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과학
마커스 초운 지음, 김소정 옮김
교양인·1만8000원

사람 몸을 이루는 세포 숫자는 100조개, 은하 1000개에 속한 별보다 많다. 이런 엄청난 수의 세포 덩어리인 마라톤 선수가 42.195㎞를 달리는 데는 파스타 한 그릇의 열량이면 충분하다. 파스타에서 추출한 수소와 호흡으로 얻은 산소를 반응시켜 막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두 원자를 결합할 때 전자가 재배열되면서 각각의 원자 상태일 때보다 40%의 에너지가 덜 소모된다. 이 여분의 에너지를 이용해 몸을 마음껏 움직일 수 있다.

사람은 이렇게 만든 에너지의 20%를 뇌로 보낸다. 그런데, 머리를 쓰는 데 드는 엄청난 에너지가 멍게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 때문에 멍게는 어릴 때는 뇌가 있다가도, 다 커서는 ‘무뇌아’로 바뀐다. 어린 멍게는 물속을 떠돌다가 정착할 만한 바위나 산호를 찾기 위해 뇌를 쓴다. 하지만, 일단 정착하면 에너지만 잡아먹는 ‘식충이’ 뇌를 스스로 먹어치워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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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중에서 전기력은 중력보다 1만에 10억을 네 번 곱한 것만큼 강하다. 모기 몸에 있는 원자에서 음전하를 띤 전자를 모두 제거하고 양전하를 띤 원자핵만 남겼다고 가정하자. 남은 원자핵들이 서로를 밀어내고 결국 모기는 폭발하게 된다. 이 때 발생하는 전자기력의 에너지 양은 북한이 최근 실험했다고 발표한 수소폭탄 1000조개에 해당한다. 6500만년 전 지구에 떨어져 공룡을 멸종시킨 도시 크기 소행성의 충돌 에너지와 같다.

<만물과학>은 이런 내용으로 가득하다. 천체물리학을 전공한 과학 저술가인 저자가 다양하고 신기한 사례들을 동원해 생명, 지구, 원자, 우주, 심지어 자본주의를 포함한 문명까지 세상 만물의 비밀을 탐구해온 여러 과학의 성과들을 들려준다. 진화론과 ‘불확정성 원리’, 앨런 튜링의 ‘생각하는 기계’, ‘이기적 유전자’, 양자론과 상대성 이론 등 지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림 등의 시각물이 없고 일부 대목에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지만, 대체로 읽는 동안 재미있고 읽고 나면 교양의 흔적이 남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분명하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