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의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전주국제영화제’ 개막(5월3일)이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벌써 전체 240편(장편 196편, 단편 44편) 가운데 199편(25일 기준)이 매진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실망하긴 이르다. 매진작이라 해도 약 10%의 현장 판매석이 배정돼 있다. 영화 상영일, 부지런히 움직이면 현장 예매가 가능하다.

246편이나 되는 영화 가운데 어떤 작품을 골라야 후회하지 않느냐고?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의 수첩 속 리스트를 살짝 커닝하면 된다. 당신의 ‘결정장애’를 한방에 날려줄 프로그래머 3인의 추천작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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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진 수석프로그래머 김 프로그래머가 추천하는 첫번째 작품은 개막작 <야키니쿠 드래곤>이다. 2008년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함께 초연한 연극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오사카 박람회가 열리던 1970년 전후, 일본 간사이공항 근처 작은 마을에서 곱창가게를 운영하는 재일 한국인 가족의 모습을 통해 재일동포의 애환을 촘촘히 그려냈다. 김 수석프로그래머는 “재일동포 3세 정의신 감독은 한 가족과 이웃들의 삶 속에서 싸우고 화해하며 사랑하고 이별하는 모든 과정을 생생히 담아냈다”며 “한국 배우 김상호·이정은과 일본 배우 마키 요코, 이노우에 마오의 호흡도 볼거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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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홀리데이>의 한 장면.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홀리데이>의 한 장면.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두번째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지원작인 장우진 감독의 신작 <겨울밤에>다. 중년 부부 은주와 흥주가 30년 만에 강원도 춘천의 청평사를 방문하게 되고, 은주가 핸드폰을 잃어버려 둘은 청평사로 되돌아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식당은 두 사람이 처음 하룻밤을 보냈던 곳이다. 그렇게 둘의 잠 못 드는 그날 밤이 시작된다.

세번째는 터키를 배경으로 한 여성주의 영화로, 여성 감독 이사벨라 에클뢰프가 연출한 <홀리데이>다. 퇴물이 된 마약왕과 그의 아름다운 애인이 연루된 삼각관계로 인해 사치와 폭력이 어우러진 사건이 발생한다. 터키 리비에라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보드룸을 배경으로 한 음울한 분위기가 짙게 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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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로네사>의 한 장면.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바로네사>의 한 장면.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 장병원 프로그래머 장 프로그래머가 뽑은 첫번째 영화는 국제경쟁 부분에 초청된 <바로네사>다. 브라질 슬럼가에서 살아가는 하층민 여성의 강인한 생명력을 묘사한 작품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안드레이아와 수감된 남편을 기다리며 아이를 키우는 레이드는 일상을 위협하는 마약 밀매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장 프로그래머는 “생생한 묘사를 위해 감독은 판자촌에서 5년을 기거했고,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흐리며 영화를 찍었다”며 “폭압적인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시적인 장면이 번득인다”고 설명했다.

영화 <클레오와 폴>의 한 장면.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클레오와 폴>의 한 장면.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클레오와 폴>도 주목할 만하다. 세살 반 클레오는 공원에서 숨바꼭질하다 길을 잃는다.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길을 잃어버린 남동생 폴을 찾아 복잡한 대도시인 프랑스 파리 속으로 뛰어든다. 이기심과 탐욕, 타인에 대한 무관심, 테러가 만연한 파리에서 길을 잃은 아이의 여정을 통해 오늘날의 세상을 은유하는 이야기다. 장 평론가는 “어른을 위한 우화”라고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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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고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도 추천작. 올해 스페셜 포커스 부문의 ‘디즈니 레전더리’에서 소개된다. 디즈니 스튜디오가 제작한 첫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디즈니의 최고 업적 중 하나로 평가된다. 장 평론가는 “80년이 흐른 지금 다시 보아도 압도적인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컬러와 사운드, 아트 워크 등에서 선구자적인 성취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영화 <안녕
영화 <안녕

■ 이상용 프로그래머 이 프로그래머는 <안녕, 나의 소녀>를 첫번째로 꼽았다. 졸업과 함께 짝사랑했던 소녀와 이별한 한 소년이 시간을 거슬러 풋풋했던 학창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소녀를 다시 만난 소년의 고백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 프로그래머는 “동양적인 타임슬립 영화로, 첫사랑과 고백에 대한 판타지를 다뤄 대중적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추천했다.

<엔테베에서의 7일>도 화제작. 1976년 6월27일 파리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납치되어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억류됐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범인들은 유대인 승객을 인질로 삼고 이스라엘에 수감된 12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그 지지자들의 석방을 요구한다. 이 프로그래머는 “잘 알려진 실화를 여러 인물을 통해 객관적으로 조망한 작품으로, 진압작전이 펼쳐지기 전의 상황을 촘촘하게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영화 <엔테베에서의 7일>.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엔테베에서의 7일>.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그해 여름>은 수십년간 소실됐던 미국 유명 다큐멘터리 <그레이 가든스>(1975) 필름을 토대로 했다. 피터 비어드와 그의 가족, 지인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1970년대 미국 동부의 몬토크 곶에서 그들이 형성했던 창작집단의 활동을 색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 이 프로그래머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기 위해 촬영했지만 담기지 못했던 나머지 필름이 발견되면서 영화 덮어쓰기, 다시쓰기를 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