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 밴드’(YB)의 첫 인터넷 생방송 ‘온 에어 와이 비(ON-AIR YB)’는 한마디로 ‘파격’이었다. 깔끔한 공중파 방송에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이것이 무슨 방송이냐’ 싶을 정도였다. 대본도 형식도 없는 ‘날 방송’을 표방해 시작부터 끝까지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윤도현 밴드는 12일 0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합정동 연습실에서 음악과 토크쇼를 버무린 인터넷 음악 생방송을 선보였다. YB 누리집 개편(www.ybrocks.com)을 자축하고,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새로운 소통을 실험해보자는 취지였다.
여기에 의도하지 않은 ‘신선한 충격’도 더해졌다. 하루가 넘어가는 한밤에 생방송 공연을 하면서 ‘시간의 오해’가 생겼다. 그래서 일부 출연자들의 ‘방송사고’도 터졌다. 주최 쪽이 애초 출연자들에게 ‘12일 0시’를 ‘12일 밤’이라고 방송시간을 알렸다. 출연자들은 이 ‘0시라는 시간’을 ‘11일에 걸친 12일’로 알아듣지 못하고 ‘12일에 걸친 13일’로 착각을 한 것이다. 일부 출연자들은 다른 일을 보다가 뒤늦게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합정동 밴드실로 모였다. 김제동씨도 방송시간을 ‘내일’로 알고 이날 술을 한잔 하다가 전화를 받고 달려와 어쩔 수 없이 ‘음주방송’을 해야 했고, 길은 타이거 JK의 ‘대타’로 무대에 불려나왔다.
윤씨는 생방송 시작에 앞서 “음악으로 시작해 음악으로 끝난다는 것 말고는 따로 정해진 것이 없지만, 그래도 공중파에선 들을 수 없는 YB 음악의 진수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생방송은 시작부터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과 달랐다.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 윤씨는 확성기를 들고 첫 곡 ‘이 땅에 살기 위하여’를 부르면서 거칠게 몸을 흔들었다. 카메라는 악기와 맴버들의 손을 이리저리 비추면서 마구 흔들렸다. 청년실업 문제를 다룬 두 번째 노래 ‘88만원 루징 게임’은 가사와 사운드가 더 강렬했다.
그러나 노래가 끝난 다음 멤버들은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었다. 껌도 씹고, 케익도 자르고, 자전거는 한쪽으로 밀어 버린다. 방송 중에 아예 연습실 문을 열고 나가 버린다. 카메라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반말과 높임말이 무질서하게 뒤섞인다. 카메라도 같이 어지럽다. 한때 잘 나갔던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의 사회자는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형식에 얽매이기 보다는 형식을 파괴하고 희롱하면서 방송에 대한 고정관점을 ‘엿 먹인다’.
형식의 파괴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아슬아슬 했다. 오프닝 2곡이 끝나자 초대 손님으로 등장한 김제동씨는 술 냄새가 풍겼다. 김씨는 한국방송 <스타골든벨>에서 퇴출된 뒤, 이날 문화방송의 파일럿 프로그램인 <오마이텐트> 마저 정규 편성에서 제외된 뒤였다. 윤씨는 김씨에게 마이크를 내주고, 카메라는 김씨에게 앵글을 맞춘다. 공중파의 잣대로 보면 ‘방송사고’다.
김씨는 “자유로운 공간에 와 YB에 대한 내 생각을 남기고 싶었다”며 “오늘 제가 술에 함락을 당했지만, 세월에 함락당하지 않는 YB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씨는 “포장하지 않은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이 이렇다고 보여주고 싶었다”며 “술 먹는 모습까지도 편안하게 서로 즐길 수 있을 때,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이거 JK ‘대타’로 나온 초대 손님 길씨와 “방송 중간에 겨우 연락이 닿아 왔다”는 김C는 자신들의 히트곡을 부르며 분위기를 달궜다. 누리꾼들은 “초호화 게스트, ‘무한도전’과 ‘1박2일’의 만남”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격식없이 진행된 토크쇼에선 ‘방송 퇴출’이 화제로 올랐다. 김C는 “사실 불쌍한 거다. 주류사회에서 까임을 당한 것 아니냐”며, 같은 기획사 소속인 윤씨와 김씨의 방송 퇴출을 걱정했다. 이에 윤씨는 “여유가 있으니 이런 것도 만들어볼 생각을 하는 것”이라며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으니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윤씨는 방송 뒤 “공중파에선 할 필요도 없고, 할 수도 없는 방송이었다”며 “진짜 자유로운 방송이니까 음악적으로 디테일하게 보여 줄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윤씨는 또 “형식을 갖춘 프로그램이 아니라 형식을 없애는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 같다”며 “더 다양한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니TV>와 YB 홈페이지, <아프리카>가 동시에 생중계한 이날 방송은 3만여명이 시청했으며, YB 홈페이지에는 댓글 500여건이 달렸다. 