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실 작 ‘내가 지켜줄게요’(2026)의 세부. 노형석 기자
이영실 작 ‘내가 지켜줄게요’(2026)의 세부.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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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적 민화 장인들은 익살스런 까치호랑이와 책장 사이를 떠다니는 책꽂이, 몽환적인 꽃송이 등을 그렸다. 그들의 후예인 이 시대 민화 작가들은 이와 달리 기후변화로 사라져가거나 대도시 틈새에서 짓눌려 신음하는 식물들의 모습을 담는다. 지금 서울 사직동에 있는 공간 풀숲 전시장에서 이런 맥락을 지닌 동시대 민화 그림들을 구경할 수 있다. 전통 민화의 기법과 구도를 바탕으로 지금 시대의 현상과 소재들을 그려온 여성 작가 모임 ‘화택화사’의 회원 9명(고미경, 권매화, 김문정, 송진석, 우영숙, 우주희, 이영실, 조순재, 최영진)이 차려놓은 그림모음전 ‘사라지는 꽃들에게’의 현장이다.

김문정 작 ‘인왕 능금도Ⅱ’(2026)의 세부. 노형석 기자
김문정 작 ‘인왕 능금도Ⅱ’(2026)의 세부. 노형석 기자

이 전시는 멸종 위기에 놓인 낯선 희귀종 식물들을 작가마다 각기 다른 개성적 시선과 기법으로 담아낸 작품들을 내걸었다. 과거 능금나무 군락지였던 서울 인왕산 기슭에서 지금의 회색빛 빌딩숲을 내려다보는 화폭에 드리워진 능금 꽃 한줄기(김문정)와 해풍 부는 독도 바위에 뿌리내린 기생식물 ‘초종용’의 자태(최영진), 휴전선 비무장지대에 한가득 피어난 참나리, 금강초롱, 할미꽃의 생동하는 이미지들(우영숙), 두더지들이 파먹어버린 양산 영축산 기슭의 백작약이 까치호랑이와 함께 꿈결처럼 나타난 모습(이영실), 푸른 호수 기슭에 눈꽃처럼 만발한 물매화(권매화) 등이 눈에 와닿는다. 식물종의 위기가 작가의 감성과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세심하게 성찰한 작품들이다. 19일까지.

권매화 작가의 ‘기억의 무게’(2026)의 세부. 노형석 기자
권매화 작가의 ‘기억의 무게’(2026)의 세부. 노형석 기자
우영숙 작 ‘전쟁의 유산 위에 피어난 디엠제트(DMZ)의 생명’의 세부. 노형석 기자
우영숙 작 ‘전쟁의 유산 위에 피어난 디엠제트(DMZ)의 생명’의 세부. 노형석 기자
고미경 작 ‘사라져가는 꽃들의 집’(2026)의 세부. 노형석 기자
고미경 작 ‘사라져가는 꽃들의 집’(2026)의 세부. 노형석 기자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