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문화일반

이번에도 ‘캐슬’의 떡밥에 낚이고 말았다

등록 :2019-01-13 13:40수정 :2019-01-14 10:33

시청률 고공비행 JTBC <스카이캐슬>의 인기 요인 4가지
JTBC 제공
JTBC 제공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다. 만나면 <스카이(SKY)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 제작 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얘기뿐이다. 현실 풍자인 줄 알았는데 출생의 비밀까지 나오면서 막장이다, 심심풀이로 시작했는데 몰입감이 장난이 아니다, 드라마에 숨겨진 의미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등 누군가 말하면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진다. 다들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시청률로 확인된다. 본방 사수를 하지 않는 멀티플랫폼 세상에서 17%(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수도권 기준)까지 올랐다. ‘치솟았다’가 맞다. 2018년 11월23일 방송된 1회는 1.7%(닐슨코리아)였다. 2018년 마지막 방송이던 12회(12월29일)는 JTBC 역대 최고 드라마 시청률을 찍었다(12.3%). 14회에서는 수도권 17.3%, 전국 15.8%를 기록했다. 14회 마지막 장면이 혜나의 죽음으로 충격적이던 만큼 시청자의 관심은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캐슬>은 20부작으로 6부를 남겨두고 있다. <스카이캐슬>의 인기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① 전 국민이 ‘교육 전문가’인 나라

<스카이캐슬>은 한국의 0.1%가 모인 부자 동네가 배경이다. 주남대 의대와 로스쿨 교수들이 모여 산다. 이들은 자식에게 그들의 자리를 세습하기 위해 교육에 목숨을 건다. 과외교사만이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챙겨주는 코디, 학원강사를 개인 교사로 데려오는 서울 대치동 과외 등이 나오며 이것이 실재하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서울대 의대생들에게 직접 물어보거나, 대치동 출신 학생들이 모여 현실을 이야기하거나, 직접 학원가 관계자를 만나거나 대치동 학부모 이야기를 듣는 등 여러 경로로 ‘팩트 체크’가 이루어졌다.

대부분 기사·동영상의 결론은 현실에는 “책상 위치 좋습니다. 메인 책상과 스탠드 책상 북쪽에 두신 것도 잘하셨습니다. 습도는 항상 20~23도를 유지해주세요. …수리영역 8천㎾, 암기과목 4천㎾가 좋습니다” 등까지 말해주는 코디는 없다. 하지만 “없는 게 없는 대한민국”에서 “실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하는 전문가들도 존재한다. 어느 대학생의 유튜브 댓글에는 “○○생들과 스카이캐슬은 거리가 있지 않나요. 주제랑 안 맞는 것 같아요. 서울대생들이나 하버드 정도면 몰라도”라는 댓글이 달린다. 극 중 극성스러운 학력 추종자 예서(강찬희)는 현실에 있다. 지독한 팩트 확인이다.

한국에선 모두가 교육 전문가다. 현재의 입시제도를 성토하고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거기다 모두 드라마 전문가다. 교육과 드라마, 최상의 결합이다.

② ‘이 드라마에 그냥 나오는 장면은 없다’

‘여름에 성충이 되어 10월에 죽는’ 잠자리는 등장인물의 운명을 암시한다. 숨겨진 실마리는 공들여 드라마에 등장한다. <스카이캐슬> 화면 갈무리
‘여름에 성충이 되어 10월에 죽는’ 잠자리는 등장인물의 운명을 암시한다. 숨겨진 실마리는 공들여 드라마에 등장한다. <스카이캐슬> 화면 갈무리

‘이 드라마에 그냥 나오는 장면은 없다’(<허프포스트> 1월6일치). <스카이캐슬>은 ‘스릴러’를 표방한다. 1회를 의대 합격한 아들을 둔 엄마의 자살로 시작했으며, 수수께끼 인물을 등장시키고 모호한 말이나 장면 등으로 추리용 ‘떡밥’을 던져왔다. 시청자는 어디까지 해석해야 할지 모르는 말이나 장면들에도 주목한다.

드라마 포스터에는 여성 등장인물을 모아서 찍은 컷이 있다. 불안한 높은 사다리에 앉은 한서진(염정아), 그 옆에는 예서의 코디인 김주영(김서형)이 언제라도 의자를 넘어뜨릴 듯 서 있다. 세 명은 웃고 있지만 이 둘은 웃음기가 없다. 인물 성격을 표현하는 포스터지만 시청자들 사이에 결말을 암시한다고 소문이 나 있다. 한 드라마 커뮤니티에 올려진 ‘현재 충격에 빠뜨린 스카이캐슬 결말 궁예’라는 글은 드라마 내 여러 요소를 해석해 설득력 있는 드라마의 결말을 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공들인 드라마 설계에 시청자는 상상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한서진과 김주영이 함께 차를 마시는 장면이 잡혔는데 찻주전자에 잠자리 그림이 있었다. 14회 김혜나(김보라) 옆 창문에 죽은 잠자리가 있다. 시청자는 “가을 잠자리는 여름에 성충이 되어 10월께 죽는다”고 해석해 김보라의 죽음이 이미 암시돼 있었다고 주장한다. 많은 시청자가 세리라는 등장인물의 이름에서 ‘하버드·스탠퍼드 동시 합격했다’고 언론사를 상대로 거짓말했던 세라 김을 연상해 스토리를 예언하기도 했다.

