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이야기
-세계의 과거·현재·미래가 만나는 제7의 대륙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김한슬기 옮김/21세기북스·2만3000원
미 해군 중장 벤 와이엇은 1946년 2월10일 태평양 마셜제도의 아름다운 산호섬 비키니섬을 방문했다. 그는 주민 167명을 모아놓고 성경 ‘출애굽기’ 13장을 인용해 연설을 펼쳤다. 독실한 기독교도인 주민들에게 “주님의 뜻에 따라 (앞길을 밝혀줄) 불기둥과 연기기둥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려면 ‘실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주민들은 미 해군의 배에 태워져 200㎞ 떨어진 작은 무인도 롱게리크 환초로 옮겨졌다.
그 뒤 7월25일 비키니섬에서 지름 1.5㎞의 거대한 구체를 동반한 티엔티(TNT) 2만1000t급 핵폭탄 ‘베이커’가 폭발했다. 미국이 1945년부터 터뜨린 1032개 핵폭탄 실험 중 초창기 67번이 태평양에서 이뤄졌다. 비키니섬에서는 1958년까지 23번이나 원자폭탄이 터졌고, 주민 167명과 후손은 끝내 죽음의 섬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 사이먼 윈체스터(73)가 <태평양 이야기>에서 태평양을 중심으로 일어난 세계사를 바꿔놓은 사건들을 풀어냈다. 그는 원자폭탄 실험, 기상이변과 환경오염, 미지의 바닷속 세상, 럭비공 같은 북한 사회, 미국과 중국의 대립, 트랜지스터라디오 혁명 등 1950년부터 60여년간 태평양이 겪은 ‘10대 사건’을 열쇳말 삼아 ‘7대륙’(태평양)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태평양이 ‘미래의 상징’이 되리라고 점친다. “고대에는 지중해가 세상의 중심이었다. 현대에는 대서양으로 세상의 중심이 옮겨왔고, 여전히 대서양이 세상의 굳건한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태평양이 다가올 세상의 중심을 차지할 것이라는 사실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