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효상(사진·이로재 대표)
승효상(사진·이로재 대표)

다음달 29일부터 열리는 국제 건축계 최대 잔치인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주제 전시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묘역(사진)이 소개된다. 한국 건축가로는 유일하게 주제전에 초청받은 건축가 승효상(60·사진) 이로재 대표가 자신이 설계한 이 묘역을 전시 주요 작품으로 골라 세계 건축전문가들에게 발표할 계획이다.

‘공통 토대’(Common Ground)가 주제인 올해 건축전은 건축이란 것을 이루는 공통의 인자는 어떤 것인지 묻는 기획이다. 이 주제를 놓고 승 건축가는 자신의 작품인 10개의 주택을 선정해 그 안에 담긴 공통의 맥락을 설명할 예정이다. 그런데 왜 주택이 아닌 이 묘역을 함께 집어넣은 것일까?

“봉하마을 묘역은 ‘죽은 자의 집’이지만 이 역시 ‘산 자의 집’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우리 전통 건축의 특성에서 이어받아 현대 건축에서 시도해온 ‘비움의 구축’을 시도한 작품이란 점에서 선보이기로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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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건축은 구조체인 건물 자체를 만드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축물의 공간 일부를 비워내면서 내부와 외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며, 이를 현대 건축으로 계승하자는 것이 승 대표가 주장해온 ‘비움의 구축’ 철학이다. 묘역은 넓지만 묘 자체는 최소화하고 주변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하나가 되도록 한 봉하마을 묘역이 이런 철학을 보여주는 사례로 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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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미공개 사진. 장철영씨 제공
노무현 전 대통령 미공개 사진. 장철영씨 제공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은 각 나라들이 직접 작가를 선정해 각각의 건축 담론을 선보이는 국가관 전시와, 주최 쪽이 직접 건축가를 골라 초청하는 주제전으로 나뉜다. 이 주제전은 지금 현대 건축에서 가장 유명하고 쟁쟁한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비엔날레의 꽃이다.

그러나 한국 건축가로는 세 번째, 그리고 유일하게 두 번 초청을 받게 된 승 대표는 이 초청을 받고서도 참여 여부를 고민했다고 한다. 초청받은 세계 스타 건축가 64명 중에서 아시아 건축가는 승 대표와 일본의 세지마 가즈요 등 단 2명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유럽 건축계가 아시아 건축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저하다가 서양 건축에는 없는 아시아 건축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오자고 마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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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10개의 주택 작품을 통해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건축의 ‘윤리’ 문제다. 승 대표는 한국 건축의 고전 걸작인 경주의 ‘독락당’(1516년 지은 이언적의 고택 사랑채), 그리고 서양 건축의 고전 중의 고전인 르네상스 건축의 대표작 ‘빌라 로툰다’를 비교해 서양 건축과 동양 건축의 차이를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독락당은 주위와 조화를 이루면서도 ‘홀로 됨’을 즐기는 고독의 집입니다. 빌라 로툰다는 ‘혼자’ 주변을 지배하는 집이에요. 지금 현대 건축은 서양 건축의 상징인 빌라 로툰다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이제는 독락당이 추구했던 윤리적인 건축을 돌아볼 때라고 생각합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이로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