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야니크 네제세갱의 지휘로 빈 필하모닉과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Chris Lee/카네기홀 제공
2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야니크 네제세갱의 지휘로 빈 필하모닉과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Chris Lee/카네기홀 제공

‘긴급 대타’로 투입된 조성진의 25일 카네기홀 공연을 미국 언론이 극찬했다. <뉴욕타임스>는 27일 ‘공연 리뷰’를 통해 “전문가의 연주란 이런 것”이라며 ‘기적 같은 솜씨’라고 조성진의 연주를 호평했다.

이 신문은 조성진이 갑작스럽게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를 상세하게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에 머물던 조성진이 카네기홀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필)의 다급한 요청을 받은 때는 공연 하루 전인 2월24일 자정 무렵이었다. 그리고 7시간 뒤인 다음 날 아침에 뉴욕행 비행기에 서둘러 몸을 실었다. 조성진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2019년에 연주한 게 마지막이었다. 빈필과의 협연도 그날이 처음이었다. 더구나 카네기홀에서 독주가 아닌 오케스트라와 협연도 이번이 처음이다. ‘데뷔 무대’가 된 셈인데. 이점도 그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섭외가 워낙 급박하게 이뤄지면서 리허설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친 푸틴’ 행보를 해온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를 대신해 지휘봉을 잡은 이는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음악감독 야니크 네제세겡이었다. 그는 공연 2시간 전인 25일 저녁 6시까지도 리허설에 나설 수 없었다. 그 시간까지도 그는 메트로폴리탄오페라와 함께 공연할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의 ‘드레스 리허설(최종 연습)’에 매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빈필과의 리허설은 공연 75분 전에야 시작됐는데, 그 짧은 시간에 조성진과의 협연은 물론,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리허설까지도 진행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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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문은 조성진의 연주를 두고선 “단순히 공연을 무사히 해낸 데 그치지 않고 절묘하고 섬세했다”고 평했다. 특히, 3년 만에 처음 연주하는 곡을 공연 전날에 의뢰받아 악보를 보지 않고 암보로 연주한 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조성진의 피아노 소리는 감정과 기교를 쏟아붓기보다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밝게 울려 퍼지는 오른손의 멜로디 아래 (왼손은) 부드럽게 미끄러졌다.” 리뷰 기사를 쓴 조슈아 배런은 “장인이 빚어낸 연주요, 기적 같은 솜씨”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원래 이날 공연에서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가 협연자로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지휘자 게르기예프와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해 카네기홀은 공연 하루 전날 그의 연주를 취소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