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6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에서 주민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16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에서 주민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위성으로 측정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추세로 북한의 최근 경제 상황을 가늠한 연구결과가 나와 이목을 끈다. 북한의 주요 경제활동 지역에서 배출된 공해물질량은 최근 5년간 줄곧 감소해 북한이 여전히 경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의 경제 상황은 우리 안보와 직결된 터라 중요성이 크지만 공식적인 지표가 발표되지 않아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펴낸 ‘북한경제리뷰’ 1월호를 보면, 산업·에너지·군수·교통 등에 걸친 북한의 주요 경제활동지역 51곳의 공해물질(이산화질소·NO₂) 배출 추세는 2018년 5월∼2023년 12월 꾸준히 감소했다. 경제활동이 활발할수록 공해물질 배출이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북한 경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공해물질 배출 추세로 가늠해본 북한의 경제 상황은, 한국은행이 매년 7월 내놓는 북한의 경제성장률 추정치 흐름과 유사하다.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2018년 4.5% 감소한 뒤 2019년 0.4%로 반등했지만 2020년부터는 3년 연속 마이너스다. 이 기간 식량 문제 등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이 더욱 황폐해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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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보고서는 북한이 경제 침체를 벗어나려는 노력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고 봤다. 이번 연구에서 보조 데이터로 활용한 야간조도의 흐름이 그 근거다. 야간에 인공위성이 촬영한 북한지역의 밝기를 측정한 정보 값이다. 야간조도는 2021년까지 공해물질과 같이 하락 추세를 보이다가 2022년부터는 흐름을 바꿔 2023년 말까지 상승했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염물질 배출량을 보면, 북한 경제가 여전히 침체를 못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야간조도 상승을 통해 북한이 경제 회복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경제는 제한적인 정보 탓에 그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에 연구자들은 선박 및 버스·트럭의 이동, 야간조도 등 비전통적인 정보를 통해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경제는 정보가 부족해 같은 데이터를 놓고도 정반대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간극을 좁혀보고자 오염물질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 위한 시도”라고 연구 취지를 밝혔다. 북한 경제 연구에 공해물질 데이터를 활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