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중 지상파 드라마 64% 외주
제작사 150곳 편성위해 출혈경쟁
수익불안정한 국외판권 외주몫
알짜수익 광고는 방송사 차지
방송사 톱배우 원해 부담가중
“자격없는 제작사 난립” 지적도

드라마의 거장인 김종학 피디가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계기로 방송가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외주제작 시스템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태왕사신기>나 <신의>와 같은 대작들로 승부를 걸다 곤경에 빠진 그의 상황을 구조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흥행에 실패하면 출연료 미지급 등의 부작용을 낳아온 외주제작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주제작의 현실을 짚어봤다.

■ 지상파 드라마 60% 이상이 외주 제작 현재 방영중인 지상파 드라마 중 방송사 자체 제작 드라마는 <구암 허준>·<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이상 문화방송), <당신의 여자>·<황금의 제국>(이상 에스비에스), <지성이면 감천>·<산너머 남촌>·<은희>·<드라마 스페셜 단막 2013>(이상 한국방송)뿐이다. 1주일 기준 전체 22개 드라마에서 외주제작 비율은 63.6%다. 지난해 전체로는 75%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신고된 드라마 외주제작사는 156개사(폐업 포함)다. 이 중 34개사가 만든 드라마가 지난해 방송을 탔고, 편성을 따내기 위한 출혈 경쟁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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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비 평균 50%만 방송사 담당 미니시리즈의 경우 보통 회당 최소 2억5000만원의 제작비가 들어간다. 사극은 더 드는데, <구가의 서>(문화방송)는 편당 5억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3사는 평균 50%가량의 제작비를 담당한다. ‘톱스타+스타 작가’의 조합이면 방송사 간 유치 경쟁이 벌어져 더 대기도 한다. 외주제작사는 방송사에서 받는 돈 외에 드라마 말미에 협찬 업체임을 알리는 ‘협찬 고지’ 등을 통해 제작비를 충당해야 한다. 협찬 매출은 보통 100% 제작사가 갖지만, 일정액을 넘기면 방송사가 챙길 때도 있다. 드라마에 상표를 노출시키는 간접광고(PPL) 매출은 통상 방송사와 제작사가 반반씩 나눈다. 방영 시간 전후의 광고는 모두 방송사 수입이다. 광고가 모두 팔리면 방송사는 미니시리즈 한 회당 3억~4억원 정도 번다. 국외 판권은 제작사가 갖지만 통상 방송사 자회사에서 판매 대행을 맡아 수수료를 20% 정도 뗀다. 최근 드라마 ‘한류’가 한풀 꺾여 외국 판매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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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주 드라마제작사협회 총괄팀장은 “방송사는 협찬 고지와 함께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국외 판권까지 제작비 산정에 넣는다. 하지만 협찬 고지 광고는 시청률에 영향을 많이 받고, 국외 판권료 또한 미래 가치로 확실치가 않다. 결국 제작사는 기본적으로 -50%의 상태로 드라마를 시작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작은 리스크가 더 커져 국외 판매가 여의치 않으면 제작사는 많은 빚을 떠안는다. 김 피디도 지난해 <신의>를 이용한 부가 사업으로 제작비를 충당하려 했으나, 시청률이 높지 않았고, 사극이기 때문에 간접광고 유치에도 한계가 있어 100억원의 제작비가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 치솟는 톱스타 출연료 ‘한류 열풍’으로 톱스타의 몸값은 치솟았고, 종합편성채널까지 생겨 출연료는 또 요동쳤다. 회당 1억원가량 받는 출연자가 여럿이다. 2007년 김 피디가 연출한 <태왕사신기>의 배용준은 회당 2억5000만원을 받았다. ‘선 편성 후 제작’ 시스템이다 보니 제작사는 편성을 따내기 위해 방송사 입맛에 맞는 톱스타와 스타 작가가 부르는 ‘몸값’을 맞춰줘야 하는 측면이 있다. “시청률이 저조해 방송사와 제작사는 울어도 톱스타와 스타 작가는 웃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드라마의 출연료 비중은 보통 55~65%다. 일본은 20~30%, 미국은 10% 수준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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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비 현실화 공론화할 때” 외주제작의 또다른 문제는 방송사가 검증되지 않은 신생 제작사에 편성을 준다는 점이다. 박 총괄팀장은 “방송사 출신 인사가 제작사를 차리면 전관예우로 편성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정작 방송사가 책임은 안 진다. 그래서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제작사만 드라마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수입 분배 방식을 담은 표준계약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강제성을 가지기는 어렵다.

한 방송사 드라마국 고위 관계자는 “지금 제작 현실은 브레이크 없이 최악으로 가고 있다. 김종학 감독의 죽음은 업계 모든 사람들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방송사, 제작사, 연기자 모두 업계 차원에서 제작비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