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팅, 자연의 따끔한 맛
저스틴 슈미트 지음, 정현창 옮김/초사흘달·1만8000원
‘슈미트 통증 지수’라는 게 있다. 미국 곤충학자 저스틴 슈미트가 곤충의 침에 쏘일 때 느끼는 통증을 1~4등급으로 정리한 수치표이다. 이를테면 통증 지수 1등급인 아시아 군대개미의 공격을 받으면 “느슨해져서 빠져버린 카펫 고정용 압정에 울 양말을 신은 엄지발가락을 찔린 정도”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가장 높은 4등급인 타란툴라 대모벌이 쏜 침을 맞으면? “극심하고 강렬한 전기 충격. 눈앞이 캄캄하다. 욕조에서 거품 목욕을 하고 있는데, 작동 중이던 헤어드라이어가 풍덩 빠졌다.”
저스틴 슈미트가 쓴 <스팅, 자연의 따끔한 맛>은 말벌, 불개미 등 침 쏘는 곤충의 세계를 탐구한 책이다. 40여년간 곤충 침에 수없이 쏘여가면서 곤충의 생리학과 방어 수단을 연구한 결과물이다. 그 노고를 인정받아 그는 2015년 ‘괴짜들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을 받았다.
책은 꿀벌, 불개미 등 다양한 곤충 침의 특징과 원리 등을 자세히 설명한다. 곤충의 침은 생물학적 주사기라 할 수 있다. 곤충은 주삿바늘은 물론이고 바늘을 통해 주입할 액체를 담아 두는 용기(독샘)까지 갖추고 있다. 단단한 튜브 모양의 의학용 주삿바늘과 달리 곤충 침은 자루가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한 부분은 고정되어 있고 다른 부분이 움직여 고정된 부분의 통로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이렇게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는 구조 덕분에 곤충은 몸집이 작아도 문제없이 침을 쏠 수 있다.
침을 통해 들어가는 독은 액체 상태의 혼합 물질이다. 동물의 체내에서 신경 전달 물질로 작용하는 생체 아민 지방산, 설탕, 소금 등 여러 물질이 섞여 있다. 곤충의 독은 종마다 조금씩 다른데, 불개미와 그 친척 개미들이 지닌 독에는 알칼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다. 이 곤충 독은 중추 신경과 근육을 마비시킨다. 또 다른 개미는 소나무 향이 나는 테르펜 성분의 독을 분비한다. 이 같은 독성 물질은 모두 피부라는 보호 장벽 아래, 즉 체내에 주입되었을 때만 기능을 발휘한다. 독성 물질 대다수는 동물의 피부를 통해 흡수되지 않아서 단순히 적의 피부에 뿌리거나 살짝 바르거나 내뿜는 방식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
슈미트는 독침을 직접 맞은 위험천만한 일화도 들려준다. 수확개미를 채집하러 간 어느 날 그는 개미에 쏘인다. “침에 쏘인 곳 주변의 털이 쭈뼛 섰는데 마치 겁먹은 개의 어깨 털이 뻣뻣하게 곤두서는 것”과 같았다. 곧바로 이를 바드득 갈 정도의 통증이 밀려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픔의 강도가 세졌다. 8시간 동안 “마치 납을 채운 곤봉으로 맞은 느낌”이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침에 쏘여 따끔한 맛을 여러 번 경험했지만 슈미트의 곤충 사랑은 뜨겁다. 이 책 역시 그 애정에서 출발한다. 그는 침 쏘는 곤충을 통해 “자연에 대한 사랑과 모든 형태의 생명이 가진 아름다움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그가 보내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생명의 세계로 향하는 초대장이 이 책이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