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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공연·전시

종횡무진 열창 ‘라이브의 여왕’

등록 :2006-06-18 21:02수정 :2006-06-25 18:11

인순이의 앨범 〈아름다운 우리나라〉(1984)
인순이의 앨범 〈아름다운 우리나라〉(1984)
한국팝의사건·사고60년 (56) 트로트 고고부터 솔까지: 인순이
1980년대 전형적인 ‘댄스 디바’로는 지난 회에 언급한 나미와 더불어 인순이가 있다.(이들은 모두 1957년생이다) 사실 인순이처럼 쉰줄이 되도록 현역으로 왕성히 활동하는 여가수는 드물다. 무엇보다 ‘혼혈 여성 가수’라는 호칭이 오랫동안 그를 지배해온 그늘이었음은 두말 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트로트, 디스코, 발라드, 그리고 최근 보여준 솔 디바의 면모까지 다층적인 음악 이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지 모르겠지만.

인순이의 공식 데뷔는 잘 알려져 있듯 1978년 희자매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 보면 3인조로 구성된 희자매는 그렇게 특색 있는 존재는 아니다. 1975년 대마초 파동 이후, 일명 ‘트로트 고고’ 시대의 뒤차에 탑승한, 그만그만한 ‘시스터즈’ 중 하나였다. 첫 음반(1978년)에 실린, 색소폰 반주가 구슬픈, 느린 템포의 ‘실버들’(안치행 작곡)이나, 경쾌한 브라스 섹션과 펑키한 리듬이 민요풍과 조우하는 ‘아리랑 내님아’(김기표 작곡)가 대표적. 1979년에는 문화방송의 10대 가수 가요제에서 희자매가 ‘사랑과 평화’와 더불어 ‘중창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빠른 템포에 ‘율동’이 있는 디스코(아니, 엄밀히 말해 그보다는 펑키 솔)와 ‘뽕끼’를 뒤섞은 희자매 시절의 스타일을 포함, ‘성인 취향’ 음악은 인순이의 디스코그래피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나미에게 ‘머슴아들’(프랑코 로마노 밴드)이나 (사랑과 평화의) 김명곤 같은 남자들이 있었다면, 희자매와 인순이에게도 ‘배후 세력’이 있다. 기타리스트 출신으로 작곡가이자 음반제작자인 안치행과 안타기획, 그리고 작곡가 김기표가 그들. 그리고 희자매에서 독립해 인순이라는 이름을 건 첫 솔로 음반 〈인연/차표 한 장〉(1980년) 무렵에는 인순이와 같은 ‘혼혈가수’ 함중아의 지원이 있었다. 그리고 뮤직파워를 만들며 재기한 신중현도 인순이를 ‘우먼 프로젝트’로 낙점해 〈떠나야 할 그 사람〉(1981년)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사후적인 평가지만 인순이의 백댄싱 팀 ‘인순이와 리듬터치’는 1980년대 후반 출현하게 될 새로운 댄스 키드들의 아지트를 제공했다. 1980년대 ‘한국의 마돈나’ 김완선도 이곳을 거쳤다. 참고로 김완선의 이모이자 김완선을 스타로 만든 대모 고 한백희는 희자매와 인순이의 매니저 출신이기도 하다.

인순이는 이후에도 대표적인 열창형 레퍼토리 ‘밤이면 밤마다’, (정수라가 부른 ‘아 대한민국’과 쌍벽을 이루는 건전가요인) ‘아름다운 우리나라’(〈아름다운 우리나라〉, 1984년)를 발표했고, 1990년대 들어서도 성인 지향적 음악 ‘착한 여자’(〈여자〉, 1991년) 등을 끊임없이 불렀다. 인순이 자신의 분신과 다름 없는 노래 ’에레나라 불리운 여인’ 등을 실은 〈비닐장판 위의 딱정벌레〉(1987년)는 인순이에게 그간 지배적이던 통속성과 블루지한 사운드가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킨 일종의 콘셉트 앨범이다.

어쨌든, 이른바 ‘열린음악회형’ 건전가수이자 가스펠을 부르는 성녀였고, 디너쇼, 밤무대, 뮤지컬 무대 등을 종횡무진했던 인순이와 그 음악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서라도, ‘성인 취향’ ‘밤무대 가수’라는 꼬리표는 그녀의 피부색과 더불어 칭찬의 잣대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섰던 수많은 무대의 경험들은 파워풀한 열정적 가창력의 ‘라이브의 여왕’이라는 이름으로 치환되었고, 최근에 이르러 힙합, 아르앤비, 솔 같은 흑인음악 지향의 조류 및 후배 음악인들과 결합하면서 제2의 전성시대를 맞았다. 조PD와의 협연으로 유명한 ‘친구여’를 비롯, ‘하이어’처럼….

하지만 〈더 퀸 오브 소울〉(1996년)라는 앨범 타이틀과 같은 호칭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인순이의 음악은 언제나 솔풀하고 재지하며 블루지했다. ‘실버들’ 같은 트로트 고고에서도 솔적 풍취가, ‘에레나라 불리운 여인’ 같은 통속성에서도 진솔한 블루스가 담겨 있지 않던가.

최지선/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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