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전선이 북상중입니다.
이번 장마는 안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이별의 상실감으로 마음이 타버린 분들에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이상 날씨 정보였습니다.
여기 장마를 기다린 여자가 있다. 리쌍의 객원 보컬리스트로 활동했던 정인이다. 최근, 자신의 이름을 내건, 두 번째 미니앨범 ‘멜로디 리메디(Melody Remedy)’를 발표했다. 예년보다 이른 장마가 예고된 가운데, 타이틀 곡 ‘장마’가 화제다. 정인이 부른 ‘장마’를 듣고 “눈물을 흘린 여성들이 많다”는 제보가 쏟아진 가운데, 이를 접수한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나쁜 놈…” (좌중 화들짝 놀라며 폭소)
사랑했던 연인을 떠나보내며 흘리는 눈물을 멈추지 않은 장맛비에 비유하여 쓴 서정적 가사의 곡 ‘장마’는 정인의 애절한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
그는 지난해, 데뷔 8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내 건 미니앨범 ‘정인 프롬 안드로메다(정인 from Andromeda)’에 이어 최근 두 번째 앨범 ‘멜로디 리메디(Melody Remedy)’를 발표했다. 앨범 제목처럼 ‘치유(Remedy)’의 노래 5곡으로 코끝을 시큰하게 만든다.
“앨범 발매 전, 친구에게 먼저 들려줬는데 앨범 제목을 붙여줬어요. 음악을 듣고 위로가 됐다면서요. 여러분을 제 음악으로 치유해드리겠다는 거창한 모토는 아니지만 (웃음) 제가 진솔한 감정을 담아 노래를 했을 때, 그 감정이 전해지면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잖아요. 그런 마음을 고스란히 드리고 싶었어요.”
그의 바람처럼 ‘멜로디 리메디(Melody Remedy)’ 앨범에는 감성의 치료제 같은 음악들이 담겨있다. 혹시나 헤어진 연인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기차를 타고 추억의 장소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곡 ‘비코우즈(Because)’를 시작으로 타이틀 곡 ‘장마’가 이어진다. 리쌍의 개리가 쓴 가사에 가장 정인다운 목소리와 랩을 들을 수 있는 ‘키스미(Kiss me)’, 리쌍과 슈프림팀이 참여한 곡 ‘철수와 미미’는 연인이 함께 들으면 좋을 곡이다. 마지막 곡은 ‘특수’를 노리며 만든 정인의 자작곡이다. 제목도 ‘연말특수’라고 지었다.
“연말이 되면 누구나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되잖아요. 연말에 품었던 그 마음가짐과 희망을 잃지 말자는 의미에서 만든 곡이에요. 제가 처음으로 작사·곡, 편곡까지 했어요. 연말에 거리에서 울려 퍼지길 바라면서 ‘특수’를 노려봤죠.” (웃음)
상실감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노래로 채운 음반을 발매한 정인이지만, 그는 연애중이다. 그것도 9년을 이어온 ‘장기 연애’ 중인 능력자다.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조정치가 그의 남자친구다. 두 사람은 인터넷 채팅으로 만났다. 그는 ‘솔직히…’란 말로 운을 뗐다.
“솔직하게 말이죠. 처음엔 느낌이 좋지 않았어요. 음악 하는 사람인지도 몰랐죠. 얼굴 한번 보려고 나갔는데 둘 다 ‘삼선 슬리퍼’를 신고 나온 거예요.” (웃음) ‘삼선 슬리퍼’의 인연은 9년이란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사랑받는 여자가 들려주는 음악, 뭔가 어패가 있는 것 같다. 단도직입적으로 ‘장기연애’의 비법을 물었다. 무엇보다 ‘허심탄회한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둘 다 과거에 집착하거나, 추억과 정으로 사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현재가 더 중요하고, 하루하루 먹고 살기가 더 중요한 사람들이라. (웃음) 오랫동안 만났던 사이라도 헤어지면 원수가 되는 게 연인사이잖아요. 그때 그때 서로한테 잘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허심탄회한 대화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내가 가진 마음, 현재 상태를 이해할 수 있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장기연애의 비결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사랑이 필요합니다.” (웃음)
리쌍, 이적, 싸이 등 실력파 ‘뮤지션이 사랑하는 뮤지션’ 정인이 음악인이 되겠다는 꿈을 키운 건 대학 2학년 때다. 원래의 꿈은 과학자였다. 충남대 해양학과에 다니던 중 가수가 되고싶어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에 올라왔다.
“고등학교 때부터 환경에 이바지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어서 과학자가 되고 싶었어요. 뭘 배웠냐고 친구들이 자꾸 물어봐요. 생물을 이야기하면 플랑크톤까지 배웠어요. 그 밑으로는 모릅니다. 많은 걸 물어보지 마세요.” (웃음)
서울로 올라온 그는 밴드 ‘지플라’에서 활동하다가 친하게 지내던 버블시스터즈의 소개로 리쌍을 만났다. 리쌍은 호소력 짙은 정인의 음색과 가창력에 반해 보컬을 제안했고 히트곡 ‘러쉬(Rush)’는 그렇게 탄생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던 중, 그는 왼쪽 눈을 잠시 찡그렸다. 정인은 “왼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왼쪽 귀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음악인에게 청력 상실은 치명적이다. 그동안 무대에서 보여줬던 폭발적인 가창력을 생각하면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왼쪽 방향에서 이야기 하는 소리를 잘 듣지 못할 때,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보통은 제가 먼저 얘기하는 편이에요. ” 그는 담담히 자신의 상처를 고백했다.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해주시는데, 어릴 때부터 이렇게 노래를 해왔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아요. 사운드를 느끼는데 제한이 있긴하지만, 오히려 음악을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죠. 흑인음악을 참 좋아했는데, 그걸 따라 연습하다보니 저만의 독특한 목소리가 완성된 것 같아요.” (웃음)
음악을 통해 슬럼프를 극복하고, 치유도 받았다는 그는 누구보다 음악으로 대중과 소통하길 바라고 있다.
“제가 부르는 노래에 저는 진심을 담았고, 그 몫은 음악을 들으시는 여러분 것 같아요. 제 노래가 여러분의 인생에, 일상에서 작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뭔가 기분좋은 활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