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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보험 호갱’이 공개한다, 모두에게 절실한 ‘오답 노트’를!

등록 :2022-01-25 04:59수정 :2022-01-25 09:43

만기 환급형? 보험은 적금이 아니다
‘기본+특약’ 보장 보험료와 달리
적립 보험료, 보장서 빠지는 데다
납입액 대비 투자 기대가치 낮아
가입 초기 보험금 수령 필요할 땐
비갱신형보다 갱신형이 나을 수도

안녕하세요. <한겨레> 경제산업부 금융팀에서 일하고 있는 노지원 기자입니다.
나이는 30대이고 올해 기자생활 8년 차입니다. 사회초년생은 아니지만 지난해 10월 보험업계를 취재하기 전까지 자동차보험 외에는 스스로 실손의료보험이나 종합건강보험에 가입해 본 적이 없는 ‘보험 초보’임에는 틀림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보험 설계사’로 일하는 엄마 친구의 부탁으로, 은행원의 권유로 종신보험부터 실손, 종합건강, 운전자보험, 방카슈랑스까지 다양한 보험 상품에 가입했었습니다. 하지만 금융 기자로 일한 지 첫 달, 스스로가 ‘보험 호갱’이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보험 오답 노트가 저와 비슷한 ‘보험 초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토스가 소개해 준 보험 ‘전문가’ 만난 썰…“보험료 어마어마하게 내시네요”

“보장은 부족한데 보험료는 많은 편이에요.” 간편 송금 서비스 때문에 자주 이용하던 금융 플랫폼 토스가 메시지를 띄웠다. 또래인 30대 여성들이 보험료로 한 달에 평균 15만원을 내는 데 비해 내가 많은 보험료를 내고 있다고 했다.

“보험료가 왜 많은지 궁금하세요?” ‘도움받기’ 버튼을 누르자 한 ‘전문가’와의 채팅 상담이 시작됐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보험 전문가 ○○○입니다. 보험 분석을 도와드릴게요”, “보험료를 어마어마하게 내고 계시네요.” 곧바로 전문가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나를 직접 만나 나의 보험을 분석해주겠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기자가 토스가 소개해준 보험 전문가와 대화한 내용. 토스 화면 갈무리
지난해 10월 기자가 토스가 소개해준 보험 전문가와 대화한 내용. 토스 화면 갈무리

며칠 뒤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그를 만났다. “가지고 계신 ○○화재 종합, 운전자보험 등 다 합해서 총 보험료를 1억원 이상 내시는 것보다 7000만원은 줄어드는 (새) 플랜입니다. 암도 5000만원 풀로 넣어서요. 7000만원이면 벤츠 한 대 사시겠네요.” ‘전문가’는 기존에 내가 들고 있던 보험의 문제점을 2시간 가까이 지적하며 자신을 통해 새로운 보험 상품에 가입할 것을 넌지시 권했다.

잘못된 보험을 왕창 들고 있었다는 생각에 가입했던 보험 대부분을 덜컥 해지했다. ‘전문가’가 권유한 보험 상품 가입도 미뤘다. 또다시 ‘호갱’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보험사들과 보험 관련 소비자 단체에 두루 물어 내 보험이 정말 뭐가 문제였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오답 노트 #1: “만기 환급형이라고요?”…‘적립 보험료’는 피하자

매달 내는 보험료는 일반적으로 보장 및 적립 보험료로 구성된다. 보장 보험료란 기본계약 보험료에 특약 비용이 더해진 금액이다. 이 비용으로 보험사는 내가 다치거나 병들었을 때 보험금을 준다. 한편, 적립 보험료는 보장 비용에 포함되지 않고 쌓인다. 만기가 왔을 때 ‘환급금’으로 돌아온다. 보험사는 적립 보험료라는 자산을 운용해 고객에게 돌려주지만 보험사 특성상 자산 운용을 보수적으로 해 수익률은 상당히 낮다.

