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레고랜드. 연합뉴스
춘천 레고랜드. 연합뉴스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 여파로 우량 회사채로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회사채 자금조달이 막힌 기업들은 고금리를 감수하고 은행 대출로 몰리고 있다. 대기업들은 내년 자금 운영·조달 계획을 재점검하는 등 급격한 신용 경색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23일 금융투자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신용도 우량등급(AA급)인 기업들의 회사채가 팔리지 않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엘지(LG)유플러스(신용등급 AA)는 지난 19일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1000억원어치만 유효 주문이 들어왔다. 이후 500억원어치는 주관사가 떠안아 발행을 가까스로 마무리했다.

한화솔루션(신용등급 AA-)도 지난 20일 회사채 1500억원어치 발행을 계획했으나 대규모 미매각이 생겼다. 연 6% 금리를 내세운 2년물만 130억원치 팔렸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을 하는 한화그룹의 주력 계열사다. 이 회사가 올해 1월 발행한 회사채(2300억원)에 7600억원의 기관 수요가 몰렸을 때와는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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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동일한 신용등급(AAA)을 보유한 한국전력 채권(한전채)도 5년물의 경우 발행에 실패했다. 지난 21일 연 6%에 육박하는 금리를 내걸고도 발행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 한전 재무처는 “금융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유동성에 문제가 없도록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한전채는 올들어 막대한 물량을 쏟아내며 채권시장 유동성을 강력히 흡수하고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채 발행시장은 완전히 얼어붙은 상황이다. 한전채도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일반 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언감생심이다. 정부가 채권안정펀드 등 유통시장 중심의 대책만 내놔서는 시장 경색을 완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회사채 발행 규모는 올 하반기 이후 급격히 축소됐다. 올 상반기까지는 매달 7조~8조원대를 유지했지만 지난 7월 6조원대로 8·9월에는 5조원대로 떨어졌다. 특히 10월 들어서는 지난 20일까지 1조4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는데, 순발행액 기준으로는 3조원 이상 마이너스 상태다. 신규 발행액보다 만기 상환액이 훨씬 더 큰 것인데, 그만큼 회사채 차환 발행이 순탄치 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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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발행시장이 막히면서 기업들은 금융권 대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전국 제조업체(217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들의 1순위 자금조달 수단은 은행·증권사 차입이 64.1%로 제일 많았다. 주식·채권 발행은 7.1%에 불과했다. 대한상의는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회사채 발행이 막히면서 고금리 부담에도 금융권 대출 의존도가 더 커지고 있다. 설령 회사채로 조달이 가능해도 투자적격등급 하단(BBB) 기업들은 연 10%가 넘는 발행금리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로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재무적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내년 사업계획이 마무리 단계인데 자금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아 재검토하고 있다. 내부 유보자금과 회사채 차환 일정, 주요 협력사 자금 사정까지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현금 중심의 내실 경영에 주력하고 불요불급한 자금 유출을 최소화하는 등 각 계열사별로 세부적 대응을 해가려 한다”고 말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