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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일반

끼리끼리 순간을 즐긴다, ‘클럽하우스’에서

등록 :2021-02-19 19:58수정 :2021-02-20 02:32

[토요판] 밀레니얼 읽기
(6) 오디오 기반 SNS 열풍

‘인싸’들 잡아끄는 신개념 SNS
순간에 충실한 오디오 서비스
기록·저장 아닌 동시성 ‘주효’
밤새 수다 떨며 중독성 절감

유명인 소통창구 유명세 더해
한정된 초대장에 돈 오가기도
자유·폐쇄, 수평·수직 묘한 조합
서비스 진화 방향 지켜볼 필요
오디오 기반 에스엔에스(SNS) 서비스 클럽하우스가 유명인들과 젊은층을 중심으로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휴대전화에 클럽하우스 앱이 깔린 모습. AFP 연합뉴스
오디오 기반 에스엔에스(SNS) 서비스 클럽하우스가 유명인들과 젊은층을 중심으로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휴대전화에 클럽하우스 앱이 깔린 모습. AFP 연합뉴스

잘 버리지 못한다. 좋게 말하면 정이 많고 다르게 말하면 미련이 많다. 버리기 열풍이 부는 요즘 시대를 역행하는 삶의 태도다. 나는 인터넷에도 언제나 무언가를 쌓기 바빴다. 2000년대를 사로잡았던 1세대 고인물 에스엔에스(SNS)인 싸이월드는 그런 의미에서 내 사적인 기록의 보고에 가깝다. 멋모르던 망아지처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쏟아내던 중고교 시절,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했던 낱낱의 일상이 모두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싸이월드가 다시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가 처음 느낀 감정은 반가움보단 막막함이었다. 망할 놈의 서버는 기억력도 좋지, 왜 20년 전 일기를 아직도 갖고 있는 거야? 당장 일년 전에 쓴 일기만 들추어 봐도 손발이 오글거려 무릎을 찰싹찰싹 때리게 생겼는데, 질풍노도의 시기, 그때의 일기장을 제정신으로 들여다볼 자신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하물며 다른 사람들이 그때의 내 일면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질 수밖에. 도토리 100개를 주고서라도 내 미니홈피의 정보들을 모조리 삭제해달라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의 흑역사, 나의 오글거리는 일기, 말실수와 말장난. 그런 것들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할 필요도 없는 신개념 소셜미디어가 한국에도 들어왔다. 녹화도, 녹음도 금지. 지금 당장, 여기 모인 사람들끼리만 이야기를 나눈 다음,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오디오 서비스 클럽하우스 얘기다.

밤새워 떠드는 인싸들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 일주일차, 벌써 이틀 밤을 샜다. 이거 좀 세다. 엄청나게 중독적이다. 말하기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외향인에게는 딱 맞는 플랫폼이다. 어떤 방에서든 손만 들면 스피커가 돼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끝도 없이 대화가 굴러간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흥미가 떨어지면 ‘조용히 떠나기’(leave quietly)를 누르면 그만이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만큼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다는 것은 클럽하우스의 큰 장점 중 하나다. 그래서 인기가 높다. 가입자 수도 성큼성큼 늘고 있고, 기업가치도 1조원 이상 인정받았다. 2020년 4월 출범한 신생 플랫폼이지만, 벌써 유니콘으로 평가받는 중이다. 구글 전 직원 로언 세스와 투자자 폴 데이비슨이 만든 이 기업은 문을 연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소셜미디어의 새로운 기준을 써 내려가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를 중심으로 서서히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현재는 스타트업, 투자, 창업 등의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로 서서히 퍼지다 일반 대중에게도 가닿고 있다.

클럽하우스의 등장이 단적으로 보여주듯, 요즘 소셜미디어 흐름은 20년 전과는 좀 다르다. 사람들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정보를 쌓는 과정을 즐겼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요즘 사람들은 무엇이든 잘 쌓지 않는다. 대신 24시간 뒤 자동으로 게시물이 삭제되는 인스타그램의 ‘인스타 스토리’나 트위터의 ‘플리츠’(Fleets)를 즐겨 사용한다. 남기거나 기록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을 고스란히 공유하고 날려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요즘의 우리는 밥 먹을 때, 차 마실 때, 걷거나 달릴 때, 친구를 만날 때 그 순간을 스토리로 포착하고 공유하기를 즐긴다. 실시간성과 동시성은 어느덧 요즘 시대에, 우리 세대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소셜미디어에도 곤도 마리에의 원칙이 배어가고 있는 것이다. ‘설레지 않으면 남기지 않는다’는 원칙 말이다.

