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폭력 검은 저항 - KKK의 탄생과 흑인 민권 이야기
수전 캠벨 바톨레티 지음, 김충선 옮김/돌베개·1만4000원

일베. 주변부 찌질이들이 사이버의 익명성에 숨어 떼거리로 약자를 조롱하는 곳이다. 사회적 불만의 배출구이기도 해 당국은 적당히 눈감는다. 경기 쇠퇴기 때 생기는 병적 현상이다. 최근 여성혐오 범죄와 무관치 않다.

책은 ‘미국의 일베’ 케이케이케이(KKK) 얘기다. 이 찌질이들이 백인이고 조롱 대상은 자기들 지위를 위협하는 유색인종, 주로 흑인이다. 은어로 통하는 거나, 한밤에 두건 쓴 채 떼로 몰려가 ‘버르장머리’를 가르치는 거나, 일베의 속성 판박이다. 조직적이고 총을 가진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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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케이케이는 남북전쟁 직후 낙향한 남부군 퇴역장교 6명이 만들었다. 그 이름도 허접한 ‘큐 클럭스 클랜’(Ku Klux Klan). ‘모임모임’으로 번역된다. 전투 중 죽은 남부군 유령 흉내를 내며 옛 흑인 노예를 골려먹던 것이 남부연합 전지역으로 확산되며 ‘정의의 수호자’ 미명 아래 린치 조직으로 발전하고 급기야 백인만의 나라를 꿈꾸는 ‘그림자 정부’ 수준으로 발전한다.

노예해방 깃발만 요란했지, 속내는 농업 위주 남부연합의 명줄을 죄는 게 목적이었던 북부연합(뒤에 연방정부)은 케이케이케이를 방관하다가 그 수효가 55만명(케이케이케이 총두목의 주장)에 이르고 ‘흑인 농기계’의 작동이 멈추는 지경에 이르자 연방군을 투입해 단속에 나선다. 재판에 넘겨진 숫자는 3319명, 그중에 유죄판결을 받은 자는 겨우 1143명뿐이다. 피해자 증언이 넘쳐났어도 정작 얼마나 죽고 장애인이 됐는지, 얼마만한 재산을 강탈당했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여전한 미국의 흑백 충돌은 하다 만 과거사 정리 탓이지 싶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