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뉴 420i 컨버터블 옆모습
BMW 뉴 420i 컨버터블 옆모습

지난 17일 인천 강화도 북쪽 해안가에 차를 세워놓고 운전석 팔걸이 쪽의 작은 버튼을 당겼다. 그러자 자동차 뒤쪽 적재함(트렁크)과 뒷좌석 사이 공간이 열리며 천장을 덮은 두꺼운 천이 그 안으로 접혀 들어간다.

6790만원짜리 베엠베(BMW) ‘뉴 420i 컨버터블’이 오픈카로 변신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20초. 낮 기온 27∼28도를 오가는 초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해안가 도로로 운전대를 돌렸다.

뉴 420i 컨버터블의 겉모습은 사진보다 실물이 낫다. 두툼한 차량 앞과 뒤에 두툼한 볼륨을 넣어 입체감을 강조했고, 옆을 곧게 가로지르는 직선이 스포티한 인상을 준다. 앞쪽의 커다란 키드니 그릴도 위화감이 들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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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전 가장 걱정했던 건 이 차의 힘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들이었다. 실제로 배기량 1998cc 휘발유 터보 엔진을 탑재한 뉴 420i 컨버터블의 제원상 최고 출력은 184마력, 최대 토크는 30.6kg·m로 높지 않다.

반면 이 차의 무게는 같은 엔진을 올린 320i, 420i 승용차보다 140∼200kg 더 나간다. 뚜껑이 자동으로 열리는 컨버터블 구조 탓이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정작 운동 성능은 떨어지는 차가 아닐까 짐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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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 주행 땐 힘이 달린다고 체감하기 어려웠다. 물론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머리가 뒤로 젖혀지는 가속력을 보여주진 않는다. 터보 엔진 특성상 한 박자 더디게 치고 나가는 지체 현상도 여전하다.

하지만 가속이 부드럽고 변속은 매끄럽다.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도 센 힘(최대 토크)을 발휘하는 세팅 덕분에 속도를 높일 때 답답함을 느끼기 어렵다. 무엇보다 가상의 엔진 소리와 배기음이 잘 달리는 차를 타고 있다는 기분 좋은 착각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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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특유의 칼 같은 조향도 그대로다. 각도가 큰 코너를 돌아나갈 때 쏠림이 적고 급차선 변경 뒤 빠른 자세 잡기도 인상적이다. 회전 구간에서 차의 뒤쪽이 미끄러지는 이른바 털림 현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무게가 일반 차량보다 무거운 만큼 네 바퀴가 노면에 착 붙어 달리는 느낌이다.

주행 중 개인적으로 가장 불편했던 건 운전석 다리 공간이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수납공간(센터 콘솔)이 크고 아래로 갈수록 넓어져 오른발 쪽 여유 공간이 부족하다. 하체가 왼쪽으로 쏠려 앉은 자세가 안락하지 않았다.

BMW 뉴 420i 컨버터블 앞모습
BMW 뉴 420i 컨버터블 앞모습

강화도를 빠져나와 서울로 향하는 강변북로에 오른 뒤엔 운전대 왼쪽에 있는 버튼을 눌러 ‘어시스티드 드라이빙’ 기능을 활성화했다. 원하는 속도와 앞차와 간격 등을 설정하면 차가 차로를 유지하며 알아서 달리는 주행 보조 기능이다. 보통 달리는 맛을 강조하는 차엔 이런 보조 기능이 빠지는 경우가 많지만, 뉴 420i 컨버터블은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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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장치의 안정감은 높은 편이다. 현대차는 주행 보조 기능을 켰을 때 운전자가 운전대에 손을 대고 있어도 이를 인식하지 못해 차가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 차는 인식을 잘한다. 다만 앞차와의 간격을 가장 짧게 설정해도 차간 거리가 꽤 벌어져 옆 차의 끼어들기를 자주 허용하는 게 아쉬웠다.

천장이 직물 재질로 이뤄졌다는 걸 생각하면 주행 중 정숙성도 우수하다. 승차감은 적당한 수준. 차체와 바퀴를 연결하는 현가장치(서스펜션)와 시트가 딱딱한데도 노면의 충격을 잘 흡수한다. 도로의 높은 방지턱이나 요철을 지날 땐 충격이 있는 편이다.

BMW 뉴 420i 컨버터블 뒷모습
BMW 뉴 420i 컨버터블 뒷모습

서울 도심에 들어와선 주행 모드를 ‘에코 프로’로 바꿨다. 일반 모드인 ‘컴포트’ 모드에선 저속에서 가속 페달을 조작할 때 가끔 차가 꿀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다. 엔진 힘을 억제하자 울컥거림이 줄고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도심 운전이 한층 편해졌다. 뉴 420i 컨버터블의 실제 시내 주행 연비는 10km/ℓ 내외로 컨버터블치곤 나쁘지 않았다.

운전석 뒤 2열은 성인이 앉기엔 확실히 좁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 무릎 공간에 주먹 하나 반개 정도가 들어간다. 뒤쪽 적재함(트렁크) 역시 여행용 가방 넣기 어려워 보일 만큼 아담하다.

이 차는 4인 가족이 아닌 2명 또는 혼자서 타고 다니기 좋은 자동차다. 평소엔 도심 출퇴근용으로 쓰다가 휴가 때는 도심 밖으로 나가 천장을 열고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