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연기자인 ‘산울림’ 김창완이 동시 작가로 데뷔했다. 김창완은 격월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 3·4월호에 <할아버지 불알>을 비롯해 동시 다섯 편을 발표하면서 공식 등단했다.
“할아버지 참 바보 같다/ 불알이 다 보이는데/ 쭈그리고 앉아서 발톱만 깎는다/ 시커먼 불알”(<할아버지 불알> 전문)
넉 줄짜리 짧은 동시 <할아버지 불알>은 제목에서부터 그의 유명한 동요 <산할아버지>를 떠오르게 한다. 아이의 눈에 비친 할아버지의 모습이 친근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표현되었다.
“꽃에 벌이 날아와 앉았다/ 털이 북실북실한 다리로 꽃술을 막 헤집었다/ 간지러울 텐데/ 긁을 수도 없고/ 어떻게 참을까?/ 꽃에 나비가 날아와 앉았다/ 긴 대롱을 꽃받침까지 밀어 넣었다/ 재채기가 날 법도 한데/ 어떻게 참을까?/ 그래서 꽃잎이 흔들렸나?/ 재채기 참느라고”(<어떻게 참을까?> 전문)
꽃에 날아든 벌과 나비의 움직임을 꽃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는 아이다운 상상력이 천진스럽다. 아이들이 공감할 만한 간지러움과 재채기를 통해 벌·나비와 꽃의 관계를 새롭게 포착했다.
텔레비전 사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평상복 차림으로 회의실에 둘러앉아 대본을 읽는 모습을 그린 <대본 읽기>는 허구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다룬 작품으로 굳이 아이들용으로 분류하지 않아도 될 만하다. 좋아하는 이성 주위를 맴도는 아이의 심리를 공전에 견준 <공전>은 청소년들의 공감을 살 법하다.
“흙도 안 묻은/ 길에 떨어져 있는 애기 신발/ 아무리 크게 울어도/ 아무도 안 쳐다본다”(<잃어버린 신발> 전문)
신발의 모양에서 크게 입 벌리고 우는 모습을 연상한다든가 신발과 아기를 포개 놓는 연상이 예사롭지 않은 눈썰미요 상상력이다. 김창완 동시집이 기다려진다.
최재봉 기자,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인기기사>