원래 보험은 말 그대로 예기치 못한 불의의 사고를 당해 큰 병원비를 내야 하거나, 출근하지 못해 생활비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 드는 금융 상품이다. 자산을 불리기 위한 상품이 아니라 ‘지키기 위한’ 상품이다. 다만 보험 소비자가 ‘맨날 보험금을 내기만 하고 돌려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불만을 터뜨리자 보험사들이 보험료 가운데 일부를 돌려주려 장치를 만들었다. 그게 만기 환급형 보험이다. 하지만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라 보장성 보험의 경우 만기 환급금이 소비자가 낸 보험료 총액보다 많을 수 없다. 곧, 보험 상품을 ‘적금’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주식, 코인 등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라면 적립 보험료는 최대한 줄이고 그 비용으로 은행 적금, 펀드에 가입하는 등 투자를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조차도 “젊은 사람 입장에서는 적립을 많이 넣을 필요가 없다”며 “보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험 설계사가 ‘만기 환급형’이라고 하면서 적립형 보험 상품을 권할 수 있는데, 이때 꼼꼼히 따져보자. 적립이 없는 ‘순수 보장형 상품’을 택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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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답 노트 #2: 갱신형? 비갱신형?…뭘 선택해야 하는 걸까?

보험 담보는 기본적으로 ‘비갱신형’, ‘갱신형’으로 구성돼 있다. 비갱신형 담보의 보험료는 고객이 처음에 가입할 때 금액 그대로 쭉 납부 만기까지 간다. 갱신형은 갱신 시점이 돌아오면 보험료가 변한다. 예컨대 ‘3년 갱신, 72년 납부, 100살 만기’라고 하면 72년 동안 3년 주기로 보험이 갱신되며 보장은 100살까지라는 뜻이다. 해당 보험사 고객들이 보험금을 많이 타서 손해율이 많이 나면 갱신형 보험료가 올라가고 그렇지 않으면 낮아진다. 일반적으로 보험료는 오르는 추세다. 특히 질병 위험률은 나이에 따라 더 높아지기 때문에 질병 담보의 보험료는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오를 가능성 크다.

얼핏 보면 갱신형보다 비갱신형이 좋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갱신형 담보는 일단 매월 내야 하는 보험료가 싼 편이다. 보험료가 매년 오르겠지만 비갱신형 담보의 초기 비용이 상대적으로 갱신형보다 높게 설정되는 것과 비교하면 결과적으로 비슷할 수도 있다. 오히려 보험에 가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상해, 질병으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됐을 경우 낸 돈에 비해 지급되는 보험금이 더 많을 테니 이 경우 비용이 더 저렴한 갱신형이 더 유리할 수 있다. 물론 내가 언제 다치고, 아플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해보고 선택해야 한다.

반대로 조금 비싸더라도 매년 보험료가 바뀌는 등 변동성을 차단하고 싶다면 비갱신형이 낫다. 은행 금리로 따지면 변동금리냐, 고정금리냐의 문제와 비슷하다.

오답 노트 #3: 시시각각 변하는 ‘보장 범위’…담보 더하기 빼기 하자

2016년 2월께 당시 28살이었던 내가 가입한 한 손해보험사 종합건강보험 상품의 담보 중에는 ‘뇌출혈 진단비’, ‘급성심근경색증 진단비’가 포함돼 있었다. 이 담보에는 문제가 있다. 뇌혈관, 심장혈관질환에 대한 보장 범위가 가장 심각한 상태인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으로 매우 좁게 설정돼 있다는 것이다. 해당 보험 계약대로라면 내가 뇌혈관이나 심혈관 쪽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뇌혈관이 터지거나(출혈), 심혈관이 막히는(심근경색) 지경이 아니라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최근 의료 기술이 발전하고 그에 따라 보장 범위도 달라지면서 불과 몇 년 전보다 광범위하게 보장되는 상품이 나오고 있다. 혹시 자기가 꽤 오래전 가입한 보험의 암, 뇌혈관, 심장혈관질환의 보장 범위가 좁다면 보험 설계사나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 이를 대체할 담보가 나온 것이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더 나은 담보가 있다면 기존 보험에서 해당 담보를 빼고 새로 필요한 담보를 포함한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보험다모아 애플리케이션 화면 갈무리
보험다모아 애플리케이션 화면 갈무리

뇌혈관질환은 심각성에 따라 뇌혈관질환→뇌경색→뇌출혈 순으로 나뉘는데, 보험 담보는 가능한 한 가장 넓은 범위인 뇌혈관질환부터 보장되는 게 좋다. 심장질환도 마찬가지다. 심장질환의 경우 허혈성→협심증→급성심근경색 순으로 상태가 심각하다. 이왕이면 허혈성 심장질환부터 보장이 들어가는 담보가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건강보험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암, 심장, 뇌혈관질환 외에 다른 담보도 마찬가지로 틈나는 대로 보장 범위의 변화를 따져보는 것이 손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보험의 본질은 ‘보장’이다. 해당 상품이 미래에 대한 나의 걱정을 제대로 덜어줄 수 있는지 소비자 스스로 잘 따져야 한다.

