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극장 문화를 상징하는 서울 대학로 학전의 과거와 현재 모습. 학전 제공
한국 소극장 문화를 상징하는 서울 대학로 학전의 과거와 현재 모습. 학전 제공

한국 소극장 문화를 상징하는 서울 대학로 학전이 창립 33주년을 맞는 3월15일 끝내 문을 닫는다.

학전은 22일 보도자료를 내어 “학전블루 소극장의 운영은 3월15일 종료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두 다 그저 감사하다. 고맙습니다”라는 김민기 학전 대표의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학전은 ‘아침 이슬’, ‘상록수’ 등을 만들고 부른 가수 김민기가 1991년 3월15일 세웠다. 동물원, 들국화, 박학기 등 수많은 가수들이 이곳에서 관객들과 함께 호흡했고, 김광석은 1천회 공연을 펼쳤다. 1994년 초연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배우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 등을 배출했다. 2004년부터는 사명감을 갖고 어린이·청소년극에 힘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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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속적인 재정난에다 김 대표의 건강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학전은 오는 3월15일 폐관을 결정했다. 이런 사실이 지난해 11월 한겨레 보도로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가수와 배우들은 오는 28일부터 폐관 전날인 3월14일까지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펼친다.

이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책 마련 뜻을 밝혔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이곳을 학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한 공간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학전 쪽은 “우리와 최종 협의를 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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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학전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관련 논의를 이어왔으나, 학전은 최종적으로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가 평소 “내가 없으면 학전은 없다”고 말했던 뜻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학전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어린이와 청소년, 신진 음악인을 위하는 김민기 대표의 뜻을 잇되, 학전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독자적인 공간으로 운영해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학전 폐관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이 공간을 공연장으로 운영하더라도 ‘학전’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