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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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통계청이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연간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인 0.72명으로 하락했다고 발표하면서, 정부가 실효성 있는 저출산(저출생)·고령화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시간과 가족·일터에서의 성차별 등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일부에선 정작 정부와 정치권이 현금성 지원 확대에만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 우려의 시선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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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보장 없이 나랏돈 280조원 투입해봤자…

정부가 저출생 현상을 국가적 의제로 설정하고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건 지난 2004년부터다. 이후 정부는 2006년 첫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5년 단위로 기본계획을 갱신해왔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자료를 보면,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고령화 대응 정책으로 분류된 사업에 투입된 정부 예산은 280조원이다. 2004년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보다 1.6배 많은 1.16명이었다.

20년에 걸친 노력에도 저출생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 또는 포기하게끔 하는 사회·경제 구조와 인식이 충분히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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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무상보육 확대와 아동수당 도입 및 확대, 윤석열 정부 들어 더해진 부모급여 등 출산·양육 ‘비용’ 부담 경감 노력은 이어졌지만, 일·가정 양립이 가능할 정도의 노동시간 단축이나 성차별 해소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진석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결혼과 출산을 선택한 사람의 ‘삶의 질’이 보장되도록 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아이를 낳으면 정부가 이런저런 혜택을 줄게 식의 접근은 어느 정도 시효가 만료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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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노동시간과 성평등 수준이 출산율과 분명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것은 많은 연구에서 확인됐다.

한 예로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 2018년 내놓은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과 경제적 영향’ 보고서는, 기혼여성의 노동시간이 주당 1시간 늘면 1년 안에 임신할 확률이 0.3%포인트 낮아지고, 미혼여성이 근무시간 외 일을 하는 경우 1년 안에 결혼할 확률이 3.7%포인트 감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달 펴낸 ‘사회경제적 발전에 따른 출산율과 성평등의 관계에 관한 연구’는, 전 세계 146개 대상 분석 결과 후기 산업화 사회에선 성평등 수준이 높을수록 합계출산율이 높아진다는 분석을 보고한다.

이런 연구 결과에 견줘 현 정부 들어 사회 전반의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성평등을 제고할 정책이 나오지 않는 건 우려되는 대목이다. 외려 지난해 노동시간을 더 늘리는 효과를 가져오는 ‘주 69시간 근무제’를 추진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성평등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폐지 방침에 손발이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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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기획재정부가 검토 중인 출산장려 세제 혜택은 국책연구원조차 효과를 낮게 본다. 권성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27일 펴낸 보고서에서 “20∼30대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아 소득세 부담 역시 낮거나 면세자일 가능성이 크다”며 “소득세 지원을 통한 저출산 대응은 쉽지 않을 것”고 지적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