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마셨을 때 맛있다고 느끼는 커피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커피입니다.”

커피 원두의 품질과 맛을 감별해 등급을 매기는 ‘커피 감정사’인 ‘큐그레이더’(Q-grader) 자격 심사를 위해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커피 전문가 마네 알베스(54)의 커피 철학이다.

그는 미국에서 커피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인이자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 회원이다. 지난 12일 기자와 만난 그의 명함에는 낯선 직업이 하나 더 적혀 있었다. ‘큐그레이더 인스트럭터’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큐그레이더 자격 심사를 하는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의 전문강사를 말한다. 바리스타가 원두로 커피의 맛을 내는 전문가라면, 큐그레이더는 원두 자체를 골라내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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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훌륭한 솜씨로 볶고 갈아도 원두의 질이 떨어지면 훌륭한 커피는 만들어지지 않지요.” 최근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큐그레이더 자격증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큐그레이더에 대해 “객관적인 척도로 품질을 평가하고, 전문적인 눈을 키우는, 커피를 더 알아가는 과정”이지 실제 “커피 비즈니스에 이 자격증을 활용하는 일은 별로 없다”고 선을 긋는다. 커피보다는 자격증에만 관심을 갖는 이들을 향한 충고인 셈이다.

그가 커피와 인연을 맺은 계기가 재미있다. 포르투갈 사람인 그는 애초 고향에서 프랑스어와 영어를 가르쳤다. 1980년대 중반에 “첫눈에 사랑에 빠진 여자”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5년 동안 와인 회사에서 와인 맛 감정사로 일했다. 그러다가 버몬트로 이사를 했는데 그곳에서 “블렌딩이나 맛을 감별하는 방식 등이 와인과 비슷한” 커피의 매력에 빠져 업종을 변경했다. 90년, 그의 나이 32살 때 일이다. “커피는 제 인생을 많이 변화시켰습니다. 내년에는 협회 차원에서 중국 진출도 준비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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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3년 전 커피 전문가 양성과정인 ‘루소 랩 아카데미’와 협력 계약을 맺었다. 그 뒤 한국을 1년에 두 차례씩 방문한 그는 “한국 학생들이 시험 통과를 위해 매우 철저하게 준비하는 데 감동받았다”고 했다. 서울에서 열린 이번 큐그레이더 자격시험에는 5명이 지원해 9~11일 사흘 동안 경연을 치렀다.

커피 문외한이 커피 맛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가지 커피를 여러 번 마셔 맛의 차이를 느껴보고, 그런 뒤에 다른 종류의 커피로 관심을 넓혀 가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커피를 찾아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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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 산하 ‘커피품질연구소’의 인증을 받아 활동하는 큐그레이더는 세계에서 1100명 가량이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300여명 정도이며, 큐그레이더 인스트럭터는 세계적으로 한국인 2명을 포함해 약 20명 남짓에 불과하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