 오답 노트 #4: 꼭 보험 하나 들고 싶다면…‘실손’ 하나만 제대로 챙겨보자

홧김에 기존에 든 실손을 포함한 모든 보험을 해지한 뒤 딱 한 번 후회한 순간이 있었다. 피부 질환으로 병원에 갔는데 진료비는 건강보험으로 단 몇천 원에 그쳤지만, 의사는 빠르게 치료하고 싶다면 레이저 시술을 받으라고 권했다. 레이저 시술은 건보 비급여 항목으로 값이 4만∼5만원에 달했다. 써야하는 치료제도 비급여로 하나에 5만원 정도로 비쌌다. ‘내가 실손을 하나 유지했더라면 상당 부분은 실손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않은 급여 자기부담금 및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장을 받고 싶을 때 실손보험이 필요하다.

예컨대 현재 국민건강보험이 암 치료비의 90%를 보장해준다고 하더라도 병원에서 신기술을 활용한 치료를 받으려 할 경우 비급여 항목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자신이 비급여 항목 진료를 거의 받지 않고, 혹시 나중에 받더라도 평소 내는 보험료를 모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실손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실손만이라도 가입해 치료방법 선택지를 넓혀두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 가입할 수 있는 실손보험은 4세대 보험으로 1∼3세대보다는 건강보험 자기 부담금이 급여 20%, 비급여 30%로 상대적으로 높긴 하지만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실제 병원에 잘 가지 않는 사람의 경우 보험료가 내려가는 등의 장점이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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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은 굳이 설계사를 통해 가입할 필요가 없다. 손해보험협회가 운영하는 ‘보험다모아’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자신에게 적합한 실손의료보험 상품 가격을 비교해본 뒤 해당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다이렉트로 가입할 수 있다. 30대 여성인 내가 조회해보니 최소 9000원대에서 최대 1만2000원대까지 대략 1만 원짜리 상품들에 대해 안내받을 수 있었다.

다만 이때 보험사를 고르는 팁은 조금 더 발품을 팔아 보험사의 ‘손해율’을 따져보는 것이다. 보험사의 손해율, 곧 고객들이 보험금을 많이 타 보험사에 손해가 발생하는 비율이 높을 경우 갱신 때 보험료가 확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손해율은 손해보험협회나 생명보험협회의 ‘보험료 인상률 및 손해율 공시’에서 최근 3년 동안 손해율을 체크해보자. 손해율이 100%에 못 미칠수록 손해율이 낮은 것이고 100%를 많이 넘어설수록 손해율이 높아 갱신 때 보험료가 크게 오를 우려가 있다.

 오답 노트 #5: 운전자보험, 꼭 가입해야 할까?…자동차 보험 법률지원 특약도 방법

운전자라면 매년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 보험과 달리 ‘운전자보험’은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다. 자동차 보험이 사고에 따른 대물, 대인에 대한 민사적 배상에 대해 보장을 해준다면, 운전자보험은 자동차 사고로 인한 형사적 책임, 곧 벌금이나 형사합의지원금, 변호사 선임비용 등을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다르다. 운전자가 음주운전,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과속,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운전 의무 위반 등 12대 중과실을 범해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 형사적 처벌을 받는데 이때 운전자보험이 각종 비용을 보장해준다.

나의 경우 기존 종합건강보험에 교통사고처리지원금, 자동차 사고 변호사 선임비용이 이미 포함돼 있었음에도 매월 3만원씩(적립 보험료가 2만원) 내는 별도의 운전자보험을 5년 동안이나 유지하고 있었다. 다시 보험을 설계해본다면 대안으로는 1만 원짜리 운전자보험에 가입하는 방법이 있다. 적립 보험료를 싹 빼고 기본 보험료에 필요한 특약만 넣어 최저가로 구성하면 부담을 줄이면서도 보장을 받을 수 있어 좋다.

매월 1만원이라도 부담된다면 매년 가입하는 자동차 보험에 ‘법률 비용 지원’ 특약을 넣는 방법이 있다. 기존 운전자보험보다 보장 범위가 작을 수 있지만 보장 범위가 넓은 특약을 선택할 경우 어느 정도 보완이 되고 이 경우에도 보험료 부담을 단 몇만 원으로 줄일 수 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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