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 시대에 응답하다-김동춘의 한국 사회 비평 김동춘 지음/돌베개·2만원

1987년 6월항쟁 이후 30년. 중장년층은 이 사회가 무척 발전했다고 하지만, 청년들은 선뜻 공감하기 힘들다. 그간 한국 사회의 변동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을 때, 믿음직한 누군가의 시선을 따라 시대상을 읽고 싶다면 <사회학자 시대에 응답하다>가 적절할 듯싶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 사회를 냉철하게 분석해온 사회학자이자 실천적 지식인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1990년부터 2017년까지 매해 발표한 시평을 꼼꼼히 가려 뽑아 묶었다.

“우리의 전통 속에서는 서구식 시민사회가 형성된 적이 없다. 즉 ‘국가’와 ‘사회’가 미분화된 채로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1990, ‘서구 중심주의 사회학을 넘어’) 시민 사회가 뿌리내린 서구와 달리 한국은 국가와 뚜렷이 구별되는 시민 세력의 실체로서 ‘사회’가 없다고 김동춘은 설명했다. 일제 식민지 시기를 거치며 근대가 이식됐고, 해방 뒤 ‘사회’가 형성되기도 전에 정치권력이 폭력적 방법을 동원해 단일 이념이 지배하는 국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사회’의 형성 과정이 다르다면 한국 사회학의 분석틀도 서구와는 달라야 한다고 27년 전의 ‘소장학자 김동춘’은 밝혔다. 서구 사회학을 한국 사회에 기계적으로 대입하는 방식으로는 이 사회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자성이기도 했다.

사회를 바라보는 ‘독립적 지성’을 강조한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한국 사회에 대한 염증과 혐오를 넘어 희망과 미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은이 말대로 학술적 업적을 위해 쓴 글이 아니라 뒤틀려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 개입하려 했던 글들이라 더욱 가치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