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뒤에 또 다른 삶이 이어지는지, 죽은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확실한 것은 우리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며 그것을 이용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 소설 <죽음>의 여주인공은 이런 말을 합니다. ‘영혼이 머무르고 싶게 하려면 육신을 잘 보존하라.’ 소설 속 대사이긴 하지만, 이것은 우리 모두의 삶의 기조가 될 수도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신작 <죽음> 한국어판(열린책들) 출간에 맞추어 한국을 찾았다. <죽음>은 어느 날 갑자기 숨진 소설가가 영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죽인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그는 5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작 <죽음>과 자신의 문학 세계 등에 관해 밝혔다.

“우리 세대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기 때문에,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 보이지 않는 비가시의 세계는 어떨까, 우리가 죽고 난 뒤에는 어떤 일이 펼쳐질까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면 우리 삶은 무의미해질 것입니다. 자신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질수록 내적으로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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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는 “동물이나 신, 영혼 같은 인간 이외의 존재를 즐겨 소설 주인공으로 삼는 까닭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인간 세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기 때문”이라며 “지금의 지구촌이 겪고 있는 위기에서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우리는 진정 누구인가’ 하는 질문이고, 그런 질문에 답하고자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소설 <개미> 이후 30년 가까이 소설을 쓰고 있는데, 계속 영적인 세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큰 변화는 없습니다. 글을 쓸 때 음악을 듣는다는 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소설을 쓰면서 변화를 주는 부분은 주제의 측면입니다. 이번 소설에서는 처음으로 저를 닮은 작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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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는 “프랑스에서는 상상력 문학(=장르소설)을 언론에서 크게 다루지 않는다. 진지한 문학이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과거 아동용 작가로 취급 받았던 쥘 베른은 사후 50년이 지나서야 위대한 작가로 평가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독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지적이고 미래 지향적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내 책이 잘 읽힌다고 생각한다”며 “그 때문에 한국 방문 약속과 스케줄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이번 방한 중에는 한국 무당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소설 <판도라의 상자>의 핵심 주제가 환생”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2016년 이후 3년 만인 이번 한국 방문에서 베르베르는 6일 저녁 서울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상상력과 고통’을 주제로 강연하고 11일 저녁 7시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장르문학의 가능성과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는 것을 비롯해 몇 차례의 팬 사인회 행사를 소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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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은 그동안 한국에서 모두 1200만부가 판매되었으며, <개미> <뇌> <나무> <신>은 각각 누적 판매 부수 100만부 이상을 기록했다. 2016년 교보문고가 지난 10년간 국내외 작가별 누적 판매량을 집계했을 때 전체 1위에 뽑히기도 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열린책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