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가 독자에게 /

이런 이야기는 어떤가?

“병역 폐지가 개인에게는 좋은 일이 되겠지만, 군 복무는 …사회통합의 도구로 활용되던 것을 비롯해 두 가지 측면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뇌이쉬르센 지역의 젊은이와 생드니 지역의 젊은이가 서로 만나 각자가 갖고 있던 차이의 벽을 넘어서고 서로에 대한 편견의 간극을 좁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물론 자신의 삶의 일부를 국가를 위해 헌신한다는 측면에서도 좋고요. 그런데 어째서 군 복무가 인도주의 활동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지 않은 겁니까? 저라면 기쁘게 제 인생의 6개월을 노인들이나 환경을 위해, 혹은 아시아의 지진해일 피해자들을 위해 헌신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요.“

<미래를 심는 사람>에 나오는 프랑스인 윌로의 얘기다. 복무기간 6개월(!)에 사회봉사가 주임무인데도 군에 가느니 차라리 손가락 자르겠다, 외국국적 얻겠다, 돈쓰고 빽써서 빠지겠다면 애초에 글러먹은 구제불능자다.

현행 의무병역제를 모병제로 바꾸자는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분단대치라는 특수상황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공동체와 지향하는 가치를 안팎 위험으로부터 지켜내는데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누구나 차별없이 동참하는 게 더 건강하지 않을까. 더우기 근대 국민국가도 완수하지 못하고 초장기 휴전체제 아래 주변 대국들과 부대껴야 하는 나라에서. 모병제도 역할분담의 한 형태이긴 하지만 군대가 모두 직업군인이나 다른 대가를 바라고 가는 일부의 사람들만으로 채워지는 건 아무래도 민주주의나 공화제 정신과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우리 군 복무기간은 너무 길다. 프랑스처럼 6개월이 당장 어렵다면 우선 1년 정도로 단축하고 상황봐가며 점차 더 줄여가는 건 어떨까. 그리하여 비상시 대비 지휘관(장교) 훈련을 받는 6개월 복무체제에 유사시 동원 예비군체제를 보태면 족하지 않을까. 그리고 일정비율 내에서 사회봉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손질할 순 없을까. 그럴 때가 되지 않았나. 한승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