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사랑산악회 회원들이 넉달 만에 유튜브에 모습을 드러냈다. 알록달록한 등산복과 어색한 ‘손하트’, 우렁찬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이번 영상에선 유독 경북 영양군을 자주 언급한다. 김영남 한사랑산악회 회장이 “‘영양 고추 핫 페스티벌’이 8월29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고 입을 뗀 뒤, “영양에 지하철을 뚫자” “국제적인 대학을 만들자”고 제안하자 회원 이택조가 묻는다. “영양에 빚졌어?”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 지난 21일 올라온 ‘한사랑산악회’ 영상의 일부다. ‘한사랑산악회’는 피식대학 멤버 이용주·정재형·김민수와 코미디언 이창호가 50대 남성으로 분해 산악회 활동을 하는 내용의 시리즈로, 2020년부터 인기를 끌었다.
피식대학은 최근 초창기 인기 시리즈와 영양군 홍보를 접목한 영상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지난 5월 영양군 비하 영상으로 물의를 빚은 것을 사과하려는 일종의 ‘회개 콘텐츠’인데, 나름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피식대학은 지난 5월11일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지역 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이용주·정재형·김민수는 영양군을 여행하며 햄버거를 먹고는 “굳이 영양까지 와서 먹을 음식은 아니”라고 하거나 지역 특산품 젤리를 맛보곤 “할머니 살을 뜯는 것 같다”는 발언을 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일주일 만에 사과문을 올렸으나 성난 여론을 잠재우진 못했다.
그러자 피식대학은 영양군과 협업을 시도했다. 지난 21일 피식대학 채널에 ‘안녕하세요 영양군수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에서 오도창 영양군수는 “피식대학에 영양군의 관광 명소 안내와 ‘영양 고추 핫 페스티벌’ 홍보를 제안드려 볼까 한다”고 했다. 이후 ‘한사랑산악회’ ‘05학번이즈백’ ‘05학번이즈히어’ ‘로니앤스티브’ 등 초창기 시리즈들을 올리며 영양군의 두들마을, 수하계곡, 자작나무숲, 반딧불이천문대 등을 소개했다. 한사랑산악회 회원들이 두들마을을 산책하고 ‘05학번이즈히어’의 인기 캐릭터인 신도시 부부가 영양 생태공원에서 캠핑을 하는 식이다. 영양군도 지난 29일 이용주·정재형·김민수를 홍보대사로 위촉하며 맞장구를 쳤다.
그동안 물의를 빚은 유명인들은 한동안 자숙하다 조용히 복귀하거나 검은 정장을 입고 초췌한 얼굴로 해명하는 영상을 공개하곤 했다. 이와 달리 자신들의 잘못을 개그 콘텐츠로 승화하는 피식대학의 방식에 누리꾼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상에는 “초심을 어디까지 찾으러 간 거냐” “영양에 안 놀러 가면 (피식대학에서) 쫓아올 것 같다” “가짜 자숙보다 진정성이 느껴진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