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는 지난해 말, 올해 미국 경제가 4.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다른 기관들도 비슷한 예측치를 내놨다. 이 숫자를 보면서 ‘우리나 남이나 전망을 막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20년 넘게 연평균 1.5% 성장하던 나라가 갑자기 4.0% 성장을 한다면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여러 차례 하향 조정을 거쳐 성장률 예상치가 1%로 모이고 있다. 내년은 어떨까?
내년 경제에 대한 걱정이 많이 나온다. 심각한 경기 침체는 물론이고, 선진국에서 이런저런 행태로 위기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11월까지 한국은행을 포함해 주요 7개 국내외 기관은 내년 경제 전망치를 내놨다. 국내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9%다. 주요 9개 외국계 투자은행(IB) 전망치는 1.1%로 집계됐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아이엠에프 등 국제기관이 1%, 투자은행이 0.3%의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해당 숫자를 잘 살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라고 얘기한다. 이 뜻은 국내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로 투입했을 때 올릴 수 있는 성장률이 2%라는 것이다.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도 잠재성장률과 비슷한 2%대 초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내년에 1%대 초반의 성장을 한다면 이게 정말 심각한 경기 침체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잠재성장률이 2%인 상황에서 1% 조금 넘게 성장한다면 이는 경제가 약간 둔화하는 거지 심각한 침체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사정도 비슷하다. 내년에 0%대 성장을 한다고 하더라도 20년간 이어오던 평균 성장률 1.5%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경제에 대한 잘못된 예측이 올 한 해 동안 주식시장을 괴롭혔다. 새롭게 경제를 전망할 때마다 예상치가 크게 하향 조정됐고, 그에 비례해 경기 침체의 공포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반기에 그 정도가 특히 심해 금리 인상과 함께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말과 숫자가 맞지 않을 경우 이는 주식시장에 두 가지 형태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내년에도 경제전망치가 올해처럼 크게 하향 조정된다면 주가에 부담이 될 것이다. 올해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년 성장률이 예상만큼 둔화하는데 그치거나, 이보다 더 낮아지더라도 마이너스까지 떨어지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은 더 이상 경기 둔화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지난 9~10월 주가가 크게 떨어질 때 시장이 예상하는 성장 전망치가 충분히 낮아지는 등 반영됐기 때문에 추가로 떨어질 부분이 없어서다.
경제변수는 다른 어떤 것보다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경제 전망이 한쪽으로 쏠리면 주가 전망도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주가가 많이 내려가면 통상 전망도 비관적으로 나온다. 올해 주가가 많이 내려가면서 내년 전망이 좋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다만, 심각한 경기 침체와 경제 위기 가능성이 난무하는 지금, 경제에 대한 예측이 정확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주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