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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괴짜 곤충학자’가 들려주는 독침 이야기

등록 :2021-01-29 04:59수정 :2021-01-29 11:20

이그노벨상 받은 저스틴 슈미트의 40년 연구 결과
말벌·땀벌·수확개미 등 독침 특징과 생존 방식 담아
스팅, 자연의 따끔한 맛

저스틴 슈미트 지음, 정현창 옮김/초사흘달·1만8000원

저스틴 슈미트는 곤충의 침에 쏘일 때 느끼는 통증의 강도를 정리한 ‘슈미트 통증 지수’를 만들었다. 초사흘달 제공
저스틴 슈미트는 곤충의 침에 쏘일 때 느끼는 통증의 강도를 정리한 ‘슈미트 통증 지수’를 만들었다. 초사흘달 제공
‘슈미트 통증 지수’라는 게 있다. 미국 곤충학자 저스틴 슈미트가 곤충의 침에 쏘일 때 느끼는 통증을 1~4등급으로 정리한 수치표이다. 이를테면 통증 지수 1등급인 아시아 군대개미의 공격을 받으면 “느슨해져서 빠져버린 카펫 고정용 압정에 울 양말을 신은 엄지발가락을 찔린 정도”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가장 높은 4등급인 타란툴라 대모벌이 쏜 침을 맞으면? “극심하고 강렬한 전기 충격. 눈앞이 캄캄하다. 욕조에서 거품 목욕을 하고 있는데, 작동 중이던 헤어드라이어가 풍덩 빠졌다.”

저스틴 슈미트가 쓴 <스팅, 자연의 따끔한 맛>은 말벌, 불개미 등 침 쏘는 곤충의 세계를 탐구한 책이다. 40여년간 곤충 침에 수없이 쏘여가면서 곤충의 생리학과 방어 수단을 연구한 결과물이다. 그 노고를 인정받아 그는 2015년 ‘괴짜들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을 받았다.

책은 꿀벌, 불개미 등 다양한 곤충 침의 특징과 원리 등을 자세히 설명한다. 곤충의 침은 생물학적 주사기라 할 수 있다. 곤충은 주삿바늘은 물론이고 바늘을 통해 주입할 액체를 담아 두는 용기(독샘)까지 갖추고 있다. 단단한 튜브 모양의 의학용 주삿바늘과 달리 곤충 침은 자루가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한 부분은 고정되어 있고 다른 부분이 움직여 고정된 부분의 통로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이렇게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는 구조 덕분에 곤충은 몸집이 작아도 문제없이 침을 쏠 수 있다.

수컷 말벌이 곤충학자 저스틴 슈미트의 손가락에 가짜 침을 찌르고 있다. 초사흘달 제공
수컷 말벌이 곤충학자 저스틴 슈미트의 손가락에 가짜 침을 찌르고 있다. 초사흘달 제공
침을 통해 들어가는 독은 액체 상태의 혼합 물질이다. 동물의 체내에서 신경 전달 물질로 작용하는 생체 아민 지방산, 설탕, 소금 등 여러 물질이 섞여 있다. 곤충의 독은 종마다 조금씩 다른데, 불개미와 그 친척 개미들이 지닌 독에는 알칼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다. 이 곤충 독은 중추 신경과 근육을 마비시킨다. 또 다른 개미는 소나무 향이 나는 테르펜 성분의 독을 분비한다. 이 같은 독성 물질은 모두 피부라는 보호 장벽 아래, 즉 체내에 주입되었을 때만 기능을 발휘한다. 독성 물질 대다수는 동물의 피부를 통해 흡수되지 않아서 단순히 적의 피부에 뿌리거나 살짝 바르거나 내뿜는 방식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

슈미트는 독침을 직접 맞은 위험천만한 일화도 들려준다. 수확개미를 채집하러 간 어느 날 그는 개미에 쏘인다. “침에 쏘인 곳 주변의 털이 쭈뼛 섰는데 마치 겁먹은 개의 어깨 털이 뻣뻣하게 곤두서는 것”과 같았다. 곧바로 이를 바드득 갈 정도의 통증이 밀려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픔의 강도가 세졌다. 8시간 동안 “마치 납을 채운 곤봉으로 맞은 느낌”이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침에 쏘여 따끔한 맛을 여러 번 경험했지만 슈미트의 곤충 사랑은 뜨겁다. 이 책 역시 그 애정에서 출발한다. 그는 침 쏘는 곤충을 통해 “자연에 대한 사랑과 모든 형태의 생명이 가진 아름다움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그가 보내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생명의 세계로 향하는 초대장이 이 책이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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