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연합뉴스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연합뉴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을 둘러싸고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분야에서 협력하는 방향으로 두 회사가 합의하면서 앞으로 각 회사와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관심이 쏠린다. 

하이브는 12일 에스엠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양사의 플랫폼 관련 협업 방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하이브 쪽은 “실질적인 협력이 되도록 준비해나가고 있다”고만 밝히며 구체적 언급을 꺼렸다. 이를 두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하이브가 신성장 동력으로 공을 들이는 팬 플랫폼 ‘위버스’를 눈여겨보고 있다. 

케이(K)팝 팬들은 위버스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과 라이브 방송을 보고, 굿즈(기획상품)를 사기도 한다. 현재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하이브와 와이지(YG)엔터인먼트 소속 가수가 위버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플랫폼 협력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위버스에 에스엠 소속 가수들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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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플랫폼 협력이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에스엠 역시 자회사 디어유가 운영 중인 팬 플랫폼 ‘버블’에 대대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디어유는 엔씨소프트가 운영하던 팬 플랫폼 ‘유니버스’를 올해 초 인수하면서 유니버스에서 활동하던 카카오 소속 가수들과 계약을 맺었다. 에스엠 소속 가수가 위버스에서 활동하면 버블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 팬 플랫폼 협력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플랫폼 협력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을 가르키는지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됐다. 하이브는 이 같은 내용으로 카카오와 합의에 성공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12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모습. 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됐다. 하이브는 이 같은 내용으로 카카오와 합의에 성공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12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모습. 연합뉴스

카카오가 인수 이유로 밝힌 ‘에스엠의 지식재산권(IP)과 카카오의 정보기술(IT) 결합’은 글로벌 케이팝 분야에서 시너지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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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자회사를 통해 아이유, 아이브 등 케이팝 가수를 두고 있지만, 방탄소년단과 뉴진스가 속한 하이브에 견줘 글로벌 아이피 파워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영신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 경영전략그룹장은 지난 3일 문화연대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가 연 토론회에서 “카카오가 보유한 아티스트는 많지만 하이브나 다른 기업보다 저평가 받는 이유는 슈퍼 아이피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며 “에스엠 인수는 카카오가 얻을 게 많은 인수합병”이라고 평가했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미디어콘텐츠·웹툰·웹소설 등 케이콘텐츠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며 “카카오가 에스엠을 인수하면 부족한 엔터 쪽 콘텐츠를 보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스엠은 ‘우군’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게 되면서 현 경영진이 주창한 신 비전 ‘에스엠 3.0’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1인 체제에서 벗어나 제작센터와 내·외부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또 카카오와의 합작회사에 기반한 북미 제작센터를 설립해 미주를 거점으로 하는 신인 그룹을 데뷔시킬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웹툰, 웹소설, 캐릭터 사업 등 아이피 확장의 길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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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에스엠 인수의 불똥은 네이버로도 튀게 됐다. 네이버는 에스엠을 등에 업은 카카오를 케이팝 분야에서 경쟁자로 맞닥뜨리게 됐다. 지금껏 네이버는 하이브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어왔다. 네이버는 하이브에 자사 팬 플랫폼 ‘브이라이브’를 넘기는 대신 위버스 지분 49%를 확보했다. 또 네이버와 하이브는 웹툰·웹소설 사업에서 손을 맞잡은 상태다. 하지만 카카오 역시 웹툰·웹소설 분야에서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기에 하이브와 카카오의 플랫폼 협력은 ‘불편한 동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