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세단의 반격이 시작됐다. 한동안 스포츠실용차(SUV)의 기세에 밀렸지만, 최근 자동차 시장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3년 만에 신차급 변신을 한 현대자동차의 6세대 그랜저에 이어 완전변경한 기아자동차 K5가 다시 돌아오는 등 재무장한 대표 세단들로 연말 차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중형차의 부활, 8세대 쏘나타

전체 승용차 가운데 세단의 판매 비중은 2011년 77%에서 매년 줄어들어 지난해 53%까지 내려앉았다. 추락하는 세단 시장을 일으켜 세운 것은 올해 봄 선보인 현대차의 8세대 쏘나타다. 5년 만에 완전히 바뀐 모습으로 돌아와 중형차의 부활을 예고했다. 가솔린과 엘피지(LPG), 하이브리드, 터보 등 4가지 엔진 라인업을 갖춘 신형 쏘나타는 지난달 말까지 8만2500여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 구형 모델에 견줘 판매량이 50% 가까이 늘었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가 택시 판매 없이도 올해 국내 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달리는 것에 적잖이 고무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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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는 1991년 10만5800대가 팔리면서 단일 모델로는 국내 자동차 역사상 첫 10만대 판매시대를 연 차다. 2017년 즈음 쇠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세대 변경 모델이 나오면서 살아났다. 신형은 기존보다 높이를 30㎜ 낮추고 길이는 45㎜ 늘렸다. 스마트폰 앱으로 차 문을 여닫고 시동을 거는 등 ‘커넥티드 카’ 관련 신기술도 대거 채택했다. 하경표 현대차 가솔린엔진 연구위원은 “파워트레인에도 신기술을 적용해 엔진 성능은 4% 이상, 연비는 5% 이상 개선했다”고 말했다.

4년 만에 완전변경된 ‘K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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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승용차 시장 지배자는 중형차였다. 중형 세단은 패밀리카의 대명사로, 중산층을 상징하는 차종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쏘나타가 이끌던 이 차급은 에스유브이 열풍에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올해 쏘나타의 재기에 힘입어 부활을 꿈꾸는 또 하나의 차는 기아의 ‘K5’다. 쏘나타와 쌍벽을 이뤄온 K5는 오는 12월12일 완전변경된 3세대 모델로 다시 태어난다. 최근 공개된 신형 K5를 보면, 외관은 기존 모델보다 한층 날렵해졌다. 기아차는 “역동적으로 변한 디자인과 3세대 신형 플랫폼(차체 뼈대), 최신 편의사양 및 안전기술로 상품성을 크게 높였다”고 설명했다. 신형은 사전계약 사흘 만에 1만28대를 접수해, 2014년 ‘올 뉴 카니발’이 16일 만에 세웠던 사전계약 1만대 달성 기록을 13일이나 단축했다.

2010년 첫 선을 보인 K5는 2015년 2세대를 거쳐 4년여 만에 완전히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가솔린 2.0, 가솔린 1.6 터보, 엘피아이(LPi) 2.0, 하이브리드 2.0 등 4가지 엔진 라인업을 갖추고 차세대 엔진인 ‘스마트 스트림’을 장착했다. 차체는 좀 더 커졌다. 카림 하비브 기아차 디자인센터장은 “3세대 K5는 날렵하고 역동적이면서도 우아하고 하이테크한 미래 지향적 디자인을 통해 강렬한 인상과 존재감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차량 앞면은 기아차 디자인의 상징이던 ‘타이거 노즈’(호랑이 코) 형상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헤드램프와의 경계를 허물어 전면부로 확장한 모습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상어껍질처럼 거칠고 날카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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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상징’ 그랜저
동급 최고 수준 공간성 확보 자랑

사전계약 첫날 역대 최다 신기록

판매 반등한 K7 프리미어
매번 파격적인 디자인 개척 주도

6월 출시뒤 월 판매량 2.5배 뛰어

준대형의 상징, 그랜저 가세

신형 그랜저까지 가세했다. 1990년대 ‘성공’의 대명사로 인식되던 그랜저는 준대형 차급의 상징이다. 지난 19일 출시된 ‘더 뉴 그랜저’는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7천대 이상의 계약으로 역대 최다 사전계약 기록을 세웠고, 현대차는 출시도 하기 전에 2주 동안 3만2천여대의 계약을 받아냈다. 신형은 공간 확보를 위해 덩치를 좀 더 키웠고,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주간주행등이 일체화된 전면부 디자인을 채택했다. 장재훈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첨단 사양을 적용해 신차급 변화를 이뤄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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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그랜저는 가솔린 2.5, 3.3과 하이브리드 2.4, 엘피아이 3.0 등 4가지 엔진 라인업을 갖췄다.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휠베이스(축간거리)를 기존보다 40㎜, 전폭(너비)을 10㎜ 늘렸다.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동급 최고 수준의 공간성을 확보했다는 게 현대차 설명이다. 측면 디자인은 매끄럽고 스포티한 느낌이 들게 했다.

그랜저는 현대차 승용 라인업에서 쏘나타에 이어 가장 많이 판매되는 모델이다. 수출 부진에 내수 침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내심 기대를 거는 차종이다. 그랜저는 10월까지 7만9700여대가 판매돼 쏘나타와 포터에 이어 올해 판매 3위에 올라있다.

K7의 신차급 변신

그랜저와 같은 급인 기아차의 K7도 과감한 변신으로 부활을 알렸다. 지난 6월 말 출시된 부분변경 모델 ‘K7 프리미어’는 지금까지 월평균 7천대씩 팔리고 있다. 승용차 가운데 같은 기간 월평균 판매량이 이보다 높은 차량은 현재까지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차 쏘나타(8600대)를 비롯해 에스유브이 판매 1위 모델인 싼타페(7200대)밖에 없다. 올해 6월까지 K7의 월평균 판매량이 2800여대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반등이다. 신형 K7은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신차급 변화로 동급 최고의 상품성을 갖춘 게 특징이다. 2009년 1세대 모델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면발광 방식의 발광다이오드(LED) 주간주행등, 음각 라디에이터 그릴, 알파벳 ‘Z’ 형상의 엘이디 주간주행등 등 매번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며 기아차의 디자인 경쟁력을 상징하는 모델로 자리 잡았다. 신형은 이전 모델 대비 전장이 25㎜ 길어졌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를 통해 추구하는 방향성은 ‘혁신’과 ‘역동성’이다. 세단의 위기를 부른 것 중 하나가 다소 밋밋한 디자인과 진부하게 느껴지는 패밀리차라는 콘셉트였다면 요즘 세단은 확실히 강인해 보이면서도 날렵한 디자인을 앞세운 과감한 변신이 두드러진다. 세단의 반격은 내년으로 이어질 기세다. 내년 상반기에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신형 ‘G80’ 출시를 준비 중이고, 현대차는 ‘아반떼’ 신형을 내놓는다. 준중형급 대표 차종인 아반떼는 역대 국산 차 중에서 가장 많은 팔린 차다. 에스유브이의 열풍 속에 세단의 시대가 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하지만 신차를 앞세운 세단은 다시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홍대선 선임기자 hongd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