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내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내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100만명에게 1명당 숙박비 3만원을, 또 19만명에게 휴가비 10만원을 각각 지원하고 외국인 관광객 비자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 등을 담은 내수 활성화 대책을 29일 발표했다. 국내 관광을 촉진해 둔화하는 내수 소비의 불씨를 살리고 지역 소상공인 등 서민 경제에 온기가 돌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재정긴축 기조, 물가 자극 우려 등으로 재정 투입에 소극적인 까닭에 대책의 파급 효과와 서민 지원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내수 활성화 대책을 보고받고 “전 세계적인 방역 조치 완화와 한·일 관계 개선 등에 힘입어 코로나19로 타격받은 음식·숙박 분야 소비와 관광을 팬데믹 이전으로 되돌릴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며 “민생 안정, 수출 확대 노력에 더해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민·관 합동 내수 붐업 패키지로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재개하는 국내 관광을 본격 활성화할 것”이라며 “정부도 최대 600억원의 재정 지원을 통해 내수 붐업을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는 올해 네이버·야놀자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국내 숙박 상품을 구매하면 1명당 3만원씩 최대 100만명에게 숙박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놀이공원·키즈카페 등 유원시설 할인쿠폰 1만원씩을 18만명에게 제공한다. 숙박과 유원시설 할인 지원은 플랫폼 업체 선정을 거쳐 선착순 방식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여행 가는 달’로 지정한 6월 중 지역 관광과 결합한 고속철도(KTX) 운임을 최대 50% 내린다. 중소·중견기업 근로자 등을 위한 휴가 지원 사업대상은 기존 9만명에서 최대 19만명으로 확대한다. 신청 기업이 10만원, 직원이 20만원을 내면 정부가 10만원을 보태 40만원을 국내 여행 상품 구매에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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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부터 연말까지 신용카드·체크카드 등으로 지출한 영화 관람·책 구매 등 문화비의 소득 공제율을 현행 30%에서 40%로 높인다. 전통시장 카드 지출액의 소득 공제율도 40%에서 50%로 상향한다. 기업이 전통시장에서 선물세트 구매 등을 위해 업무 추진비를 쓰면 그 지출액만큼 비용처리 한도를 10% 늘려주고, 유원시설·케이블카·수목원 입장권 지출액도 추가 비용 처리가 가능한 문화업무 추진비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아울러 올해 외국인 관광객 1천만명 유치를 목표로 입국 편의를 높이고 모든 면세점이 참여하는 ‘코리아 듀티-프리 페스타’ 등 각종 행사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미국·영국·일본 등 22개국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 외국인이 사전 신청해야 하는 전자여행허가제(K-ETA)를 내년까지 면제하고, 코로나로 중지했던 환승관광 무비자 제도(제주도 및 제3국으로 가는 국내 공항 환승 외국인의 무비자 입국 허용)도 이르면 5월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중국·일본·동남아 항공 노선은 오는 9월까지 코로나 이전의 90% 수준으로 증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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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지원 방안도 일부 담았다.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햇살론카드 보증 한도와 미소드림적금의 불입액 한도·금리를 상향하고, 전세 사기 피해자는 거주 중인 집의 경·공매가 끝나기 전에도 이사를 갈 수 있게 저리 전세자금 대출을 지원한다. 주거용 오피스텔(아파텔) 담보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방식은 오는 5월 중 실제 약정 만기를 반영하는 쪽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정부는 숙박·휴가비 지원 등에 들어가는 600억원 규모의 이번 대책 재원을 관광진흥개발기금 운용계획 변경 등을 통해 마련했다. 일반 예산은 투입하지 않는다. 최근 급증하는 내국인의 외국 관광 수요를 국내로 돌릴 파급력 있는 대책이 빠진 배경이다. 애초 이번 내수 활성화 정책은 윤 대통령이 앞서 지난달 2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고물가, 고금리 과점체계 부작용으로 서민이 많이 어렵다. 경제 부처가 협의해 내수 활성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며 준비됐다. 그러나 관광 촉진에 무게를 둔 내수 활성화 대책에서 서민 지원책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기재부는 이례적으로 이번 대책의 기대 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지도 않았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