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비에스 <런닝맨>의 한 장면. 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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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발랄한 명리학

3. 사주팔자와 인연

올해로 결혼한 지 10년 가까이 된 지인에게서 최근 사주앱으로 궁합을 본 이야기를 들었다. 앱 건너편 사주상담가가 해준 조언이 구구절절 공감 간다고 했다. 지인 부부는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정도로 오랜 기간 함께 살았다. 그런데도 마치 결혼을 앞둔 사람처럼 자신과 배우자가 어울리는 배필인지 궁금해했다. 결혼한 지 이미 오래인데 왜 아직도 궁합을 보는지 물어봤다. 그분은 결혼을 해도 서로 의견이 달라 맞춰가야 할 일투성이인데, 궁합을 보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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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재미로 가볍게, 혹은 결혼 결정을 앞두고 진지하게 궁합을 본다. 두 사람의 어울림을 생년월일시로 가늠해보는 궁합은 사람들이 사주를 보러 가는 단골 소재다. 사주에서 궁합을 보는 방식은 여러 가지인데, 옛날엔 대략 태어난 해만으로 두 사람의 어울림을 따져보는 띠별 궁합이 유행했다. 일반 백성들이 자신의 생일과 생시를 정확하게 모르던 시절 유용했다. 예를 들어, 소띠나 말띠는 안 맞는다고 봤다. ‘소는 말이 밭을 갈지 않음을 기분 나빠 한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해 두 띠는 서로를 미워하는 관계(원진살)에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런 궁합법은 태어난 해만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단순하다. 사주 여덟 글자 중 띠를 나타내는 한 글자만 따져본 것이라 재미 그 이상으로 참고하기엔 어림도 없다.

최근엔 두 사람의 사주팔자에서 음양오행,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에너지가 조화로운지를 우선적으로 본다. 서로 부족한 오행을 채워주고 있으면 좋은 궁합으로 본다. 최근 한 사주상담가를 찾아가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상대방과의 궁합을 봤다. 상담가는 두 사람의 생년월일시를 받아보고는 한동안 말이 없더니, 조금 뒤 입을 열었다. “두 분이 천생연분까진 아니지만, 한 명이 없는 걸 다른 한 명이 채워주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며 괜찮은 궁합이라고 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내겐 목화토 에너지가 많고 금과 수 에너지가 적은데 상대방은 정반대였다. 금과 수가 많고 목화토는 부족했다. 두 사람이 함께한다면 음양오행이 조화를 이루게 되는 이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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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궁합이 좋다 나쁘다를 말할 때 한가지 기준만 갖고 판단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원국(들어오는 운이 아닌 본래 사주팔자)이 어떠한지, 배우자 자리를 나타내는 일지에 합이나 충이 있는지, 대운과 세운이 두 사주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그래서 절대적으로 좋은 궁합, 절대적으로 나쁜 궁합은 찾기 어렵다. 대체로 ○○ 측면에서는 좋은데 △△ 측면에선 안 좋다는 식이다. 전반적으로 어떠한데, 살면서 □□ 부분을 맞춰나가라는 상식적인 조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사람과 결혼하면 몇년 뒤 죽는다’ 같은 극단적인 말을 하는 상담가는 피하는 것이 좋다.

찾아가는 상담가에 따라 두 사람의 궁합이 괜찮다고 하기도 하고 별로라고 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궁합이론의 신뢰도, 타당도에 대해 연구해놓은 자료들을 살펴보면, 미래를 가늠하는 도구로 쓰기엔 더 갈고닦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은 여러 이론들이 혼재해 어떤 상담가는 ㄱ이론을 중심으로 말하고, 어떤 상담가는 ㄴ이론을 중심으로 해석해 결국 상담가에 따라 다른 풀이가 나오는 게 현실이다. 그저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논리라면, 내게 도움이 될 부분을 참고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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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가 찾아간 또다른 사주상담가는 만나는 사람과 궁합을 봐달라고 하자 “일단 마음이 가면 만나라. 뭘 궁합을 따지냐”며 봐주질 않았다. 그는 사주명리학을 공부한 자신도 연애할 땐 궁합 안 따지고 그냥 사람이 좋으면 만난다고 했다.

결혼을 결정하기 전 이 결정이 길할지 흉할지를 점쳐보는 풍습이 기원전 춘추전국시대부터 있었다고 한다. 요즘도 미래를 알고 싶어 하는 커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춘추전국시대가 아니다. 한번 갔다가 영 아닌 것 같으면 돌아올 수 있다. 죽어도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 내 판단력을 믿어보자. 현실에서 쌓은 상대방과의 애정과 신뢰가 과거 만들어진 명리학 궁합이론 몇가지보다 앞설 것이다.

봄날원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