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로켓배송에 생활용품을 납품하는 ㄱ씨는 최근 담당 비엠(BM·브랜드 매니저)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당혹감에 빠졌다. 지난 6월 쿠팡 쪽이 붙여줬던 ‘어워즈 엠블럼’을 유지하고 싶으면,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라는 요구였다. ㄱ씨는 “광고비·판매장려금 등 명목으로 돈을 받아가던 쿠팡이 새 방법을 들고나온 것 같았다. 신종 갑질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쿠팡이 무리한 공급가 인하 등으로 납품업체와의 갈등을 빚고 있는 데 이어 ‘어워즈 엠블럼’이란 새 제도를 앞세워 납품업체한테 대가를 받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업체들은 “요구를 거부하면 공급가 인하를 압박하는 터라 울며겨자먹기로 엠블럼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1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이 로켓배송 납품업체 대상으로 ‘어워즈 엠블럼’ 제도를 도입한 건 지난 6월이다. 어워즈 엠블럼은 소비자의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출·판매량·리뷰 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한 베스트 상품임을 표시하는 인증 마크다.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하던 당시엔 무료 서비스였으나 한달 뒤인 7월부터는 3~5개월 단위로 업체들에게 대가를 받고 있다. 서비스 사용료는 월 평균 120~180만원 수준이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 ㄴ씨는 “6월에 갑자기 엠블럼을 (무료로) 붙여주길래 판매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기대했다. 7월이 되자 담당 비엠이 엠블럼에 대해 돈 내라고 하더라. ‘그냥 엠블럼을 떼달라’고 요구하자 납품단가 인하 얘기를 꺼냈다”라고 귀띔했다. 이 업체는 더 이상 협상을 하지 않고 엠블럼 사용료 5개월치를 지불했다고 한다. 또다른 납품업체의 ㄷ씨도 “담당 비엠이 우리 업체 수수료율이 너무 낮으니 엠블럼이라도 사용해야 한다고 돈을 요구했다. 납품해야 하는 ‘을’ 처지에서 어떻게 이를 거부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최근 쿠팡이 도입한 유료 설문 프로그램 ‘로켓 서베이’도 논란이 인다. 이 서비스는 로켓배송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설문조사로, 판매자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100명 대상 360만원, 300명 대상 990만원(부가세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해당 안내 메일을 최근 받았다는 한 업체 관계자 ㄹ씨는 “담당 비엠이 따로 전화까지 해서 다음 수수료율 미팅 때 로켓 서베이 관련 논의를 하자고 하더라. 우리로선 압박으로 받아들여졌다”며 “데이터가 ‘돈’인 세상에 이를 수익화하는 것까지 나무랄 순 없지만, 납품가를 빌미로 이를 을에게 강요하는 것은 ‘갑질’ 아니냐”고 말했다.
쿠팡의 이런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도 있어 보인다. 플랫폼(장터)를 확보한 사업자가 이를 빌미로 다른 유료 서비스를 강제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거래상 우월한 사업자가 그 지위를 이용해 상대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제공한 행위(거래상 지위 남용)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쿠팡 쪽은 “해당 서비스는 객관적인 기준을 충족하는 부문별 카테고리 1위 상품을 대상으로 입점 업체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업계에서도 일반적이다. 고객들이 우수한 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입점업체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