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레고랜드 사태에서 촉발된 채권시장 자금경색 상황을 타개하고자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사진은 24일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 연합뉴스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에서 촉발된 채권시장 자금경색 상황을 타개하고자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사진은 24일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 연합뉴스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사태 수습을 위한 정부 지원 대책이 시행됐지만, 시장은 ‘눈치보기’ 국면에 들어갔다. 이번 일이 벌어진 배경과 시장의 우려가 확대된 이유, 향후 전망 등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본다.

―레고랜드 사업이 뭔가?

“레고랜드는 강원도가 영국 멀린 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춘천시 의암호 내 섬에 건설한 레고를 테마로 한 놀이공원이다. 지난 2012년 강원도와 멀린 쪽이 공동 출자해 개발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를 설립했고, 10년 만인 올해 5월 개장했다.”

―레고랜드와 금융시장은 무슨 관계인가?

“레고랜드 개발 배경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이 있다. 피에프는 부동산 개발을 통해 얻을 미래 수익을 상환 재원으로 삼아 개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기법이다. 금융회사들은 피에프 사업 주체인 개발 시행사에 직접 대출을 한다. 그리고 일부 금융기관들은 대출 채권을 유동화회사(SPC·에스피시)에 양도하고, 에스피시가 실물자산 및 채권을 기초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증권사 보증 아래 발행해 다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도 한다. 부동산 담보 대출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레고랜드 개발 사업으로 향후 1천억원의 분양 수익이 기대된다면 이를 담보로 증권사가 만기 1년짜리 단기 어음을 발행해 투자자들로부터 500억원을 모아서 시행사인 중도개발공사에 대출해주는 구조다. 이번 레고랜드 사태는 자산유동화증권의 일종인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이비시피)이 부도가 나면서 문제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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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는 왜 빚을 안 갚겠다고 했던 건가?

“중도개발공사가 빌린 대출금은 모두 2050억원이다. 만약 공사가 이 돈을 갚지 못하면 강원도가 대신 대출을 상환하기로 약속했었다. 강원도 쪽이 지난달 말 공사를 회생 절차(법정관리)에 넣겠다고 하면서 지방자치단체마저 빚을 안 갚겠다는 거냐는 논란을 낳았던 것이다. 강원도는 레고랜드 개발 사업 부실을 털어내기 위한 것이고 빚 상환은 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채권단 생각은 달랐다. 강원도의 일방적 결정을 믿지 못하고 결국 채권단이 이달 초 2050억원 에이비시피를 부도 처리했다.”

―지자체 문제인데, 시장 전체로 확대된 이유는 뭔가?

“레고랜드 개발 사업의 에이비시피의 경우 강원도가 채무 보증을 섰다. 그런데 에이비시피가 부도 처리되자, 지자체가 보증한 기업어음도 부도가 나는 판국이라면서 투자자들이 공포에 휩싸였다. 투자자들이 다른 부동산 개발 사업, 단기어음, 회사채 등에 대해서도 불신을 가지면서, 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특히 시장은 그렇지 않아도 빠른 금리 상승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상태였다. 강원도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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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뭔가?

“정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50조원+알파’ 유동성 공급 대책은 투자자들 대신 회사채, 단기어음 등을 사들여 막힌 자금 조달 창구를 뚫어주는 것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되나?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으로 시장 공포가 다소 누그러졌으나, 부동산 피에프발 위기는 여전히 잠재돼 있다고 우려한다. 빠른 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호황을 타고,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 금융권 부동산 피에프 대출은 38조8천억원에서 112조2천억원으로 73조4천억원(189.2%) 급증한 상태다. 부동산 피에프 대출과 연관된 유동화증권 규모도 2014년 20조9천억원에서 올해 6월 39조8천억원으로 18조9천억원(90.4%)이나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과거 금융위기와 저축은행 부실 사태 때보다는 신용 보강에 참여한 증권사·건설사의 신용도가 높고, 개발 사업 대출의 담보 비율도 높은 편이지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 ‘약한 고리’인 부실기업을 중심으로 위기가 터질 가능성이 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