적 이유가 결혼까지 이어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통계청의 ‘사회동향 2023’을 보면, 20대 32.7%, 30대 33.7%가 ‘혼수비용·주거 마련 등 결혼자금 부족’을 결혼하지 않은 이유로 꼽았다. ‘결혼 필요성 못 느낌’(20대 19.3%, 30대 14.2%), ‘출산·양육 부담’(20대 11.1%, 30대 11.2%) 등 다른 이유를 꼽은 비율을 크게 웃돌았다.

결혼 문턱을 넘어 첫아이를 낳았던 부부들이 둘째를 선택하는 경우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둘째 이상 출생아 수는 1년 전과 비교해 1만2448명 줄어든 9만1700명으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으로 10만명 아래로 내려갔다. 2018년 15만3656명이던 둘째 이상 출생아는 5년 만에 40.0%나 급감했다. 20여년 전만 해도 둘째 이상 출생아 수는 첫아이를 크게 앞섰다. 2000년 33만6천명이던 둘째 이상 출생아 수는 2004년에 첫째 아이에 추월당한 뒤 매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일·육아 양립, 경력 단절, 경제적인 부담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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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결혼 연령도 원인이다. 지난해 여성의 평균 출산연령(33.6살)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202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부 100쌍(200명)이 낳은 모든 합산 자녀가 총 72명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0.55명으로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고, 부산(0.66명), 인천(0.69명), 대구(0.7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전남과 세종이 각각 0.97명으로 출산율이 가장 높았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