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접속 없이 언제든 즐길 수 있다. 오른쪽 그림 3개는 아이팟터치로 네이버 웹툰을 이용할 때의 화면.
인터넷 접속 없이 언제든 즐길 수 있다. 오른쪽 그림 3개는 아이팟터치로 네이버 웹툰을 이용할 때의 화면.

포털업체 네이버가 최근 웹툰(인터넷 전용 만화)을 개인용 모바일 기기에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만화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일 휴대 전화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웹 서비스 ‘폰 네이버’를 출범시키면서 ‘앱스토어’에 자사 연재 웹툰을 무료 제공하고 있다. 앱스토어는 애플 아이폰·아이팟터치 전용인 소프트웨어 온라인 장터다. 아이폰이 아직 출시되지 않은 국내에선 아이팟터치로 이용이 가능하다. 앱스토어에 접속해 웹툰을 한 번 내려받으면, 인터넷 접속 없이 만화책처럼 언제고 즐길 수 있다. 네이버는 무료인 대신 30일 뒤 자동으로 지워지도록 설정했지만, 그 뒤에도 다시 내려받으면 된다. 네이버는 연재 웹툰 100여개 작품 가운데 작가 동의를 얻은 57개 작품을 이런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만화가, 만화 평론가 등 만화계 전체는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터넷 무료 만화 서비스, 웹툰 등의 영향으로 널리 퍼진 “만화는 공짜”라는 인식을 고착화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유료 만화 시장으로 기대를 모아온 앱스토어마저 거대업체 네이버에 의해 초토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서찬휘 만화 평론가는 “지금처럼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만화 시장이 무너진 상태에서 앱스토어 시장까지 무료화되면 만화 산업이 완전히 고사할 것”이라며 “창작자들 의욕이 떨어져 콘텐츠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앱스토어에서 거래되는 만화 콘텐츠 가격이 단행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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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계는 해당 작가들이 적절한 수준의 원고료를 받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네이버는 작가에게 기존 원고료의 10% 정도를 더 주고 앱스토어에 제공할 권리를 통째로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내려받기 건수에 비례해 수익을 얻는 앱스토어 체계와 상반되는 계약 형태다. 앱스토어의 만화 콘텐츠는 단행본의 대체재 성격이 강해, 해당 작가의 단행본 판매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작가들이 앱스토어 개념을 잘 모르는 점을 이용해 불합리한 계약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네이버 연재 작가는 “우리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계약한 경우가 많다”며 “이제서야 문제가 심각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앱스토어를 새로운 만화 시장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무료로 제공하면서 이용자를 늘린 뒤 새 수익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네이버는 만화계의 거센 반발에 적잖이 당황해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 쪽은 지난주 김동화 한국만화협회장 등 만화계 인사들을 찾아가 “의견을 적극 수용하겠다. 정 반대하면 서비스를 그만둘 뜻도 있으니 서로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보자”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만화계는 23일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작가, 평론가, 학계 등이 모두 참여하는 회의를 열어 대응책과 요구 사항을 조율할 예정이다. 또 다음달 10일께는 네이버, 다음 등 포털 만화 담당자들까지 함께하는 공개 토론회를 열어 앱스토어 만화 시장에 대한 원칙을 모색하기로 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