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의 아트테크 열풍이 거센 가운데, 3일 밤 8시 롯데홈쇼핑 모바일티브이 ‘엘라이브’에서 방송된 김지희 작가의 ‘실드 스마일’ 시리즈 원화 작품은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12점 모두 완판됐다. 방송 화면 갈무리
2030세대의 아트테크 열풍이 거센 가운데, 3일 밤 8시 롯데홈쇼핑 모바일티브이 ‘엘라이브’에서 방송된 김지희 작가의 ‘실드 스마일’ 시리즈 원화 작품은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12점 모두 완판됐다. 방송 화면 갈무리

“죄송합니다. 방송 시작하자마자 한정 수량으로 준비한 12점이 완판됐습니다. 기다리셨던 분들이 많으셨을 텐데, 저희도 당황스럽습니다. 양해 말씀드립니다….”

3일 밤 8시 롯데홈쇼핑 모바일티브이(TV) ‘엘라이브’의 ‘방구석 컬처’는 진행자의 민망한 사과로 시작됐다. 방송 시작 5분 전부터 구매가 가능했던 김지희 작가의 ‘실드 스마일’(Sealed Smile) 시리즈 원화 작품 12점이 순식간에 완판됐기 때문이다. 최고 900만원에 이르는 고가 제품까지 말 그대로 초스피드로 팔려나갔다. 서울 서초구 ‘갤러리엠나인’에서 생중계된 방송은 이후 약 35분 동안 김 작가의 작품세계를 설명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이보현 롯데홈쇼핑 미디어사업부문장은 “방구석 컬처관의 지난 4월 주문액은 전월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작품들을 구입한 고객들의 절반은 엠제트(MZ)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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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롯데홈쇼핑 모바일티브이 방송은 최근 유통업계가 왜 ‘아트 비즈니스’에 골몰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젊은층의 ‘아트테크’(예술+재테크) 열풍과 집안을 아름답게 꾸미려는 소비자 수요까지 더해지며, 예술이 단순히 ‘반짝 마케팅’이 아닌 ‘돈 되는 사업’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3일 밤 8시 롯데홈쇼핑 모바일티브이 ‘엘라이브’에서 방송된 김지희 작가의 ‘실드 스마일’ 시리즈 원화 작품은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12점 모두 완판됐다. 최고가 900만원짜리 작품까지 순식간에 팔려나가 2030세대 사이에 불고 있는 아트테크 열풍을 증명했다. 방송 화면 갈무리
3일 밤 8시 롯데홈쇼핑 모바일티브이 ‘엘라이브’에서 방송된 김지희 작가의 ‘실드 스마일’ 시리즈 원화 작품은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12점 모두 완판됐다. 최고가 900만원짜리 작품까지 순식간에 팔려나가 2030세대 사이에 불고 있는 아트테크 열풍을 증명했다. 방송 화면 갈무리
최전선에 선 ‘백화점’…아트페어 열고 옥션 지분 사들여

유통기업 가운데 아트 비즈니스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롯데와 신세계로, 백화점이 그 최전선에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부터 본점·잠실점·동탄점 등 6개 점포에서 미술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수십만원대의 신진작가 작품에서 수억원대 유명작가 작품까지 다양하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9월 미술품 사업을 총괄하는 ‘아트비즈니스실’을 만들고, 큐레이터 인원을 보강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6억원짜리 제품이 판매되기도 하는 등 지난해 4분기 롯데백화점 아트 매출이 3분기에 견줘 3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오는 13~15일 열리는 ‘제11회 아트 부산’ 기간에는 롯데호텔이 운영하는 ‘시그니엘 부산’에서 자체 아트 페어도 개최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말 서울옥션 지분 4.8%를 사들이며 미술품 사업 확대에 나섰다.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사업 목적에 ‘인터넷 경매 및 상품 중개업’을 추가하는 등 미술품 경매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신세계 강남점 본관 1층과 2층 사이 중층 메자닌 공간에는 신세계 갤러리를 오픈하고, 지난달 물방울 작가로 유명한 김창열 화백의 작품 20여점을 모아 전시·판매를 진행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아트 전문 딜러와 큐레이터가 상주하며, 전시 작품 소개 외에 1대1 맞춤형 아트 컨설팅도 함께 제공한다”며 “집과 사무실 등 원하는 공간에 어울리는 미술품을 추천해주고 설치 상담까지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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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홈쇼핑으로 확대…MZ세대 ‘아트테크’ 수요 공략

유통업계의 미술품 사업은 온라인과 홈쇼핑으로 확대돼, 젊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에스에스지(SSG)닷컴은 지난달 25일 회화·공예품과 각종 오브제 등 관련 상품만을 따로 모은 ‘아트&크래프트 전문관’을 신설했다. 오픈갤러리, 아트앤에디션, 프린트베이커리, 그림닷컴 등 8개 편집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상품 1천여점을 모아 전시 중이다. 김환기 화백 등 유명작가의 작품부터 일상공간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 공예품까지 선택의 폭이 매우 넓은 게 특징이다. 조현하 에스에스지닷컴 리빙엠디팀 바이어는 “최근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트렌드를 반영해, 온라인을 통해 예술작품에 좀 더 편하게 접근하는 계기를 만들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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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에스에스지닷컴 내 아트상품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93% 늘었다. 특히 올해 2월, 오픈갤러리와 그림닷컴 등 일정액을 내면 3개월마다 원하는 작품으로 교체를 해주는 렌탈·구독 업체가 입점하면서 미술품 카테고리 매출은 6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홈쇼핑은 모바일 앱에 미술품 전문관 ‘방구석 컬처관’을 연 데 이어 3월 8일부터 모바일티브이 ‘엘라이브’ 방송을 통해 미술품 판매에 나섰다. 첫번째로 에스엔에스 팔로어 20만명을 보유한 아트테이너 ‘필독’의 작품과 굿즈를, 두번째로는 ‘돼지’를 핵심 소재로 풍자와 해학을 담아내는 팝 아티스트 한상윤 작가의 원화 6점과 ‘모던 타임즈’ 한정판 판화 100점을 판매했는데, 원화의 경우 방송 시작 5분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롯데홈쇼핑은 이달 19일에는 애플 등 글로벌 브랜드들과 협업으로 유명한 일러스트 작가 일리야 밀스타인의 굿즈를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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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유통업계가 아트 비즈니스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국내 미술시장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집계를 보면, 2020년 3291억원 수준이던 국내 미술 시장이 지난해엔 9223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젊은 세대는 미술품을 감상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미술품을 공동구매하는 소투나 아트투게더 등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구매자의 40% 이상이 2030 세대라는 통계는 아트테크의 수요층이 점차 두터워지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미술시장은 새 사업영역 확대를 위한 유통업계의 공략 대상이기에 앞으로도 아트 비즈니스는 더 다각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