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첫 공급대책인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서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의 눈길을 끄는 부분은 ‘청년원가주택’, ‘역세권 첫집’ 등의 공급 계획이다. 이들 주택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여당이 집값 폭등 현실에 좌절한 ‘2030세대’를 겨냥해 약속한 것으로, 진입장벽을 낮춘 부담 가능한 공공주택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이었다.

정부는 이번 공급대책에서 당시 공약에 맞춰 앞으로 5년간 총 5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또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거사다리’로 임대와 분양을 혼합한 민간분양 주택 새 모델인 가칭 ‘내집마련 리츠주택’을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여기에다 땅은 매각하지 않고 건물만 분양하는 ‘반값 주택’인 토지임대부 주택의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책도 검토하기로 했다. 과연 이들 3가지 주택 유형이 정부의 표현대로 청년층의 ‘끊어진 주거사다리’를 복원하는 구실을 할 수 있을까?

■ 청년원가·역세권 첫집 통합 브랜드화, 새 ‘로또주택’ 탄생?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은 애초 공약에선 각각 30만호, 20만호 공급계획이 제시됐으나 정부를 이를 통합 브랜드화하고 5년간 50만호를 확보하기로 했다. 청년원가주택은 입주 대상이 청년·신혼부부이고, 역세권 첫집은 공급 대상지가 역세권이라는 특징이 있을 뿐 결국 청년층에 좋은 입지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는 같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공공택지 개발과 도심 정비사업의 용적률 상향에 따른 기부채납 물량 확보 등을 통해 시세의 70% 이하인 건설원가 수준으로 공공분양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게 핵심이다.

공급 대상은 청년(19~39살)과 신혼부부(결혼 7년 이내 등),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이다. 소득요건은 민간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요건(월평균 도시근로자소득의 140~160%) 이내로 검토된다. 또 목돈이 없는 청년층의 경제 여건을 고려해 40년 이상 장기 대출을 저금리로 지원하는 금융지원도 함께 제공해 초기 부담을 낮추게 된다. 대선 공약에선 분양가의 20%만 내면 나머지는 장기대출을 해주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구체적인 금융지원 대상은 주택유형, 소득요건을 고려해 다음달 발표되는 ‘청년주거지원 종합대책’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공공성 확보를 위해 청년원가주택 등은 5년간 의무 거주기간이 적용되며 이후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에 환매할 수 있다. 이때 매각 시세차익의 70%는 수분양자에게, 30%는 공공기관에 귀속된다. 입지는 청년층의 수요가 많은 역세권, 교통이 양호한 공공택지 등에 집중된다. 3기 새도시 등 공공주택지구의 경우 전체 주택공급 물량의 30% 이상, 역세권 정비사업의 기부채납 물량, 도심복합사업지 등에서 공급물량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도시재생혁신지구 물량 등도 청년층을 위한 원가주택으로 공급될 전망이다. 당장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추진하는 고덕강일지구(850호) 토지임대부 주택과 용산역 도시재생지구(330호) 등을 이 물량으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주택 유형도 청년·신혼부부의 수요에 맞춰 주택의 평면과 구조, 디자인, 부대시설 등 설계를 다양하게 구성해 공급된다.

특히 수요자들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올해 첫 사전청약으로 공급되는 물량이 개략적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대상지는 3기 새도시인 고양창릉, 남양주왕숙, 부천대장으로, 연내 3천호 정도가 사전청약 방식으로 공급될 계획이다. 이들 지역은 공공분양 사전청약이 시작돼 인기를 끌고 있는 곳으로, 모두 교통여건이 양호해 청년들의 선호도 역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업계에선 청년원가주택의 추정 분양가를 ‘시세의 60~70%’ 수준으로 가정할 때 고양창릉 전용면적 59㎡의 경우 4억원대 초반에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공급된 고양창릉 공공분양 전용 59㎡의 추정분양가는 4억6천~4억7천만원이었는데, 이는 ‘택지 간이감정가+건축비+가산비용’으로 이뤄진 분양가상한제 적용 가격이었다. 국토부는 청년원가주택의 경우 공공환매를 적용하고 시세차익도 일부(30%) 회수하는 만큼 택지비를 낮춰 기존 공공분양의 분양가상한제 가격보다는 분양가를 좀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선 청년층을 배려해 초기 부담을 낮춘 청년원가주택은 입지에 따라선 시세차익이 커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 새로운 ‘로또주택’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대기수요에 견줘 공급 물량은 적을 것으로 보여, 인기 지역에선 청약 경쟁이 과열되는 부작용도 우려하고 있다. 다만, 분양가격이 시세의 60~70%라고 해도 5년간 집값 상승률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면 환매 때 차익 30%를 제외한 수분양자의 실제 시세차익(수익)은 소폭에 그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경쟁이 있을 때 입주자 선정 우선 순위를 어떻게 정할지도 관심사다. 소득수준이 더 낮은 수요자에게는 일정 물량을 우선공급하는 방안, 당첨 기회를 폭넓게 주기 위해 추첨제를 적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데, 구체적인 입주자 선정 방안은 다음달 확정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큰 사회초년생과 2030세대가 선호할 만한 도심지역 물량이 어디서, 어느 정도 물량이 나올지가 최대 관심사”라면서 “비교적 차익 기대가 큰 입지로 수요가 쏠리는 청약 양극화 현상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 민간임대 신모델 도입·토지임대부 주택 활성화

임대·분양을 혼합한 형태의 민간분양 주택인 ‘내집마련 리츠주택’이 새로운 주거사다리 모델로 도입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는 최장 10년 동안 임대로 거주한 뒤 분양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형태의 주택으로, 임대기간 6년, 8년차에는 조기분양도 허용되는 게 특징이다. 현행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과 달리 임차인에게 우선 분양 선택권이 주어지는 셈이다.

광고

이 주택의 공급대상은 무주택 서민이며, 공공지원 민간임대 용지로 공급될 예정인 택지 6만호 가운데 우수 입지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일반분양분을 리츠가 매입해 이 유형으로 공급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올해 시범사업 택지 공모를 거쳐 첫 입주자 모집은 내년 하반기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물량과 입지는 시범사업 추진 후 시장 반응 등을 보면서 확대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입주 시에는 분양가의 절반을 보증금으로 선납하고, 나머지 절반은 분양 전환 시 감정가로 납부하게 된다.

‘반값 주택’으로 알려진 토지임대부 주택 관련 제도도 개선된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는 사업시행자가 소유하고 주택 소유권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저렴하게 공급되는 주택을 말한다. 개선안을 보면, 현재는 소유자가 주택을 매각할 때 환매할 수 있는 사업자로 한국토지주택공사만 허용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환매 사업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 등 지방공기업으로 확대된다. 이는 서울주택도시공사가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에 적극 나서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광고
광고

아울러 임대료 상한이 설정돼 있어 사업성이 낮다는 의견을 반영해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입지 특성 등을 감안해 토지임대료를 상·하향 조정해 운용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현재 토지임대료는 조성원가 또는 감정평가액에 3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을 곱한 금액을 책정하도록 돼 있으나, 앞으로는 차등 책정이 가능해져 사업 주체의 공급 여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제도 확산을 위해 지자체장이 적정 수준의 수분양자(계약자) 이익을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현재는 수분양자가 토지임대부 주택을 되팔 때 분양대금에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이자율을 적용한 이자를 더한 금액이 환매가격으로 정해지는데, 수분양자의 주거상향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적정 수준의 이익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주택도시공사는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5년간 1만호 안팎의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할 계획인데, 연내 고덕강일지구(850호)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