김주영이 영재에게 들려주었던 설화는 섬뜩하다. 이 아들로 환생한 원수의 이야기는 그림자놀이극으로 재현돼 보여졌다. 시청자가 김주영이 듣는 음악 <마왕>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도 일리 있다. ‘마왕’은 말을 달리는 아버지에게 아들이 ‘마왕이 자신을 데려갈 것’이라고 호소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안심시키는데, 목적지에 도착하니 아들이 죽어 있었다는 이야기다. 드라마가 던지고 시청자가 해석하는 게임 같은 재미가 있다.

③ 드라마의 역사성, 역사를 거스른 드라마

<스카이(SKY)캐슬>은 최상위 계층의 교육을 보여줘 흥미를 돋운다. JTBC 제공
<스카이(SKY)캐슬>은 최상위 계층의 교육을 보여줘 흥미를 돋운다. JTBC 제공

후반부 ‘출생의 비밀’이 드라마를 이끌면서 애청자들이 ‘클리셰’(상투적 표현) 비난을 하기도 했다. <스카이캐슬>은 이전 JTBC를 대표하는 드라마들, 정성주 작가·안판석 피디의 <아내의 자격>(2012)과 <밀회>(2014)의 맥을 잇는다. 전형적인 ‘현실 풍자’ 드라마의 적자로 ‘못 보던 이야기’는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스카이캐슬>은 클리셰를 갖고 와서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아내의 자격>과 <밀회>가 최상위 클래스의 소외된 곳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그렸다면, <스카이캐슬>에는 사랑하는 연인이 나오지 않는다. ‘정의로운’ 사람도 의심스럽다. 한서진은 과거까지 속인 성공 욕망의 화신이다. 스카이캐슬을 선한 의지로 뒤흔들 이수임(이태란) 가족을 이주시켰지만, 이들은 주도하기보다는 휘말린다. 이수임은 교육 현실을 고발하는 책을 써서 비극을 막겠다라고 하는데, 결국 그 의지를 인정받을 공론장에서 상대방의 가장 큰 약점을 공격해 비겁한 면을 보인다. 배다른 딸 김혜나는 가난하게 살고 똑똑하게 자랐지만, 가난한 사람의 클리셰인 ‘순진함’을 갖추지 않았다.

드라마의 빠른 진전은 주요 인물들을 갑작스럽게 죽여나가는 <왕좌의 게임>의 템포를 닮았다. 1회 자살의 내막을 다음 회에 다 보여주고, 주민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만드는 축이 될 법한 독서모임을 단번에 해체하는가 하면, 혜나의 어머니 존재를 등장시켜 준상(정준호)의 옛 연인임을 알려준 뒤 곧 병으로 죽게 했다. 심지어 14회 마지막에는 주요 인물인 혜나가 죽는 장면이 나왔다. 당황한 시청자에게 제작진은 “혜나가 죽은 게 맞다”라는 부연까지 해야 했다.

④ 이 시궁창을 보라, 현실에도 희망은 없다

스카이캐슬은 주남대 의사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다. 그간 드라마의 단골 무대는 재벌이었다. 대충 요약하자면 재벌의 비도덕성을 선하고 가난한 여성이 구원한다. 전문가 집단은 ‘정의’를 내세운 에피소드 드라마의 주요 소재였다. 그래서 ‘재벌 드라마’와 ‘전문직 드라마’는 장르적으로 구분됐다. 의사 집단은 현실에서 좀더 도덕적이어서가 아니라 적어도 이성이 작용하리라고 생각하는 집단이었다. 고수익 전문가 집단은 부에 편입한 기득권층이 되었다. 이들은 재벌과 달리 돈이 중심이 아니다. 이 기득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단체 행동을 할 때도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밟는다. 철저히 자본주의적이면서도 민주적인 외피를 쓴 ‘이기적 유전자’다.

엔딩곡 <위 올 라이>(We All Lie)대로 모두 거짓말을 하는 드라마 세계에서 실명이 나오는 것은 서울의대와 하버드대다. 가상이지만 현실의 세계가 그렇게 다리를 놓고 있다. 드라마는 비극으로 끝날 것이다. 그 세계는 파멸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독자 퍼스트 언론, <한겨레21>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

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진실을 후원해주세요
용기를 가지고 끈질기게 기사를 쓰겠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이 우리 사회에 드리운 어둠을 거둡니다.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단독] 의문의 이 글씨, 뒤집어 보니 이육사의 ‘유일한 서명’이었다 1.

[단독] 의문의 이 글씨, 뒤집어 보니 이육사의 ‘유일한 서명’이었다

‘정조 입덕’ 불렀네…옷소매 붉은 끝동, 평생의 순정 2.

‘정조 입덕’ 불렀네…옷소매 붉은 끝동, 평생의 순정

한쪽 눈으로 완성한 ‘박수근 최대 작품’, 훼손 뒤 건강 되찾아 고국으로 3.

한쪽 눈으로 완성한 ‘박수근 최대 작품’, 훼손 뒤 건강 되찾아 고국으로

핫한 남녀의 조신한 대화…‘솔로지옥’은 새로운 ‘오징어 게임’ 4.

핫한 남녀의 조신한 대화…‘솔로지옥’은 새로운 ‘오징어 게임’

최고의 고고학자, 로마서 유럽 정체성 고향을 찾다 5.

최고의 고고학자, 로마서 유럽 정체성 고향을 찾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Weconomy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한겨레 데이터베이스 | 뉴스그래픽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더나은사회 | 탐사보도 | 서울&
스페셜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사업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