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물품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항만 야적장. 게티이미지코리아
수출입 물품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항만 야적장. 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 경제의 엔진 구실을 해온 수출 전선에 구조적인 도전이 몰아치고 있다. 최근 수출 감소와 무역적자 누적은 경기 하강이나 특정 품목의 부진 차원을 넘어 수년간 이어져온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가 본격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화하는 미-중 무역 분쟁과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뚜렷해진 공급망 변화, 세계 경제의 블록화 현상 등이 한국의 수출 전선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이 차지해온 한국 수출 시장 1위 자리가 미국으로 넘어갈 조짐을 보이는 것도 이런 구조적 흐름에서 비롯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수출 하강·회복 시기(평균 12개월 지속)와는 양상이 다르다. 향후 수출 부문의 회복 경로를 예상하기 어렵다”며 “수출 전략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대중 수출 비중 19.5%…2004년 회귀

12일 정부와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자료를 보면, 올 들어 1~3월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대중 수출 비중(금액 기준)은 19.5%다. 1분기 실적이긴 하나 중국 수출 비중이 20% 아래로 내려온 건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대중 수출 비중은 22.8%였다. 지난해 초부터 이어지는 디(D)램 값 급락으로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어든 탓이 크다. 대중국 수출 중 반도체 비중은 최근 3년간 약 30%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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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은 2018년부터 발생했다. 대중 수출 비중은 2000년 10.7%에 그쳤으나 2001년 말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중간재 수출 붐을 타고 4~5년 만에 21.3%(2005년)로 올라선 뒤 2018년 26.8%까지 커졌다. 그러나 2018년 가을에 터진 미-중 관세 분쟁이 반도체·통신·이차전지 등 하이테크 부문으로 확대되며 대중 수출 비중은 최근 5년 새 7.3%포인트나 줄었다. 현재 대중 수출 비중은 2004년(19.6%)과 엇비슷하다.

중국 전체 수입시장에서 한국산 제품 점유율도 7.5%(2022년 기준)로, 2001년 이래 가장 낮다. 한국은 2013~2020년 8년 내리 일본을 제치고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1위였으나 최근 2년 연속 대만에 밀려 2위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3년간 한국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평균 하락폭(1.9%포인트)은 중국과 갈등해온 미국 제품의 하락폭(1.3%포인트)보다도 더 크다. 수출이 마이너스(전년 동기 대비)로 전환된 지난해 8월 이전부터 이미 중국 시장 수출에 구조적 변화가 진행됐다는 또 다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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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중국이 ‘제조 2025 전략’(2025년까지 핵심부품·재료 국산화율 70% 달성. 2015년 공표)을 본격 추진한 뒤부터 한·중 양국 간 수출 동조화 현상도 크게 약화됐다”며 “한·중 수출이 보완 관계에서 경쟁 관계로 이미 전환됐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기술력 향상과 내수 중심의 성장 구조로의 전환, 글로벌 공급망의 분절화 심화와 같은 요인이 이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중국의 수입물량 증가폭은 2019년부터 확연하게 낮아졌다. 지난해 중국의 수입 증가율(전년 대비 1.1%)은 세계 5대 무역강국(중국·미국·독일·네덜란드·일본) 중에 가장 낮다. 나아가 수입 중간재를 활용한 수출 정도를 보여주는 중국의 ‘글로벌가치사슬 후방참여 지수’는 2007년 22.4에서 2018~2019년 16.5로 급락한 뒤 2020년에는 15.1로 더 떨어졌다. 중간재 중심의 대중 수출 품목 구성이 이제는 취약점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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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수출 의존 강화…양날의 검

줄어든 대중 수출의 빈 공간을 대미 수출이 일단 떠받치고 있다. 올해 1~3월 수출에서 미국 수출 비중은 17.7%로, 20년 전(2003년 17.7%) 수준까지 올라섰다. 우리의 수출 상위 10개국 가운데 최근 5년간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올 하반기까지 반도체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수출이 호조를 이어가면 미국 비중이 중국 비중을 20년 만에 역전하는 상황이 일어날 공산도 있다. 대미 수출 비중은 2000년 21.8%에서 2005년에 14.5%로 급감한 뒤 2011년엔 10.1%까지 주저앉은 바 있다.

대미 수출 비중 확대는 양날의 칼이다. 미국은 최종재 중심으로 한국·일본·대만·베트남·말레이시아 등 세계 각국 제품이 치열하게 경합하는 시장이다. 무역협회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우리 대미 수출은 특정 품목 집중도가 매우 높다. 미국 시장에서의 수출경합 구도는 우리 수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시장에서 급부상 중인 중국의 존재는 우리에게 큰 부담이다. 한층 강화된 기술력으로 무장한 중국이 미국 시장 내에서 한국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중국은 그동안 만성 적자를 보여온 하이테크 제품 및 자동차 교역에서 지난해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대미 주력 수출품은 자동차(19.7%, 품목 비중, 2021년 기준)와 자동차 부품(7.2%), 반도체(9.4%), 컴퓨터(5.7%)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2018년 미-중 무역분쟁 이전부터 조선·철강·반도체 등에서 중국의 기술추격이 거세게 진행됐는데, 그 후 미-중 전략적 경쟁과 코로나발 공급망 재편이라는 바뀐 통상환경이 중국의 추격을 제약해줘 우리 수출에는 시간을 벌게 해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 수출에서 중국·미국 시장 비중 변화가 오히려 늦게 나타났다는 뜻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의 교역이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어 한국의 수출전략도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