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나라 살림 적자 규모가 1년 전에 견줘 26조원 이상 늘었다. 국세가 전년보다 52조원이나 더 걷히는 등 ‘세수 호황’이었는데도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등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썼기 때문이다. 적자 규모 증가 속도는 나라 경제가 불어나는 속도보다 더 가팔랐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얘기다. 현 정부가 추진한 대규모 감세 조처로 세수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는데다, 경기 불확실성도 확대되는 등 재정을 둘러싼 올해 여건도 녹록지 않은 터라 현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정부가 4일 국무회의를 열어 심의·의결한 ‘2022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64조6천억원이다. 한 해 전에 견줘 적자 규모가 34조1천억원 늘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전년보다 26조4천억원 불어난 역대 최대 수준인 117조원이다. 경제 규모가 불어나는 속도(경상성장률·3.8%)보다 더 가파른 적자 확대다.

이에 따라 재정 건전성을 가늠하는 3대 핵심 지표가 모두 상승했다. 국내총생산(GDP)에 견준 통합재정 적자 비율과 관리재정 적자 비율은 각각 3.0%, 5.4%로, 한 해 전보다 1%포인트 남짓 뛰었다. 국가채무비율(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백분율)도 한 해 전보다 2.7%포인트 상승한 49.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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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규모가 크게 커진 것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한 해 동안 두차례 편성하는 등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대선 전인 지난해 2월 문재인 정부가 단행한 1차 추경은 16조6천억원, 그 이후 윤석열 정부가 한 2차 추경은 55조2천억원에 이르렀다.

재정 건전성 악화는 ‘건전 재정’을 핵심 기조로 삼고 있는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정부는 지난해까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건전성 훼손을 어느 정도 감내한 뒤 올해부터는 지출 관리를 엄격히 해 점차 건전성을 확보해나갈 방침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세수 부족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지출을 줄이더라도 재정적자 확대 가능성은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다 금융 불안과 유가 재반등 가능성 등에 따라 한층 불확실해진 경기 흐름 탓에 재정이 경기를 뒷받침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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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 결산 결과는 국가 재정 운용을 ‘방만 재정’ 혹은 ‘건전 재정’이라는 식으로 이분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기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재정 운용은 안정적 세수 확보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여가면서도 필요에 따라선 적자를 감내하면서도 지출을 확대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세입 세출 결산 결과 남은 세계잉여금(일반회계 기준)은 6조원이다. 이 중 국가재정법(90조)에 따라 지방교부세와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 상환에 우선 쓰고 남은 2조8천억원은 정부가 세수 부족으로 예정된 지출을 못 할 때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쓸 수 있는 여윳돈이다. 다만 기존 예산 사업의 지출을 늘리거나 새로운 사업에 쓰기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만 한다. 정희갑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은 “추경 편성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