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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공연·전시

진짜 음악이 그리운 시대…‘전설의 공동체’ 하나음악, 다시 뭉쳤다

등록 :2011-04-19 19:45수정 :2011-04-20 12:20

윤영배
윤영배
거대 기획사에 밀려난 지 10여년
장필순 등 ‘푸른곰팡이’로 기지개
‘하나음악’ 이름 걸고 내달 공연도
1990년대 풍미 ‘하나음악’ 부활 날갯짓

1980~90년대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은 두 기획사의 힘으로 굴러갔다. 들국화, 신촌블루스, 김현식 등을 배출한 동아기획이 80년대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산실이자 상징이었다면, 90년대에는 하나음악이 있었다.

동아기획이 점차 빛을 잃어가던 92년께 조동진·조동익 형제 등 일부 음악인들이 하나음악을 세웠다. 이들의 음악은 조용하지만 깊은 파장을 만들어내며 동아기획 음악을 즐겨듣던 골수팬들을 흡수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가요계가 거대 기획사 위주로 급격히 쏠리면서 하나음악은 위기를 맞았다. 95년 경제적 압박으로 문을 닫았다가 97년 어렵사리 재건했지만, 2003년 프로젝트 앨범 <드림>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휴지기에 들어갔다. 2000년대 중반 조동진, 조동익, 장필순 등 주축 가수들이 제주도에 은둔하면서 하나음악은 현재진행형이 아닌 한때의 전설로 화석화돼 갔다.

2011년, 하나음악이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조동익이 2004년 젊은 색깔의 음악을 표출하기 위해 만들었던 하나음악의 서브 레이블 ‘푸른 곰팡이’가 다시 기지개를 편 것이다. 김정렬·박용준과 송혁규 백제예술대학 교수가 뜻을 모아 푸른 곰팡이 공동대표를 맡았고, 장필순, 한동준, 윤영배(사진), 오소영, 조동희, 재즈 밴드 ‘더 버드’ 등이 다시 모였다. 여성 듀오 ‘솜’, 여성 싱어송라이터 노성은 등 신인도 참여했다.

공동대표이자 더 버드 멤버인 김정렬은 “하나음악 형님들이 우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재능 있는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다”며 “뜻만 맞으면 누구에게나 문호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들국화 멤버 허성욱의 동생 허성혁 대표가 운영하며 사실상 하나음악의 적자 구실을 해오던 시니즈엔터테인먼트도 푸른 곰팡이에 병합됐다. 조만간 조동진·조동익 형제도 합류할 예정으로, 그렇게 되면 아예 하나음악으로 이름을 바꿀 것으로 전해졌다.

첫 공식활동은 22~23일 서울 장충동 웰콤시어터에서 여는 윤영배 콘서트다. ‘푸른 곰팡이 아티스트 시리즈 1’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윤영배는 93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입상한 뒤 하나음악에 합류했다. 네덜란드 유학 뒤 제주도에 머물던 그는 지난해 11월, 데뷔 17년 만에 생애 첫 솔로 음반 <이발사-바람의 소리>를 발표했다. 윤영배는 “제주에서 술 마시고 기타 치며 부르던 노래를 그냥 녹음해본 것”이라고 했지만, 평단은 “하나음악에 아직도 믿음과 그리움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만족감을 줬다”(김학선 음악평론가)며 극찬했다.

공연에는 고찬용(기타), 이규호(키보드), 김정렬(베이스) 등 하나음악 식구들도 참여한다. 지난 2006년, 낯선 사람들 2집 이후 10년 만에 첫 솔로 음반을 냈던 고찬용은 신곡을 선보인다. 그는 올해 안에 2집을 발표할 예정이다. 1999년 1집 이후 침묵해온 이규호도 내년께 새 앨범을 발표한다는 각오다. 6월로 예정된 ‘…시리즈 2’ 공연 바통은 더 버드가 이어받는다. 이들은 다음달 2~3일 교육방송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 ‘하나음악’ 타이틀을 내걸고 나선다. 장필순, 한동준, 윤영배, 오소영, 솜 등이 오를 예정이다.

아이돌 일색 가요판에 물린 대중의 관심이 그 반작용으로 ‘세시봉’이나 <나는 가수다> 등에 쏠리는 요즘, 하나음악의 새로운 바람이 당당한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02)720-0750.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푸른곰팡이 제공

1980~90년대 자유로운 음악 즐기던 이들의 이상향

동아기획·하나음악은 어떤 곳?

1980년대 초 음악학원을 하던 김영씨가 설립한 동아기획은 무엇보다도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는 음반사였다. 하고 싶은 음악을 자유로이 할 수 있도록 한 특유의 풍토에 끌려 많은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이 모여들었다.

조동진, 들국화, 김현식, 봄여름가을겨울, 시인과 촌장, 신촌블루스, 한영애, 김현철 등 동아기획 가수들은 트로트 일색이던 가요계에 포크·록·블루스·재즈를 본격 도입하고 우리만의 투명한 서정성을 더해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등이 담긴 들국화 1집과 ‘비처럼 음악처럼’이 담긴 김현식 3집은 크게 히트했다. ‘동아기획 사운드’라는 명칭이 만들어지고 동아기획 음반이라면 무조건 사는 현상도 생겨났다.

하나음악은 90년대 들어 동아기획의 바람이 점차 시들해지자 일부 음악인들이 ‘제2의 동아기획’을 꿈꾸며 만든 음반사다. 조동진·조동익 형제를 중심으로 조원익, 장필순, 김정렬, 한동준, 박용준(더 클래식), 고찬용·이소라(낯선 사람들), 조규찬 등이 모여들었다. 록·블루스보다는 포크나 재즈 성향이 강했다. 하나음악은 단순한 음반사를 넘어서는, 일종의 음악공동체였다. 제작자·프로듀서·작곡가·가수는 물론 엔지니어들도 한가족처럼 어울렸다. 89년 시작돼 싱어송라이터 등용문이 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입상자들이 하나음악으로 몰린 건 당연한 결과였다.

동아기획과 하나음악은 지금까지도 상업성 아닌 음악성 자체에 몰두하는 이들에게 이상향과도 같은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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