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달러 강세가 한풀 꺾이고 있음에도 원화가 힘을 내지 못하고 같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역수지 적자 등 한국 경제 기초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정부가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가운데 원화 가치도 회복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9원 내린 1322.8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 때 달러당 1332.3원까지 오르며 지난해 11월29일(1342원) 이후 약 다섯 달 만에 고점을 찍었다. 종가 기준으로는 4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킹달러’로 불리면서 가치가 상승하던 달러화는 올해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달 19일 101.94로 연초(1월3일)보다 2.47% 하락했다. 이는 달러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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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원-달러 환율도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달러가 약해졌음으로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높아질 수 있어서다. 그러나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4.30% 상승(원화 가치 하락)해 ‘달러 약세’와 ‘원화 약세’가 함께 나타나는 모습을 띠었다. 그러면서 지난달 중순부터는 달러인덱스와 원-달러 환율 방향이 엇갈리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원화는 다른 통화와 비교해도 가치 하락 폭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연초(1월2일) 대비 이달 19일 엔화 가치는 2.43% 떨어졌으며, 유로화의 경우 2.63% 가치가 올라갔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최근 환율 변동성과 변화율의 국제비교 및 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월 중 달러 대비 원화 절하율은 7.4%로 같은 기간 표본 국가 34개국 평균치(3.0%)의 두 배를 웃돌기도 했다.

유독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배경엔 한국 경제 기초체력 악화가 거론된다. 올해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41억3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크다.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 규모(478억달러)의 절반을 벌써 넘어선 것이다. 이달 들어서는 한국 기업에 투자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배당금을 가져가면서 늘어난 달러 수요도 외환시장 수급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해외와의 거래를 통해 오히려 달러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1.5%포인트(금리 상단 기준)까지 벌어진 한-미 정책금리 격차도 원화 약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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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보고서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의 이상 흐름은) 미국 통화 긴축 불확실성에 더해 무역수지 적자 지속 등 국내 요인에도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한다”며 “최근 무역수지가 악화된 타이, 남아공, 아르헨티나 등도 2월 중에 상대적으로 큰 폭의 통화가치 절하를 경험했다”고 분석했다.

향후 원화 가치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수출 여건 등 기초체력 개선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아직은 더딘 중국 경기 회복 수혜가 하반기로 갈수록 가시화되고, 원화도 반등하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3월 이후 원화의 상대 약세는 펀더멘탈(경제 기초체력) 우려 속 달러 수급 악화가 동반된 결과다”라며 “원-달러 환율은 하반기 하락할 가능성이 있으며, 3분기 중국경제 회복 본격화와 맞물려 무역수지 개선 등이 원화 강세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