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커밍

미셸 오바마 지음, 김명남 옮김/웅진지식하우스·2만2000원

“넌 왜 백인 여자애처럼 말해?”

고모할머니댁에서 사촌들과 놀고 있던 열 살짜리 미셸에게 한 또래 여자아이가 질문을 던진다. 미셸은 그 말투에 조금 사나운 감정이 담겨 있었다고 기억했다. “나 안 그래.” 하지만 미셸은 마음 속으론 늘 정확한 문법으로, 단어를 끝까지 발음하라고 주의를 준 부모님을 떠올렸다.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애써 담담한 척 대꾸했지만, 그 아이의 질문이 던진 근본적인 의문은 미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모든 미국인이 비슷한 혼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느꼈던 불편함을 돌아보면, 그 순간 내 인생의 숙제를 직감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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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 <비커밍>(BECOMING)이 전 세계 31개 언어로 동시출간됐다. 미셸의 이야기는 시카고의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자란 어린시절부터 역사상 최초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남편의 퇴임식까지 이어진다.

열 살 미셸이 느꼈던 ‘불편한 숙제’는 이 여정을 이해하는 열쇳말이기도 하다. 그는 ‘흑인’, ‘여성’ 등으로 규정된 자신의 소수자성과, 이 소수자성이 사회 주류 담론과 부딪히면서 만들어낸 마찰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이기 이전에 일과 육아에 지쳐 남편과 싸웠던 워킹맘의 모습, 공직에 발을 들인 순간 소수자로서 경험했던 각종 성차별적 상황들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의 서사가 하버드 법대에 진학하고, 잘나가는 변호사로 일했으며, 퍼스트레이디로 사랑받았던 한 여성의 단순한 성공스토리가 아닌 이유이기도 하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