아래는 방송 뒤 윤도현씨 인터뷰 전문이다. 글/박종찬 기자 pjc@hani.co.kr 영상/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대본도 형식도 없는 인터넷 생방송 ‘온 에어 와이 비(ON-AIR YB)’를 앞두고 윤도현씨는 “기존 방송에서 전혀 볼 수 없는 형식”이라며 “자유롭게, 쿨하게 우리 음악을 있는 그대로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생방송은 YB의 누리집(www.ybrocks.com) 개편을 자축하고,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누리꾼들과 새로운 소통의 장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윤씨는 오늘 공연과 관련해 “음악으로 시작해 음악으로 끝난다는 것 말고는 따로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도 “공중파에선 들을 수 없는 YB 음악의 진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 생방송 오프닝은 ‘이 땅에 살기 위하여’, ‘88만원 루징 게임’ 2곡으로 시작해 맴버들에 대한 소개와 자유로운 이야기로 진행된다. 특히 YB의 객원 맴버로 활동하는 영국인 기타리스트도 깜짝 소개되고, 윤씨가 출연하는 뮤지컬 ‘헤드윜’의 하이라이트 부분도 소개될 예정이다. YB 공연 중간에 방송인 김제동씨와 가수 김C, 길씨 등이 초대 손님으로 등장하고, 누리꾼들이 방송을 보면서 올린 ‘실시간 요청’과 주문도 방송에 반영한다. 아래는 방송에 앞서 윤도현씨의 인터뷰 전문이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인터넷 생방송을 하게 된 계기는?=공중파에서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하면서 형식과 대본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방송을 해보고 싶었다. 영화 ‘볼륨을 높여라’라 보면 자기들끼리 ‘해적방송’을 한다. 그것을 보면서 참 재밌겠다고 생각했고, 인터넷을 통해 ‘배칠수의 음악텐트’ 같은 것도 참 재미있게 들었다. 우리 사회를 보면 미디어가 너무 획일화 시키는 것 같다. 미디어는 너무 정직하고, 바르고, 깨끗한 것만 전달한다. 음악을 하니 음악만 가지고 자유롭게 하는 방송을 만들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새로운 실험을 무척 좋아한다. -이번에 누리집을 새로 개편했다는데, 애정을 많이 쏟았다고 들었다.=누리집은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소통의 중요한 수단이다. 한번 본 팬들은 언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지만, 누리집을 통해서는 언제라도 만나고 소통할 수 있다. 그래서 누리집에 애정이 많다. 누리집을 폐쇄했다가 이번에 부활했는데, 우리의 작품, 우리의 역사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 팬들의 도움으로 데뷔시절부터 자료들을 차곡차곡 모았고, YB의 모든 것을 누리집에 담았다. -누리집 디자인 작업까지 직접 했다고 들었다.=인터넷에서 좋은 그림이나 디자인을 보면 음악을 듣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YB의 음악적 감수성을 누리집 디자인에 담으려고 애썼다. 우리는 락밴드지만, 빨강, 검정 이런 색과 거리가 멀다. 밝고 희망적인 음악적 색깔을 누리집에 그대로 담았다. -진짜, 전혀 대본은 없나? =대본은 없다. 처음부터 형식이 없다. 노래로 시작해 노래로 끝난다는 것만 있다. 오프닝은 ‘이 땅에 살기 위하여’, ‘88만원 루징 게임’ 2곡이다. 내용은 어떻게 바뀔지 나도 모른다. 다만 누리꾼들이 방송을 보면서 이런 저런 댓글을 달고, 주문을 한다면 최우선적으로 방송에 반영하겠다. 방송 보면서 댓글 많이 달아 달라.-김제동씨와 김C도 참여한다고 들었는데. =글쎄. 방송 중간에 올 것 같은데, 언제 오기로 약속한 것은 아니다. 김제동씨는 지금 술자리에 있다고 했는데, 오면 서로 사는 이야기와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미니앨범을 발표했는데, 오늘 그 곡들도 부르나?=계획은 없다. 그러나 팬들이 요청한다면 당연히 한다.-방송을 보시는 분들께 한마디 한다면=방송을 보면서 쿨하고, 자유롭게 느끼셨으면 좋겠다. 형식이라는 가면을 벗어야 가까이 갈 수 있고, 그래야 친구가 된다. 우린 음악을 하면서 음악이 목적이지, 연예인처럼 사람들에게 신비롭게 보이긴 싫다. 그래도 방송에서 할 수 없었던 YB만의 연주를 선보이겠다. 듣는 재미도 분명하게 있을 것이다. 유튜브를 보면서 유명한 밴드들이 스튜디오에서 자유롭게 연주하는 게 부러웠다. 그런 걸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