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외계인전의 정규문 감독. 인사이드피플 제공
독립영화 외계인전의 정규문 감독. 인사이드피플 제공

[줄거리] 손님 접대를 좋아하는 조선시대 외계인 선비의 이야기. 손님을 대접하는 것이 선비의 예라고 굳게 믿는 외계인씨는 어느 날, 대접할 음식이 다 떨어져 버리자 손님을 위해 사람고기를 구하러 나서게 된다.

[기획의도] 조선왕조실록에 남아있는 유에프오(UFO)에 대한 기록에서 착안, 조선시대에 불시착한 외계인이 인간 세계에 동화돼서 살고 있었다고 상상해보고 그 외계인과 동네 친구들이 사람고기를 요리해 먹고 피가 튀고 사지가 찢겨나가는 이야기를 은근하게 그려보고자 하였다.   

[수상내역] 제5회 성균관대학교 영상제 ‘FriedScreen’ 개막작, 제1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판타스틱단편걸작선, 제5회 국제대학생평화영화제 국제경쟁부문, 제2회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 국제경쟁부문, 제2회 과천국제SF영화제 SF단편부문초청, 제6회 웹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본선진출, 제1회 꿈꾸는 U 영상페스티벌 본선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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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전’ 정규문 감독 인터뷰
독립영화 외계인전의 화면 갈무리.
독립영화 외계인전의 화면 갈무리.
-독특한 화풍과 효과들이 돋보입니다. 어떤 컨셉으로 기획하셨나요?

“조선시대가 배경이라 한지에 붓으로 그린 그림동화를 가야금 곡조에 곁들여 누군가가 읽어주는 형태를 기본 컨셉으로 삼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우스파크>라는 작품을 굉장히 좋아해서 영향을 받은 것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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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제작하셨는데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모든 파트를 다 직접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힘들다기보다 즐거웠어요. 다만, 여러 사람과 함께하면 나름의 즐거운 추억 같은 것이 생겨서 좋은데 이번엔 모니터 앞에서 혼잣말한 추억밖에는 없네요. 방에서 혼자 쓸쓸히 술을 마셨던 뒤풀이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림체는 상당히 귀여운 데, 그에 반해 표현은 잔인한 것 같습니다. 평소 둘 중 어떤 스타일을 더 추구하시나요?

“귀엽게 생긴 애들이 잔인하게 노는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혹은 잔인하게 생긴 애들이 귀엽게 놀거나. 본편 시작 전에 ‘스튜디오 젠틀펑크’ 라는 로고가 뜨는데 사실 젠틀하고 펑크는 서로 모순되는 개념이거든요. ‘외계인전’에선 ‘귀엽고 예의바른 등장인물이 코믹한 실수를 저지른다’와 ‘인육을 게걸스레 먹어대고 대역죄로 사지가 찢겨 죽고 만다’가 동시에 진행되고, 또 화면엔 피가 튀는데 음악과 내레이션은 은근하게 흘러나오는 식이죠. 이렇게 어찌 보면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요소들이 함께 버무려지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고 할까요. 귀여운 분위기에선 절대 잔인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일반적 영화 속 세계보다는, 아무리 아동용 코미디 같은 상황이라도 언제고 ‘하드코어 슬래셔’로 돌변할 수 있는 현실 세계를 더 닮은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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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이 상당히 짧은데 이러한 단편만의 매력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일단 가볍게 떠오르는 소품 같은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 있다는 점이죠. 그리고 보는 사람이 그나마 덜 지루하다는 점. 농담 같지만 극장과 달리 웹에서 보여주고자 할 때는 3분도 꽤 긴 시간이거든요.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닭과 소에게는 인간이 임금을 잡아먹은 외계인과 같은 존재라면 인간 역시 그 동물들에 있어서는 죄인이 아닐까요?

“마찬가지로 그 동물들 역시 그들이 잡아먹은 지렁이와 여물에 있어서는 죄인이겠죠. 포졸들은 외계인과 그 친구들이 동물들을 잡아먹던 말든 상관하지 않고 임금님을 잡아먹은 것에만 분노합니다. 소 역시 임금님을 잡아먹던 말든 자신들을 잡아먹으려 했기 때문에 복수를 하는 거고, 외계인은 손님 대접을 하려 했을 뿐이니 억울하다며 소에겐 빨리 자신을 구하라고 명령까지 하죠. 이쯤 되면 누가 죄인이냐 하는 건 의미가 있을 수 없어요. 세 집단이 생각하는 ‘죄’는 모두 각자 자기네 기준에 맞춰져 있으니까….” 글·영상 인사이드피플(insidepeople.co.kr)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