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브로이가 만든 곰표밀맥주. 시즌2는 제조사 이름이 세븐브로이→제주맥주로 바뀌었을 뿐, 패키지는 거의 똑같다. <한겨레> 자료 사진
세븐브로이가 만든 곰표밀맥주. 시즌2는 제조사 이름이 세븐브로이→제주맥주로 바뀌었을 뿐, 패키지는 거의 똑같다. <한겨레> 자료 사진

“새로운 고객 경험을 선보이기 위해 시즌2를 만든다더니…. 기존 곰표밀맥주랑 맛도 패키지도 거의 똑같다고?”

2020년 출시 후 5800만 캔이 팔려나간 수제맥주계의 메가 히트작 ‘곰표밀맥주’를 둘러싸고 ‘아름답지 못한’ 이별을 했던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맥주가 결국 법정 다툼까지 벌이게 됐다. 오는 22일 예정된 시즌2 출시를 앞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세븐브로이맥주 쪽은 지난달 말 “대한제분이 새 파트너 제주맥주와 손잡고 오는 22부터 본격 출시할 예정인 ‘곰표밀맥주 시즌2’가 기존 제품 맛과 향은 물론 패키지까지 거의 흡사하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판매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이어 세븐브로이 쪽은 “우리 레시피를 참고 혹은 도용한 것은 부당행위에 해당한다”며 다음 주 대한제분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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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겨레>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22일 시중에 풀릴 예정인 ‘곰표밀맥주 시즌2’의 패키징과 맛이 세븐브로이의 기존 시즌1 제품과 거의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곰이 맥주잔과 밀을 들고 있는 모습, ‘스위트하게~위트있게~’라는 글귀도 그대로다. 달라진 점은 제품 상단에 쓰인 제조사 이름이 ‘세븐브로이’에서 ‘제주맥주’로 바뀐 정도다.

맛도 흡사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복숭아향을 첨가해 상큼하다는 느낌을 줬던 시즌1 제품과 마찬가지로, 시즌2 제품 역시 복숭아향이 첨가됐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제품을 마셔봤는데, 일반인 입맛으론 큰 차이점을 느낄 수 없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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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브로이가 만든 곰표밀맥주. 시즌2는 제조사 이름이 세븐브로이→제주맥주로 바뀌었을 뿐, 패키지는 거의 똑같다. 세븐브로이 제공
세븐브로이가 만든 곰표밀맥주. 시즌2는 제조사 이름이 세븐브로이→제주맥주로 바뀌었을 뿐, 패키지는 거의 똑같다. 세븐브로이 제공

세븐브로이 쪽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상표권 계약은 지난 3월31일 종료됐지만, 계약서에 따라 세븐브로이는 완제품 재고 물량 소진을 위해 6개월간인 9월 말까지 ‘곰표밀맥주’ 판매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즉, 향후 3개월 이상 제조사 이름만 다른 똑같은 제품 두 가지가 동시에 판매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세븐브로이 쪽은 곰표밀맥주 시즌1의 ‘레시피’가 도용됐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수출계약을 위해 대한제분 쪽에 제출했던 레시피가 제주맥주 쪽에 넘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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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브로이 관계자는 <한겨레>에 “기존 제품과 패키지는 물론 맛까지 똑같은 시즌2 맥주가 9월까지 동시에 깔리게 되는 셈인데, 소비자 입장에서 분간이나 할 수 있겠냐. 레시피 참고(도용)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일단 판매금지가처분신청에 대한 신문기일이 21일로 잡혔는데, 대한제분 쪽은 기일 연기를 주장하면서도 제품 출시일은 22일로 못 박고 있어 답답하다”고 전했다.

세븐브로이는 계약 연장을 전제로 늘어난 수요량을 감당하기 위해 맥아 수입량을 늘리고 올해 말까지 롯데칠성음료와 오이엠(OEM)까지 체결한 상태에서 계약 종료를 당해 손해가 막심한 데다 이제 재고 소진에까지 피해를 보는 ‘갑질’을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도 대한제분과 제주맥주의 행태는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정도 메가 히트작이 나왔음에도 제조사를 바꾼 것부터 ‘파트너십 없는 행동’으로 비치는데, 여기에 기존 상품과 거의 유사한 신제품을 내놓는 것은 상도의가 없다는 지탄을 받을 만하다”며 “법적 판결이나 공정위 결정과 별개로 업계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새 제조사인 제주맥주 관계자는 “대한제분과 협의해 기존 곰표밀맥주의 브랜드 자산 등을 계승하는 패키지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맛이 똑같다는 것은 주관적인 의견이므로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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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분 쪽은 “전 파트너사인 세븐브로이와의 계약종료 시점인 3월 말 이전부터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해당 회사가 원만한 종결을 위한 소통 노력에 성실히 임하지 않고 가처분 신청을 진행한 부분에 대해 실망스러운 입장”이라며 “당사는 새로운 변화를 맞아 곧 출시될 신제품을 통해 곰표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즐거움’에 맞춰 고객 경험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출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