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책거리

2020년 상반기 신간 목록을 보는 일은 즐거웠습니다. 코로나 사태 가운데서도 문학, 역사, 철학, 경제, 페미니즘 분야에서 가슴 뛰게 하는 책들이 다채롭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교보문고의 상반기 결산 통계를 보면 경제경영 분야 판매 상위 20위 가운데 ‘부자’ ‘부’라는 낱말을 넣은 제목의 책이 9종이나 됩니다. 주식·증권 관련 서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1.8%로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최근 ‘돈 책’의 인기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름 속 히트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2000)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만큼 경제적 불안감이 크다는 얘기겠죠.

부의 축적과 다른 방향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짚어보는 책들도 상반기엔 적지 않게 나왔습니다. 이번주만 해도 시한부 작가가 죽어가며 남긴 기록인 <굿바이>, 종말기 의료현장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사일런트 브레스: 당신은 어떤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등이 나왔습니다. 그밖에도 죽음 뒤 49일간 떠돎과 윤회의 과정을 그린 고전 <티베트 사자의 서> 티베트어 개정 완역판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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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엔 다시 없을 출판인들이 세상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특히 박종만 까치글방 창립자와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겸 편집인을 그리워하는 추모글이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 넘쳐나 두 분의 존재감을 다시금 일깨웠습니다. 학자연 지식인연 하는 이들을 꾸짖고 무위당이 펼쳤던 급진적인 ‘탈속(脫俗)의 정신’을 그리워하는 김종철 선생의 마지막 글을 최근호 <녹색평론>에서 보고 있자니, 부끄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지옥’으로 가는 길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쓰신 부분에서 특히 그랬습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