뭐가 그렇게 재밌냐면

불시에 출몰하는 연예인들과 목소리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클럽하우스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배우 공효진이나 사이먼 도미닉, 스윙스 등 힙합 뮤지션들도 클럽하우스에서 방을 만들어 팬들과 소통한다. 평소에는 팬사인회에 참여하거나 콘서트장에 가야만 목소리를 듣고 마주할 수 있었던 유명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무료로, 불시에 이루어진다. 얼마 전에는 테슬라 시이오(CEO) 일론 머스크가 게임스톱 논란의 중심이 됐던 미국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의 대표와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대담을 나눠 화제가 되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수장인 마크 저커버그, 이승건 토스 대표,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의장 등도 ‘클럽’에 합류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서비스 장벽은 높은 편이다. 아무나 가입을 할 수 없고, 내부에 이미 소속된 멤버에게 초대장을 받아야만 클럽하우스에 입성이 가능하다. 아직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아이오에스(iOS) 환경에서만 지원을 하고 있어 안드로이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초대받아도 앱을 깔 수조차 없다. 클럽하우스는 곧 안드로이드 서비스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클럽하우스는 아이폰 유저들만의 ‘클럽’으로 남아 있다. 이 같은 서비스의 폐쇄성은 사람들의 ‘소외 공포증’(FOMO)을 자극한다. 때문에 중고나라나 당근마켓 같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가입 시 한명당 2개씩 주어지는 클럽하우스의 초대장이 2만원 선에서 거래되기도 한다. 중고 아이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다.

자유로운 듯 눈치 보게 되는 현실적 클럽

실시간으로 설레는 순간이 잔뜩일 것만 같은 클럽하우스에도 장점만 가득하진 않다. 일단 필연적으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자유도가 떨어지는 구조다.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들과 자동으로 연동되어 있는데다, 자신의 실제 얼굴과 실명을 사용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현재 직장뿐 아니라 과거 직장, 커리어까지 주르륵 써둔 사람들의 프로필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이곳이 링크트인인지 클럽하우스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아예 ‘○○회사 다니는 사람’ ‘○○회사에 대한 모든 걸 알려드립니다’ 같은 방을 열어, 같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끼리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좋게 말하면 커뮤니티의 성격이 강하고, 나쁘게 말하면 ‘끼리끼리’ 문화가 강하다. ‘○○외고 ○○기 방’ ‘○○대학 사람들만 모이는 방’도 자주 출몰하는 방 중 하나다. 강한 커뮤니티성과 더불어 현실에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는 클럽하우스의 이런 특징은 자유로운 탐색과 소통을 가로막는 요소다. 익명성이 잘 보장되지 않는 공간이기 때문에 자칫하다 말실수를 할까 두려워 손들고 싶은 주제에 대해서 말하기가 망설여지는 것이다.

음성언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자체가 근본적으로 장애인 배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시간으로 자막 등을 서비스할 수 있는 줌(Zoom)과는 달리 클럽하우스에서는 녹음이나 녹취가 허용되지 않기에, 음성언어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은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 최근엔 운영사인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이 사용자들의 대화를 녹음해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실상 모두가 스피커가 될 수 있다는 명제도 틀렸다. 스피커가 되고 싶어 손을 들더라도, 모더레이터가 허락해주지 않으면 스피커가 될 수 없는 시스템도 클럽하우스의 제한적 자유도를 방증한다. 스피커가 되지 않는 한 어떠한 반응이나 피드백을 남길 수 없는 스피커 위주의 환경도 마찬가지다. 스피커, 스피커가 팔로하는 사람, 나머지 사람으로 나누어지는 클럽하우스 대화방의 시스템은 꽤 수직적인 구조다. 자유로운 듯 폐쇄적이고, 수평적인 듯 수직적인, 이 오묘한 신생 플랫폼 ‘클럽하우스’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천다민 뉴닉 에디터

▶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들은 정보기술(IT)에 능하고 개성이 강한 특징이 있다고 분석된다. 부당한 일에 적극 목소리를 내면서 앞날에 대한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갖고 있는 이들이기도 하다. ‘나 때는 말이야’라고 툭하면 가르치려는 ‘라떼 세대’는 모르는 밀레니얼 세대의 문화를 격주로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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